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유연주

글 입력 2019.12.1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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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활동에서 만난 친구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 에너지가 넘치고,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도전을 많이 한다. 다른 사회에서는 특이하고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을 지언정,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서로를 잘 알기에 편안했다. 그래서 순수하게 사람을 더 좋아하기도 했다. 이번에 본 친구도 그 중 한 명이다.

 

동그란 눈이 떠오른다. '언니~!' 몇 번 보지 않았는데도 나를 마냥 반기며 좋아해주고, 나보다 키 큰 덩치로 나를 안아주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귀여운 친구. 일 시작 전에 보자고 했다가, 일 하는 중에 바빠서 못 보다가, 13개월이 지난 후 일을 관둔 후에야 드디어 볼 수 있었다.

 

노란색 후드를 입고 왔다. 나도 노란색 맨투맨 있는데 입고 올걸. 나도 노란색 참 좋아하는데. 그 간의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들으면서 그림을 그렸다. 어울리는 노란색 후드, 그리고 노란색 분위기가 가득 느껴졌다. '너는 노란색이구나' 사람을 보통 색으로 많이 느끼는데, 이 친구는 노란색이었다. 마냥 좋았다.

 

"학생 대상으로 멘토링하는 일을 해. 내가 무슨 자격으로 하는지 싶지만, 경청이 답인 것 같아. 모두 자신 안에 답이 있으니까."

 

더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전해주고 싶어서 멘토링을 한다는 친구. 나도 멘토링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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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이 내게 또 다른 언어이다. '아 이런 기분 뭐지?' 찜찜해하다가 친구에게 설명할 때 '나 그때 이런 기분이었어' 설명하면서, 말로 언어화를 시키면서 본인의 기분을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그렇게 해소가 된다. 그림도 똑같다. 이 사람에 대해 알고 싶고 궁금할 때, 그림을 그리면 '아 이 사람은 이런 색과, 선, 분위기를 지녔어. 바로 내가 느꼈던 기분은 이런 그림이야.' 라고 알게 된다. 이미지로 느끼지만 직접 그리지 않으면 나도 설명하기 어렵다. 그리면서 알게 된다.

 

"언니에게 그림이 언어라면, 나에게는 수학이 언어야. 수학은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의 definition 이잖아. 철학도 그렇고."

"네가 생각하는 철학이 뭔데?"

"세상을 표현하는 것. 다수가 표현해왔고, 그게 정리된 것이 철학이라고 생각해. 수학도 그래. 나를 표현하는 것. 하나의 수식을 증명할 때 A라는 방식이 있고 B도 있고 C도 있잖아? 나는 그 중에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수학을 사용하는 것. 그래서 수학도 나를 표현하는 것이야. 그거 알아? 사실 수학이 발명되고 나서 실제로 사용하게 되기까지 100년이 걸려. 그러니까 내가 수학을 지금 사용한다고 해서 당장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거지. 내가 수학을 하는 건 즐거워서 하는 거야. 그리고 미래의 누군가가 이용해주겠지. 커다란 알고리즘이야. 나는 그래서 수학이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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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록색이 좋아. 고등학생 때까지는 공부만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거든. 우리 집이 딸 둘에 아들 하나인데, 동생에게만 애정이 갔거든. 그래서 난 공부를 잘하면 애정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대학교에 가니까, 완전 다른 세상인거야. 거기서 원하는 공부도 하고, 내 정체성도 찾고, 나눔을 배웠어. 애정을 포함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 난 내가 나온 대학교가 너무 좋아. 학교를 상징하는 색깔이 초록색이야. 그래서 나는 초록색이 좋아."

 

좋아하는 색을 말하는데 갑자기 눈가에 짙은 푸르름이 느껴졌다. 그래서 놓치지 않으려고 바로 그림을 그렸다. 눈가에 햇빛과 아른거리는 초록색이 함께 느껴졌다. 싱그러운 나뭇잎이었다. 나무의 초록빛과 화사한 햇빛이 같이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밝고 진하게.


"나는 쿠마리 라는 신을 믿어. 네팔에 있는 사상인데, 타레주 라는신이 인간의 왕과 바둑 같은 게임을 했다가 왕이 금기를 어겼어. 그래서 여신이 분노로 월경 전 여자아이를 신처럼 모시라고 했어. 그게 쿠마리야."

"왜 쿠마리를 믿어? 신기하다."

"글쎄.. 잘 모르겠어. 게임을 좋아해서인가? 약속을 중요시 여겨서인가?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나도 다 지키지 못하는걸. 모르겠네."

 

입가에 손을 모으고 이야기하는데 너무 잘 어울렸다. 그래서 그 자세로 가만히 있으라고 한 후, 손은 일부러 라인으로 그렸다. 친구 분위기는 대체로 종교인에서 볼 수 있는 '희망을 나눠요, 사랑을 나눠요' 분위기이지만 신은 믿지 않는다고 했다. 쿠마리 라는 신을 설명하면서. 초록색 분위기를 가진 눈에 비해 나오는 '신'에 관한 이야기는 무채색 라인의 손과 주황색, 하늘색 대비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눈 밑에 시간의 흐름처럼 손을 더해서 그렸다.


"나는 내 눈이 좋아. 난 고민이 있을 때 거울로 눈을 봐. 눈이 흔들리고 있으면 아직 고민 중이고, 단단하게 있으면 확신이 있는 거야."

 

난 얼굴 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표정도 잘 그리지 않는다. 특히 눈은 더 어렵다. 그런데 이 모델은 눈이 가장 선명했다. 땡그란 눈. 동그란 눈이 아닌 '땡그란 눈'이다. 그래서 그렸다. 좀 일러스트, 만화 같은 느낌이 나지만, 나는 이 눈을 꼭 그리고 싶었다.

 

*

 

"사람은 흑과 백, 그리고 회색이 있다고 생각해. 회색을 사용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 다르고,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해. 회색을 잘 소화해야 하는데, 언니는 그 회색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것 같아."

"너는 어떤데?"

"나는 아직 흑과 백만 있는 미성숙한 존재 같아. 내가 생각하는 회색은 어른이거든. 나는 아직 어린이 같아. 교육자는 어린이 대 어린이로 대화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주고 싶어하는 어린이."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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