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남달랐던 2019년의 한국영화 [영화]

한국영화 100주년, 3가지만 살펴보기
글 입력 2019.12.3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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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로 한국영화가 시작되어 2019년 100주년을 맞이하였다. ‘한국영화 100주년’ 그 자체만으로도 2019년은 축하하고, 되돌아볼 영화사의 업적으로 바빴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의 새로운 100년에 기록될 만한 업적들이 쏟아져 내린 것이 올해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연말, 2019년에 있었던 한국영화계의 일들을 되돌아보고 3가지를 짚어보았다.

 

 


최초로 한 해 5개의 천만 영화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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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마지막 천만 영화 <겨울왕국2> 스틸컷

  

 

2019년은 <극한직업>으로 천만 영화의 문이 열렸고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이 뒤를 이었다. 이것이 모두 상반기에 일어난 일이라, 하반기에는 다소 시들해진 감이 있었다. ‘영화를 볼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총량보존의 법칙이 빗겨나가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겨울왕국2>가 11월에 개봉하며 예상대로 천만을 넘기면서 2019 천만 영화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이만큼 천만 영화가 많이 배출된 것도 드문 일인데, 앞서 언급한 총량보존의 법칙이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올해는 영화시장의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경계가 없어졌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갔다. 요즘처럼 집에서 영화 보기 쉬운 환경에서 천만 영화가 5개나 등장했다는 것은 문화적 측면으로 큰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즐긴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스크린 독과점, 흥행 양극화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사람들을 많이 끌어모을 만한 영화만 영화관에 오랫동안, 많이 상영되는 것이다. 그에 따라 작은 영화들(독립영화, 다양성 영화)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올해의 천만 영화들을 보자면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겨울왕국2>는 ‘일단 믿고 보는’ 디즈니의 작품들이다.


또한 <기생충>은 칸 영화제의 수상으로 개봉 전부터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였다. 때문에 천만 영화가 5개나 나왔다고 해서 대중들이 영화에 관심을 더 기울인 것이라 단정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9년에 한정된 일회적인 관심이 아닌, 이어질 흐름일지는 내년을 기대해봐야 할 것이다.

 


 

독립영화의 독립


 

<똥파리>(2008), <워낭소리>(2008),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는 한국독립영화로, 관객 수 10만이 넘은 몇 안 되는 독립영화이기도 하다. 상업영화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더라도 5만 명은 보기 마련인데, 한국 독립영화는 이것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2019년은 수많은 독립영화가 주목받은 해이다. 김보라 감독의 <벌새>가 가장 뚜렷한 지표일 것이고 이 외에도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 이옥섭 감독의 <메기>, 유은정 감독의 <밤의 문이 열린다>,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 등이 있었다. 이전부터 한국 관객들의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물결쳤고 그것이 2019년에 특히 두드러졌다.


주목받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 쏟아져 나온 해이기도 하지만, 상업영화의 비슷한 레퍼토리 반복과 스크린 독과점 등에 지친 관객들이 돌아선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독립영화 발전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앞으로 뒷받침될 것을 고려해보면 2020년은 더욱 기대되는 해이다.

 

 

 

여성 감독, 여성 주연, 여성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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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

 

 

올해 7월부터 10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 여성 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展>을 볼 수 있었다. 한국영화 100년 동안의 여성 캐릭터들을 불러 모은 이 영상 전시는 영화에서 다시 보아야 할 여성 캐릭터들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나와야 할 여성 캐릭터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시 외에도 ‘영화 속 여성이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는 영화 속 프레임을 벗어나 여성이 연기하고 만드는 영화로 이어졌다.

 

올해 많은 감독과 영화가 있었지만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김보라 감독, 이옥섭 감독, 윤가은 감독, 안주영 감독 등의 인물들이 그의 작품으로 주목받았으며 <윤희에게>, <미성년>, <메기>, <아워 바디>, <걸캅스>,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여성 주연 영화가 다수 개봉하고 화제가 되었다. 이들은 단순히 하나의 영화가 아닌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들에 관한 논의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여성에 관한 논의는 아마 영화뿐만이 아니라 문학, 미술, 정치 등 각 분야에서 뜨거운 화두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올해만이 아니라 작년을 이어온 결과이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일이 아닌 페미니즘을, 필자가 2019년의 한 키워드로 뽑은 것은 2020년에도 이어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뜨거웠던 찰나의 키워드가 아닌 새로운 100년을 관통할 흐름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최근 10년간 극장 개봉작 중 여성감독 영화는 10%를 넘지 못하고, 여성이 주연인 영화는 전체 작품 중 20%대에 머무는 게 현실이다.”


- 조혜영, '영화에서 퀄리티란 무엇인가?', KMDb 칼럼 2018년 7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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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루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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