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항해, 그리고 물 만난 물고기 [도서]

글 입력 2019.12.2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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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5 악동뮤지션의 신보가 발매됐다. 제목은 <항해>로 이전 앨범들이 10대의 성장과 시선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앨범은 20대가 되면서 느끼는 이별과 그로 인한 성숙을 다룬다고 한다.


정규앨범 3집 [항해] 앨범명에는 여러 가지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있는데, 그중 프로듀서 이찬혁의 의도가 가장 잘 담긴 키워드는 ‘떠나다'이다. 지난 앨범까지는 온전히 홀로서기를 할 수 없던 아이와 청소년이었다면, [항해] 앨범 속 ‘AKMU'는 나를 지켜주던 보금자리를 떠나 사회로 첫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의 모습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나온 책이 또 있다. 바로 이찬혁의 <물 만난 물고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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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항해, 그리고 물 만난 물고기



항해 앨범의 수록곡을 들어보면 난해한 느낌이다. 항해라는 제목에 맞게 노래마다 테마가 있고 의미가 있는 듯 하지만 확실히 이전 앨범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개인적으로 가장 난해했던 곡이 '뱃노래'였다. 바다를 연상시키는 사운드와 배 위에서 노래 부르는 듯한 멜로디는 어딘가 어두우면서 경건한 느낌을 준다. 뒤이어 나오는 '물 만난 물고기' 역시 바다를 연상시키며 한바탕 폭풍이 지나감을 나타내듯이 밝은 멜로디와 경쾌한 기타 리듬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가사는 경쾌함과는 거리가 있다.


아티스트들이 앨범 작업을 할 때는 각 트랙 순서를 허투루 배치하지 않는다. 감정의 고조나 가사의 흐름 등 스토리를 고려하여 배치한다. 그런데 시작부터 항해, 물 만난 물고기, 어떻게 이별까지~ 와 같은 배열이 되었는지 의문이었다. 이해해보려 가사를 보고 여러 번 들어보았지만 흐름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악뮤에서 작곡 작사를 도맡아 하는 이찬혁의 첫 번째 작품이다. 책과 함께 제공되는 띠지에는 앨범 '항해'의 모티브가 된 소설이라고 나와 있었다.


선은 카페를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음악도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시점이 배 위로 변경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선상 위에 모두가 객실로 돌아가 몸을 숨기고 있다. 선은 그 흐름에 역행해 갑판으로 나갔다. 파도가 몰아치고 비가 쏟아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이다. 그런 와중에 의문의 여성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경건하면서 웅장한 그 노래에 매혹되어 한참을 바라보다가 배가 흔들리고 그녀가 넘어지려 할 때 선은 그녀를 붙잡아 구해냈다. 그렇게 둘의 만남이 시작됐다.



“너는 꼭 살아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서, 내 이름을 기억해줘” 음악을 잘했던 외로움을 좋아했던 바다의 한마디


- 물 만난 물고기 가사 中

 


그녀의 이름은 '해야'.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얼룩말을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보고 싶다는 그녀에게 자꾸만 끌렸다. 그렇게 해야와 함께하는 삶이 시작됐다.


해야는 '이게 말한 거고, 이게 실행한 것.' 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처음 만남 때에도 방울토마토를 잔뜩 가지고 와서 하는 말이 '나는 방울토마토를 먹을 거야.' 하며 입에 물고 씹더니 '이게 실행으로 옮긴 것'이라며 보여주기도 했으니까.


 

 

2. 예술이란 무엇일까


 

선과 해야는 발길 닿는 곳으로 여기저기 다니며 둘만의 삶을 즐겼다. 해야는 홀로 여행을 다닌 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였기에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했다.


그러던 중 '예술가'에 대한 주제가 나왔다. 선은 노래를 곧잘 했기 때문에 음악을 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음악으로 이름을 날리기보다는 그저 노래하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에 성공할 기회를 밀어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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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예술가란 무엇일까. 선이 여행에서 경험한 예술가들은 하나같이 허세만 부리는 이들이었다. 외적인 것만 중시하며 진정한 예술을 탐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술가의 자질이 있음에도 본인을 낮추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다. 선은 이런 케이스를 진정한 예술가라 생각했다.


예술은 무엇일까. 인간의 내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이를 공감으로 승화시키는 행위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행위도 음악을 듣고 느낀 호기심을 느끼고 책을 찾아 읽었기에 나타날 수 있는 감정이다. 누군가 음악으로 표현한 그들의 감정을 나는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 탐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나의 감정을 글, 음악, 행위, 그림 등 오감을 활용한 매체를 통해 누군가에게 전한다. 그리고 누군가 이 결과물을 보고 그들이 느낀 감정에 공감하고 새로운 감정을 끌어낸다. 그렇게 우리는 예술을 통해 이해하고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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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책 '물 만난 물고기'의 스토리는 뒤에 더 이어진다. 하지만 내 글을 읽으면서 책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앨범 '항해'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함께하는 것이 음악이니 말이다.


이찬혁이라는 아티스트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어떠했는지, 어떤 고뇌를 겪은 후에 '항해'를 작업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물 만난 물고기'를 통해 전해지는 감정은 본인 스스로가 느껴보길 권한다. 내가 느낀 소중한 감동을 당신도 느끼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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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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