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 엄마는 왜 파바로티를 좋아했을까? - 세대갈등 해소의 시작 [영화]

글 입력 2019.12.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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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바로티>는 이탈리아의 테너, 오페라 음악의 거장 파바로티의 삶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일반 상업영화의 재미를 찾으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결이 다른 작품일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이런 영화도 좋을 것이다. 일상의 새로움이 필요한 어느 날에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이 영화를 만나보자.

 

 


당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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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이슈가 됐던 단어 중 하나는 ‘꼰대’이다. 꼰대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온갖 이야기에서부터 꼰대에 대처하는 법과 꼰대 구별법. 스스로 꼰대이지 않을까 반성하고 돌아보는 모습이나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방법까지. 꼰대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무수히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다.


물론 이런 현상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익명성의 보장과 의사표현의 자유 확대. 기술의 변화로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상, 개인주의의 확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꼰대‘발생의 원인보다는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 혹은 일부 어른답지 못한 어른을 꼰대라는 용어로 지칭하게 된 원인에 가깝다. 꼰대가 갑자기 등장했다기보다는 시대의 변화로 불만을 꼰대라는 용어로 표출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반면에 기성세대가 20, 30대 소위 ‘젊은것들’에게 가지는 불만도 적지 않다. “90년대생은 책임감이 없어“, ”왜 이렇게 도전정신이 없어?“, ”회사에 헌신할 줄을 몰라“, ”곱게 자라서 그래“, ”요즘 것들은 말이야“, ”노오력이 부족해서 그래“ 같은 말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역시 표현은 달라졌지만 젊은 세대를 향한 기성세대의 못마땅한 시선은 오랜 과거부터 존재해왔고, 기성세대를 향한 불만도 마찬가지다. 고대의 유물중에는 ‘요즘 젋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이야기가 새겨진 것도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책 수사학에서 이렇게 썼다.


“젊은이의 오만은 그들이 아직 삶을 통해 겸허함을 배우지 못했으며 사회 환경의 압력을 경험해보지 못했음에서 비롯된다. 젊은이는 스스로가 모든 것을 안다고 믿으며, 그 사실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는다.”


어린왕자에서는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는 말이 등장하고 조지 오웰 역시 “모든 세게는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90년대 생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모색하고자 했던 임홍택 저자의 책 <90년대생이 온다>가 최근에 큰 화제가 되었던 것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일 것이다.


이처럼 세대갈등은 시대별로 다른 양상 혹은 표현으로 드러나지만 아주 먼 과거부터 존재해온 근본적인 문제이다. 세대갈등을 완벽히 해소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대갈등을 완화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세대갈등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서로를 알아가고자 노력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나는 취향이 한 사람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게다가 취향은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시대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특히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가수에 대해 알아보고 함께 향유해보는 경험은 개인을 넘어 한 세대를 이해하는 작은 통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과거에는 오페라 가수가 지금의 대중가수와 같은 위치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파바로티에 대해 아는 것은 우리 윗세대를 이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으며 이 영화를 봤다.


개인적으로 엄마가 대학시절 좋아하시던 성악가가 파바로티였다는 점이 이번 시사회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 엄마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을까. 파바로티에 관한 영화 한 편 봤다고 세대 갈등이 완화됐다거나 부모님을 더 많이 알게 됐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면 마음이 가까워진다. 오랜만에 같이 시간을 보낼 핑계로는 충분했던 것 같다. 가까운 극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보는건 어떨까.


 


삶의 노래, 노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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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군가에게 평생 사랑받으며 사는 삶에 대해 상상했다.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재능 있는 삶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콩쿨 입상으로 얻어낸 데뷔무대를 시작으로 유명 성악가의 빈자리를 대체하며 이름을 세상에 각인시키는 그의 데뷔 초기를 바라보며 파바로티는 준비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처럼 찾아오는 기회들에서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오페라 음악에 관해서는 기초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는 나에게도 익숙한 성악가인 만큼 그의 뛰어남과 탁월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매번 무대마다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고 하는 그의 무대 뒤편에는 어떤 시간들이 있었을까. 영화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데뷔 이전의 삶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세상에 나오기까지 어떤 고통과 노력을 겪어왔을까.


하지만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시작한 이후에도 그의 외로움은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파바로티는 혼자 있는 시간을 싫어하고 언제나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무대가 화려할수록 그 뒤에서는 더 많은 고독을 감내해야 하는 걸까. 우리 모두에겐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감당해야할 몫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생전에 여러명의 부인을 두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런 그의 삶에 대해 실망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파바로티도 그런 외로움을 겪었다는 사실이 괜히 위로가 되기도 했다. 관점의 차이일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하고 싶은 점은 말년에 그가 이런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노래를 사용하는 것을 택했다. 이런 그의 행보는 비평가들의 비판을 받을 정도로 파격적인 것이기도 했다. 그가 말년에 사랑받는 노래를 할 수 있는 재능과 영향력을 남들을 위해 사용하고자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파바로티의 삶을 긍정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모든 것을 제외하더라도 그의 목소리는 정말 대단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3대 테너(루치아노 파파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Nessun dorlma-네순 도르마(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를 들으면 누구라도 그의 목소리에 매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영화관의 풍부한 사운드로 들어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오페라 음악은 이제 일부 마니아층에 의해서만 향유되는 장르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렇지만 파바로티는 한 시대를 풍미하고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성악가이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그가 사랑받았던 이유를 되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시간일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오페라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파바로티를 사랑했던 시대의 사람들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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