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년만화인 ‘가담항설’(웹툰)에서의 여성 캐릭터 활용에 대한 고찰 ➀ [웹툰]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쓰이는지, 어떤 의의를 지니는지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글 입력 2019.12.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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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웹툰 가담항설의 스포일러(반전 포함)가 강력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네이버 목요일 웹툰 <가담항설>을 먼저 보시고 이 글을 읽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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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담항설에서 주연 여성 캐릭터들인

홍화, 명영, 백매(갑희)

 

 

 

'소년만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어떤 위치인가?


 

소년만화. 말 그대로 소년을 위한 만화라는 뜻으로, 스토리는 전투(배틀)와 모험과 액션 등 주인공의 싸움과 성장을 테마로 한 것이 많다. 네이버에 소년만화를 검색해봤을 때 주로 나왔던 설명이 저것이었다. ‘소년’들을 위한 만화라고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순정만화보다는, 소년만화를 읽는 것을 훨씬 좋아했다. (남자) 주인공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그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나고, 그것과 싸우며 결국엔 성장하는 걸 보면서 짜릿함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했던 만화를 읽다가, 몰입이 깨지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할 때였다. 대부분 소년만화에서 여성 캐릭터의 수는 적었고 비중도 크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 빠져 살았던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에서 여성 캐릭터들의 역할이 어땠는지 지금까지도 기억이 난다. 몇몇 여성 캐릭터들은 싸우거나 활약하기도 했지만, 남성 캐릭터에 비하면 그 수와 비중은 절대적으로 적었다. 여자 주인공 포지션인 쿄코라는 캐릭터는 미래의 적과 싸우는 주인공 팀(90%가 남성)에게 요리와 청소 등 가사노동을 해주는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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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캐릭터들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 싶다는 요구를 하기 위해

가사노동을 파업한다고 하는 장면.

 


이 만화에서 일반인 여성 캐릭터들은 함께 싸우는 건 고사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정보를 얻기 위해, 여성 캐릭터들은 같이 살면서 가사노동을 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만약 싸우는 여성 캐릭터였다면 ‘함께 싸우는 것’을 파업하겠다고 했겠지만, 그녀들이 맡은 역할은 ‘가사노동하기’밖에 없었기에 나온 전개였다.

 

나와 이 만화를 같이 본 친구들은 이 만화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의 존재가 민폐라며 싫어했다. 그 당시의 나도 그 친구들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내가 그 만화를 보면서 이입하고 있는 대상은 멋지게 활약하고 있는 주인공 팀이었지,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여성 캐릭터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봤을 때 일반 여성인 내가 저 세계관에 들어가게 된다면, 저기서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가사노동을 맡는 조연일 것이다. 소년 만화 장르에서는 ‘고난’과 ‘성장’은 남성 캐릭터에게만 허락되지, 여성 캐릭터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일이 주다.


 

 

'사람'이 아니라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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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면 소년만화 장르에서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대상화되는지 알 수 있다. 이 사진은 본래는 남성 캐릭터인 루피라는 캐릭터가, 만약 여자라면이라는 설정으로 출시된 피규어다. 여성이라는 설정이 붙은 것만으로, 같은 캐릭터가 맞나 싶어질 정도로 외양과 포즈가 달라진 걸 확인할 수 있다. 루피가 본래 웃통을 까는 캐릭터라 할지라도, 저렇게 가슴 크기를 부각해 놓은 것은 명백히 성적 대상화를 시킨 것이다. 액션을 펼쳐야 하는 캐릭터인데 평소 입는 바지가 아니라, 다리 라인을 강조하는 짧은 치마를 입혀 놓았다. 이걸 보고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소년만화에서 여성캐릭터는 ‘사람’이기 이전에 ‘여성’이라는 틀에 갇혀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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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가담항설은 랑또(작가 이름)표 소년만화로 소개되어 있다. 본래 소년만화를 좋아하는 나는 이 만화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 만화를 읽다 보니, 소년만화인 가담항설에서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여러 차례 눈에 띄었다. 그래서 소년만화인 가담항설에서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고 이에 따라 어떤 의의를 지니는지 그리고 여전히 아쉬운 점을 두 편으로 나누어 써보려고 한다.

 

 

 

선명한 자신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홍화


 

소년만화에서 행동하는 주체는 대부분 남성 주인공이기에, 남성 주인공이 돌아오길 기다리기만 하는 여주인공이 많다. 가담항설에서 홍화는 그런 클리셰를 완전히 뒤집은 의미 있는 캐릭터이다. 일단 그녀는 작품 가담항설 세계관에서만 존재하는 설정인 ‘장사’다. 이 세계관에서 ‘장사’는 보통 사람보다 월등히 강한 육체와 힘을 가진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들이 가진 힘의 위력은 칼을 맨손으로 가볍게 부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장사인 홍화는 싸움이 일어날 때, 능력이 없어 멀찍이서 피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싸움에 임한다. 주인공 팀에서 등장인물들이 홍화를 의지하는 모습이 많이 비출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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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만화에서 여성에게 전투 장면을 잘 주지 않는 이유로는, ‘여성은 신체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약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홍화에게 ‘장사’라는 설정을 부여해 이 신체적 약점을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극복한다.

 

홍화가 나오는 에피소드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장면은 그녀가 등장한 첫 에피소드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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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장면은 결계에 갇혀 있던 홍화가 자신이 시를 지을 수 있다며 결계를 깨고 공격에 성공하는 장면이다. 이 세계관에서 결계는 학식이 있는 자만 풀 수 있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홍화를 가둔 추국은, 홍화가 ‘여성’이기에 학식이 없을 것이므로 결계를 깨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그녀를 가둔 것이다. 저 장면에서 홍화가 결계를 부수고 공격을 함으로써, 추국에게 반전을 선사했지만 사실 소년만화의 독자에게까지 반전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독자로서 나는 이렇게 후련한 뒤통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기분 좋게 뒤통수를 내어줄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홍화는 글을 독학할 정도로 똑똑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행동을 지휘하는 리더로서 면모도 자주 보인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행동하는 감정의 상징인 홍화는 주인공 팀의 ‘동력’을 맡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홍화는 이 만화에서 ‘말과 글’에 대한 주제를 전달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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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에서 홍화가 말과 글을 왜 배워야 하는지(작품 주제)를 전할 수 있는 건, 홍화라는 캐릭터가 무엇이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분명히 알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캐릭터여서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캐릭터 빌딩이 어떻게 세워지느냐에 따라 그 캐릭터가 할 수 있는 대사가 정해지게 된다. 앞에 언급한 쿄코 캐릭터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모두 남자 주인공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 캐릭터면 할 수 있는 대사가 제한되어 있는 게 당연하다. 설사 명대사를 한다 한들 서사가 빈약하고 ‘행동’하는 것이 얼마 없다면 크게 울림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홍화는 자신의 마음을 선명히 들여다보는 캐릭터라는 서사를 지닌 채, 항상 그걸 위해 행동해왔기에 주제를 아름답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알아. 네가 할 수 없는 일을 알고. 상황 파악도, 목적도 뚜렷해. 그리고 네가 모르는 그 나머지도 알고 있지.


 

필자가 개인적으로 꼽는 홍화의 명대사.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단언하는 적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목적을 알고 있다고 단언하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다. 홍화가 어떤 캐릭터인지를 보여주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여성이라는 한계를 통해 약자들과 연대하는 명영


 

명영은 주인공 포지션이 아님에도, 필자가 개인적으로 진주인공이 아닐까 생각하는 캐릭터이다. 그녀는 가담항설 전체 전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눈부신 활약을 펼쳐 독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명영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소원하는 과거 시험을 볼 수 없는 캐릭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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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영을 곁에서 오랫동안 섬긴 복아는 자신의 신분이 ‘노비’인 것을 강조하며, 명영도 결국 ‘여성’이기에 둘 다 과거를 볼 수 없는 현실을 일깨워준다. 명영은 처음엔 그 사실에 절망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결국 그녀는 답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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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것은 악한 것이 아니라, 그건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 결국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는 명영이 내뱉는 대사이기에 더욱 큰 감동을 준다. 명영은 여성이라는 한계에 가로막혀 멈춰 있지 않는다. 그거로 인해 오히려 복아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된다는 역발상이 이 스토리에서 놀라운 부분이었다.

 

소년만화 주인공들은 결핍이 항상 존재하고, 그 결핍을 극복해 나가며 성장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와 달리 소년만화에서의 여성 캐릭터들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멈춰있는 경우를 많이 봤다. 여기서 명영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것에 멈추지 않고, 그걸 통해서 약자들을 이해하고 연대하려고 노력하는 기념비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명영은 ‘희망’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명영은 자신과 스쳐지나간 다양한 등장인물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고 실제로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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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지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캐릭터가 하는 행동이 의미가 있으려면 첫째, 주체로써 행동해야 하고 둘째 캐릭터에게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에게 영향을 주지 못하면 그 캐릭터의 행동은 작품의 서사에서 겉돌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남성 캐릭터들을 각성시키거나, 남성 캐릭터의 보호를 받는 여성 캐릭터들의 역할은 작품에서 주체가 될 수 없다. 누군가를 행동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만 하는 것에서 그칠 뿐, 역할이 더 이상 없기에 그렇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는 다른 근거로는, 벡델 테스트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벡델 테스트는 이름을 가진 여자 두 명 이상이 ‘서로 대화’할 것을 두 번째 조건으로 두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그 대화 내용이 ‘남성에 대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 두 명이 나온다 한들, 타인과 영향을 주고받지 않으면 한 (남성) 캐릭터만을 위한 캐릭터로 매몰되기는 너무 쉽기 때문이다.

 


나의 신념은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야. 그 길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내가 되는 것. 그게 나의 신념이야. 이걸 미련이라고 부르면 미련이 되겠지만, 난 이걸 희망이라고 불러.


 

필자가 꼽는 명영의 명대사이다. 가담항설에서 명영은 누군가를 각성하기 위해 소비되는 캐릭터도 아니고, 누군가의 용기를 복돋아 주기 위해서만 쓰이는 캐릭터도 아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하기 위해 나아가는 캐릭터이다. 그녀가 그러는 것만으로 가담항설의 다른 인물들은 영향을 받는 것뿐이지, 명영의 역할이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항상 나아가는 중이고 작품이 완결될 때까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더 이상 여성이라는 꼬리표는 중요하지 않다.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행동하는 그저 한 사람, 매력적이고 설득력을 지닌 캐릭터로서 존재할 뿐이다.

 

*


다음 글에서는 일단 악역 포지션이긴 하지만, 가담항설 작품에서 단순히 ‘악녀’로서 소비되지 않는 백매(갑희)라는 캐릭터의 의의를 다룬다. 그리고 이 작품이 여성 캐릭터 서사를 다룰 때 여전히 남아 있는 아쉬운 점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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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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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ㅇㅇ
    • 예시당초 소년만화는 소년대상으로 만든 작품이고 가히리는 중반부터 부녀자들의 난입으로 거의 유사 BL로 간건데? 그리고 원피스에서 여캐 활약이 적다는것도 이해가 안가네요. 그리고 여캐가 자주나오는걸 보고싶음 순정만화(소녀만화)를 보면되고 그리고 소년만화에 강한 여캐가 한둘이 아닌데... 강철부터 심지어 블리치의 루키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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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dd
    • 소년만화를 리본하고 원피스밖에 안봤냐
      40개 정도 조하고 글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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