[Opinion] 뉴트로, 정말 새로웠을까? [문화 전반]

2019년 우리는 무엇을 찾았나
글 입력 2019.12.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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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년의 뉴트로



2018년 말,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9>를 통해 뉴트로를 한 해의 키워드로 선정했다. 책은 매번 등장한 복고 트렌드와 달리, 뉴트로는 차별된 흐름을 만들었다고 했다. 소수만의 힙스터 문화라고 여겨지던 레트로 현상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거대해졌고, 이후 뉴트로가 되어 2019년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뉴트로는 복고 트렌드와 달리 더 넓고 길게 퍼졌다. 대중문화부터 시작된 뉴트로는 우리의 일상생활까지 침투했다. 저화질 뮤직비디오와 흐릿한 화질은 익숙해졌고, 양준일과 같이 잊힌 과거의 스타들은 다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사람들은 핫플레이스를 방문하기 위해 익선동, 을지로와 같은 구도심에 방문했다. 음식 취향 또한 인절미, 흑임자 등의 과거의 것을 찾았고, 식당에서는 레트로 식기와 인테리어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레트로 패션으로 부활한 휠라(FILA)의 스타일은 대중적인 패션이 되었고, '보헤미안 렙소디'에 이어 '예스터데이'와 같은 영화들은 과거를 현재로 가져다 놓았다.


이렇게 문화 전반으로 퍼진 뉴트로는 기존의 복고라는 트렌드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파생되었다. 음악, 영화, 공간, 음식까지 퍼지면서 뉴트로가 다루는 시대는 달라졌고, 뉴트로가 가지는 매력은 다양해졌다. 뉴트로가 가져온 음악은 1980~90년대의 음악이었고, 익선동은 1920년대 개화기 한옥이며, 을지로는 60~70년대 노포였다. 낡고 허름한 빈티지를 선호해 LP를 구입하기도 하며, 새롭게 재해석된 헤리티지 브랜드의 패션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지켜보며 '사람들은 왜 과거의 것에 열광했나?'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만약 과거의 스타일이 다시 사람들의 취향에 맞았다면, 뉴트로 현상은 같은 시대의 스타일을 공유해야 했다. 예를 들면, 1980년대 일본의 시티팝이 뉴트로였다면, 뉴트로 공간은 30~40년 전의 도시어야 했다. 하지만 뉴트로는 각자 다른 영역에서 다른 시대를 반영하며, 각자 다른 문화적 코드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특정한 스타일의 유행으로 설명할 수 없는 뉴트로에서 사람들이 찾은 과거는 무엇이었을까?


 


2. 뉴트로, 정말 새로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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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Retro)가 아니라, '새로운 복고, 뉴트로(New-tro)'라고 명명한다. 레트로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지난날의 향수에 호소하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과거를 모르는 1020 세대들에게 옛것에서 찾은 신선함으로 승부한다.


- 트렌드 코리아 2019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김난도 교수는 뉴트로를 레트로, 복고와 비교했다. 그는 레트로가 중장년층에게 과거의 향수로 소구 하는 반면, 뉴트로는 1020세대에게 옛것의 신선함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돌아온 복고’가 아닌 ‘새로운 복고’라는 표현으로 ‘뉴트로’라고 명명하며, 지난날의 향수가 아닌 과거를 모르는 1020 세대들의 복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트로는 신선함만으로 정말 새로웠을까?


뉴트로는 흔히 복고 이후에 나온 새로운 개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레트로, 복고와의 차이점은 정확히 무엇일까? 레트로란, Retrospect의 준말이다. 캐임브릿지 단어 사전에 따르면, ‘Retrospect’는 ‘thinking now about something in the past’, 즉 과거의 것을 현재 생각한다는 의미다. 간단히 말해서 회상,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는 ‘Retrospect’는 미래를 나타내는 ‘Pre’와 대조되는 과거의 것을 지향하는 모습을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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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는 1970년대 패션계에서 처음 등장했다.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은 1972년 S/S 컬렉션에서 1940년대 패션을 재현시키는 시도를 했고, 이 패션을 두고 'Retrospect'라는 단어를 활용해 '레트로 룩'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 당시의 레트로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기반으로 현시대에 맞추어 접목해 변용하는 행위였다. 레트로는 패션뿐만 아닌 문화 전반에 퍼졌고,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의 것을 바라보는 문화가 되었다.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서술한 뉴트로의 특징은 중장년층의 향수가 아닌 신세대의 새로운 소비였다. '과거의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하는 행위'를 가장 큰 차이점으로 둔 것이다. 하지만 레트로의 기원이 된 이브 생로랑의 패션쇼는 1970년대에 1940년의 스타일을 가져온 것이었지만, 실제로 그 패션을 소비한 사람은 1970년대 유행을 소비하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쩌면 당시의 사람들은 1940년대의 패션을 두고 익숙함보다 신선함과 새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과거의 것을 현재의 시선으로 재해석' 하는 행위는 뉴트로뿐만 아닌 레트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결국 뉴트로의 재해석은 레트로와 동일한 방식이었고, 재해석만이 뉴트로를 새롭게 하진 않았다.


 

 

3. 레트로와 뉴트로의 차이


 

뉴트로와 레트로가 동일한 행위를 말한다면, 둘의 차이는 행위의 시기와 모습에서 나타난다. 2010년 전후의 레트로는 화려하고 원색적인 코드를 복각하는 것에 집중한 반면, 2015년 이후의 레트로는 낡고 불투명하며, 따뜻한 코드를 사용했다. 또한, 레트로는 복각의 범위가 스타일에 한정되었다면, 뉴트로는 총체적이고 전반적인 문화에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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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는 2000년대 이후에 이르러 다양한 표현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2010년 이전까지 가요계에서는 '복고'라는 트렌드로 레트로의 유행을 선도한 몇몇 사례들이 있었다. 2008년 원더걸스의 'Nobody'의 경우 60년대 모즈룩을 차용하고 1920년대 플래퍼(Flapper) 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9년 2NE1과 빅뱅의 '롤리팝'의 경우 80년대 디스코풍 패션을 차용해 화려한 원색을 사용했고, 엄정화의 2008년 솔로인 'D.I.S.C.O' 또한 음악과 패션에서 디스코 음악과 패션을 차용했다. 2010년 티아라의 '롤리폴리' 또한 허슬 춤, 다이아몬드 스텝 등 복고 댄스를 선보이며 1980년대 문화를 차용했다. 2010년 이전의 레트로는 각자 다른 시대의 스타일을 복각했지만, 네온, 형광, 원색 등의 화려하고 강렬한 스타일이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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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 지나고 화려한 스타일의 레트로 유행은 잠시 사그라들었다. 이후, 레트로는 몇 년간의 공백기를 지나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했다. 이 시점부터 뉴트로 스타일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2012년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 개론'은 이전과는 달리 레트로의 총체적인 복고를 만들었다. 영화는 1996년의 과거를 배경으로 당시 사회문화의 총체적인 모습을 구현했고, 멀지 않은 과거를 구체적으로 복각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았다. 영화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과 같은 음악들을 사용해 문화적인 향수를 자극했고, 과거의 음악과 패션 등의 문화가 다시 조명받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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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 개론'은 TV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레트로 표현 방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을 거치며 당시의 시대를 구현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패션, 음악, 디자인 등 문화 전체를 총체적으로 복각해 레트로 드라마를 만들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 과거의 아티스트와 노래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리메이크를 통해 재조명되며, 드라마 배경 당시의 과자 패키지는 재출시되어 높은 판매량을 달성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레트로는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이었고, 스타일을 차용하는 레트로와는 차별된 방식이었다.


또한, 돌아온 레트로는 화려함보다는 주로 부드럽고 따뜻한 스타일을 가져왔다. 2017년 혁오의 '톰보이'는 1990년대 빅 슈트 스타일을 차용해 품이 넓은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잔나비 또한 'She'에서 1960년대 비틀스 모즈 룩을 차용해 실크 셔츠, 면바지 등을 입고 등장했다. 스타일의 색조는 전체적으로 차분해졌고, 패션은 튀지 않고 깔끔한 스타일이 되었다.


돌아온 레트로인 뉴트로는 과거를 총체적으로 복각했다는 점, 화려하지 않고 부드럽고 차분한 스타일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레트로와 달랐다. 이는 과거를 대하는 시선에서 레트로와의 차이를 만들었고, 이후 등장하는 많은 레트로는 새로운 복고의 방식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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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가 다루는 과거는 다양한 트렌드와 섞여 재해석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아이유의 '사랑이 잘' 뮤직비디오를 통해 잘 드러났다. 뮤직비디오는 1990년대의 디지털 문화를 복각한 베이퍼웨이브 스타일을 사용했다. 주로 아날로그 문화를 이용해 따뜻한 표현을 사용했던 뉴트로는 디지털 기반의 표현에서도 부드럽고 차분한 스타일을 유지했다. 새로운 레트로의 흐름은 몇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대중문화 곳곳에서 등장했고, 2018년과 함께 '뉴트로'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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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전후로 등장한 레트로 코드는 '뉴트로'라는 수식이 붙는 대상이 되었고, 2019년까지 문화 전반에 걸쳐 이전의 레트로와는 다른 파급력을 보여주었다. 영상이나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뉴트로 현상이 일어났고, 다른 분야의 뉴트로는 다루는 시대와 스타일에 크게 제약받지 않고 '과거의 것'이라는 것에 집중했다. 진로소주, 뉴트로 분식이 유행했고, 사람들은 개화기의 한옥이 가득한 익선동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과거의 것에 대해 익숙하면서 낯선 새로움에 매력을 느꼈다.

 

*

 

뉴트로와 레트로는 같은 행위였지만, 다른 의미였다. 과거를 찾는 일은 같아도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뉴트로의 가보지 못한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불완전한 희미함 속의 따뜻함으로 나타났다. 2019년의 사람들이 1980년대의 과거, 그리고 그 이상의 모든 과거로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저성장 시대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고성장 시대의 문화를 동경했을 수도 있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사회적으로 만연함에 따라 희망을 품었다고 상상했던 시대의 문화를 가져온 것일 수도 있다.


2019년이 지나면서 뉴트로도 언젠가 새로운 흐름으로 바뀔 것이다. 뉴트로 이후에 어떤 복고가 등장할지라도, 복고는 항상 가보지 못한 과거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의 그리움은 낡고 모자란 것마저 사랑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뉴트로에 대해 어떤 시대를 그리워했는지 생각하기보단 무엇이 우리를 그립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찾았는지가 아닌, 찾게 된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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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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