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오늘 밤은 치킨과 함께 철학을 먹어보자 - 이렇게 맛있는 철학이라니 [도서]

<이렇게 맛있는 철학이라니> 리뷰
글 입력 2019.12.1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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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자르다가 생각난 그 철학”

맛있는 음식을 통해 우리와 가까운 철학을 만나다

 


이 책은 ‘개념’이 아니라 ‘음식’에서 시작하는 철학 이야기다. 저자는 붕어빵이 구워지는 걸 보다가, 지하철역에서 델리만주 냄새를 맡다가, 치킨을 시키는 대신 ‘야매 치킨’을 만들다가 철학적인 요소들을 발견하고, 그에 따른 철학 개념과 철학자들을 떠올린다. 팍팍한 삶 속에서 한 그릇의 요리를 통해 철학을 이야기하고, 또 철학적 개념과 닮은 구석이 있는 음식을 맛보는 사이, 철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우리 삶에 가까이 닿아있는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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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맛있게!


 

칸트, 헤겔, 데카르트, 공자…… 이름만 들어도 헉 소리가 나는 유명 철학자들이다. 이름도 알고, 그들이 철학자라는 것도 아는데, 정작 그들의 철학은? 알 리가 없다. 알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 틀림없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는데, 굳이 알고 싶지도, 알아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음식은 어떤가? 치킨, 치즈, 붕어빵, 샤부샤부…… 아, 떠올리기만 해도 입가에 침이 고이고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이름도 알고, 생김새도 알며, 조리법은 몰라도 맛은 너무나 잘 안다. 굳이 알려고 노력하거나 알아야 할 필요성 때문이 아닌 그냥 아는 것이다. 음식만큼 삶에 필수불가결하고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은 없을 테니까.

 

자, 그럼 이제 이 두 가지를 결합해보자.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철학과 음식, 과연 이것들의 결합이 가당키나 할까? 놀랍게도 답은 ‘Yes’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여러 편의 글과 그것들을 엮은 한 권의 책으로 증명해보였다. 낯설고 난해하며 굳이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철학을, 음식이라는 가장 가까운 존재와 엮어내며 친근함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철학 싫어’? 정말?


 

제목 속 ‘맛있는’이라는 단어 때문일까, 글을 읽다보면 문득 배가 고파진다. 엄연한 ‘철학’ 도서임에도 머리가 아픈 게 아닌 입맛을 다시게 된다. 저자가 요리연구가가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들 정도로 맛깔나게 묘사를 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철학을 알기 쉽게 잘 풀어낸 덕이다.

 

예시를 들어보자. 지금 당신의 눈앞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놓여 있다. 읽기 싫다. 제목부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철학 덕후가 아닌 이상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대신 붕어빵은 어떨까. 추운 겨울날, 길을 걷는데 문득 붕어빵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각양각색의 붕어빵 틀 속 붕어빵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다. 자연스레 지갑을 꺼내는 그때, 주인 아저씨가 마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붕어빵 ‘틀’과 관련된 칸트의 사상을 들려준다. 어떤가, 아까보다는 흥미가 돋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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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것을 듣는다고 해서 갑자기 ⟪순수이성비판⟫을 읽고 싶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칸트에 대한 흥미가 무럭무럭 돋아날 리도 없고,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 한 편의 글이 한 사상가의 철학 전부를 설명해줄 수는 없다. 철학이 바다라면 발을 적시는 수준도 아닌, 이 속에는 무엇이 있나 하며 들여다보는 정도일 뿐이다.

 

다만 편견을 깰 수는 있다. 철학의 ㅊ자만 들어도 무조건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철학 싫어’를 외치며 온몸으로 외면하던 사고를 조금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철학의 진정한 ‘맛’


 

철학은 당연히 어렵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온 지식의 깊이는 함부로 가늠할 수 없기에, 그것을 단시간에 습득하길 바란다는 건 욕심이다. 그렇기에 첫 걸음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바다 한 가운데로 뛰어들려면 바다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다음으로는 수영을 배워야 하지만 일단 바다를 마주보아야 한다. 높은 파도가 무섭다고 외면한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테니.

 

철학의 진입장벽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철학은 ‘무용(無用)하다’는 편견일 것이다. 겉으로는 그래 보인다. 인간의 이성과 사고, 인식과 존재 등에 대해 탐구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할까 싶다. 그것쯤 몰라도 잘 먹고 잘 살기만 하는데.

 

그런데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인간이며, 철학의 탐구대상은 바로 그 ‘인간’이다. 여러분은 정말 인간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가? 하물며 나 자신조차도 모르는 게 우리 인간이다. 우린 눈에 보이는 빙산은 일각일 뿐이듯, 우리는 스스로와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참 슬픈 이야기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한다면 영원히 빙산의 일각만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것이다.

 

결국 철학이 무용하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인간을 가르치고, 결국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게 철학인데 무용하다니, 이는 자신만의 편견과 아집에 갇힌 사람들의 비하일 뿐이다. 물론 철학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다. 다만 싫다는 이유로 깎아내리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그 어떠한 학문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학문계의 고참이 바로 철학이니까.

 

*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거리를 걸으면 손발이 꽁꽁 어는 요즘, 따뜻한 붕어빵이 절실하게 먹고 싶어진다. 오늘은 따끈한 붕어빵을 사먹으며 칸트를 떠올려볼까. 치즈를 자르다가 헤겔을 떠올려도 멋질 것이다. 아니, 역시 야식계의 대장은 치킨이니 치킨과 함께 새로운 철학을 탐구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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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맛있는 철학이라니

-일상 속 음식에서 발견한 철학 이야기-

 

가격 : 12,500원

지은이 : 오수민

펴낸날 : 2019년 12월 6일

판형 : 사륙판(128×188㎜)

분량 : 248쪽

분야 : 인문/교양 일반

ISBN : 979-11-6165-820-9(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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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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