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크린 독점을 하고 있다고요? [문화 전반]

분류 하기 나름, 이름 붙이기 나름,
글 입력 2019.12.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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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두 분은 조용할 틈이 없어요!” 트롤이 또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엘사와 안나에게 말했다. 연일 시끄러운 이슈를 몰고 다니는 겨울왕국이 이번에는 스크린 독점 문제로 화두에 올랐다.

 

그러나 조금의 단면을 보려고 한다. 영화관에서 아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스크린에 대해서 이야기할 차례다. 애니메이션의 태생은 아동을 위한 영화이다. 그렇지만 ‘아동혐오’를 이유로 아이들은 더빙판으로 밀려나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관을 방문한 대부분의 보호자는 아이의 연령과 외국어 실력과 관계없이 더빙판을 선택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미 ‘노키즈존(No Kids Zone)’의 파생인 ‘노키즈관’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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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은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도 소란스러웠다. 영화에 집중하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웅성거렸다. 사람들의 말이 간혹 크게 울려서 영화의 대사와 겹쳤다. 플래쉬라이트가 영화 중간 중간 반짝거렸다. 누군가 앞쪽 의자에 살짝 기대서 서 있다. 누군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내 앞을 지나갔다. 여느 상영관의 모습이다.

 

 


나의 ‘겨울왕국2 – 더빙판’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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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아직 집중하지 못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웅성거렸다. 아이들에게는 집중할 때까지의 유예 시간이 필요하다. 또 아이들은 성인보다 짧은 집중 시간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수업시간은 40분이고, 대학교 수업시간은 짧게는 75분에서부터 길게는 160분까지 다양하다. 겨울왕국2에 있는 쿠키영상을 보지 않고 나가버리는 아이들이 비교적 많았다.


“엄마가 자리바꿔줄까?”라는 말이 크게 울렸다. 이 때, 보호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보호자의 말을 잘 듣지 못한 아이는 자리가 불편하다고 계속 칭얼댔을 것이고, 더 많은 대사를 잡아먹었을 것이다.


플래쉬라이트가 영화 중간 중간 반짝거렸다. 아이들의 음식을 흘렸거나, 혹은 상영관의 좌석 사이로 엉덩이가 빠졌을 수도 있다. 복도의 계단에서 넘어졌을 수도 있다. 불쾌한 아이들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또 소란스러웠을 것이다.


아이 하나가 앞쪽 의자에 살짝 기대서 서 있다. 흥분감과 몰입감에 도저히 앉아서 볼 수가 없었다. 그 아이의 키는 고작 앞 줄의 의자와 비슷한 높이였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이 상황들을 이해하는 대부분의 보호자가 있는 더빙판 상영관과 달리 자막판 상영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지푸렸을 것이다. 누군가는 “거 배려 좀 합시다! 에휴, 맘충…”이라며 되려 큰소리로 망신을 주기도 한다.


모든 성인들은 이런 성장의 시간들을 거쳤다. 그러나 만 20세가 넘으면 배려를 몸소 실천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성인이 많은 상영관의 소란스러움의 이유는 무엇인가? 성인이 많은 전쟁영화에서는 흥분한 뒷좌석에서 내 자리를 발로 자꾸 때리지 않는가?


귀를 기울여 보라. 같은 장면에서 맑게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뒤에는 “나도 저러는데!”, “불쌍해!”, “무서워!”와 같은 짧은 문장이 뒤따라온다. 성인들도 감탄사를 내뱉는다. 다만 성인의 목소리와 다른 데시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드러지게 들리는 것뿐이다. 오히려 탁성보다 맑은 감탄에 잔잔한 웃음을 머금을 수 있었던 103분이었다.

 

 

 

노키즈관과 아동권리영화제



아동후원 NGO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주최한 제 5회 아동권리영화제가 부천에서 시작해 지난 12월 1일 대전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아동 피해와 일상 속 아동권리의식 등에 초점을 맞추어 총 10 작품이 상영되었다. 그러나, 이 중 전체관람가는 단 한 작품에 불과했으며, 12세 관람가는 두 작품에 그쳤다(15세 관람가: 5, 미상: 2 ).


영화라는 스토리텔링적 매개체를 이용하여 아동권리의식을 재고하는 ‘국내 최초의 영화제’라는 것에 큰 의의가 있어 연일 매진에 가까운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참가자들 중에서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영화가 없었다.”며 안타까워한 보호자들도 적지 않았다. 아동권리에 대해 의논하고자 발제 된 행사에서 아동이 거의 배제되었다. 그 아이들은 지금 여전히 아동인권의식을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놓친 채 성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노키즈관’을 외치는 사회 속에서도 피어난 아동권리에 대한 관심은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점을 추가했다. 한 쪽에서는 ‘노키즈존’을 외치는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주인에게 권리를 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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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는 하기 나름: 네이밍(naming: 이름 붙이기)에 대하여



2015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평균수명은 약 82세이다. 그러나 나이 체계는 빈약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최초 20년을 구분하는데, 말기의 20년을 구분하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어덜트(adult: 성인)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나는 주류(mainstream)이고, 내 입장에서 다른 계층인 키즈(kids: 아동)를 배척하는 중이다.


노키즈존이 시작일 뿐이다. 노인을 배척하는 ‘노실버존(No Silver Zone)’, 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배척하는 ‘노스튜던트존(No Student Zone)’ 등이 우후죽순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간의 나이는 연속적이며, 속성 또한 다발적이다. 내가 혹은 나의 가족이, 지인이, 어느 시점에, 어느 그룹으로 분류되어, 누구로부터 거부를 당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현재의 내가 아니라, 나에게서 거부를 당한 누군가 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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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함께 어우러진다. 오점 하나 없이 굴러가는 것은 없다. 서로 다른 수억명의 사람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테트리스처럼 맞물려 유지가 된다. 각각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면서, 차이에 대해서 인식하고 다같이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물론 모두가 선의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부분 또한 사회의 다양성이다. 아이들의 특성이 아니라.


네이밍이 있기 전부터 차별은 존재한다. ‘노키즈관’ 역시 마찬가지다. 네이밍은 차별을 굳건화시키고, 제도화시키는 과정이다. ‘노키즈관’을 찬성하기 이전, ‘사회가 아동을 어떻게 대면해왔는가’에 대해서 뜯어봐야 할 것이다. 더빙판으로 밀려난 아이들에 대해서. 그리고 아이들이 교육받지 못하고 있는 아동의 권리에 대해서. 사회는 아동에게 아동의 권리에 대해서 인식할 기회를 빼앗았기 때문에 ‘노키즈존’ 문제에서 아동은 강제로 침묵할 수 밖에 없다.


CGV는 ‘씨네키즈’라는 아동특성화관을 만들기도 했다. 가족형 커뮤니티를 표방한 이 상영관은 아이들의 신체구조에 맞는 좌석을 가지고있다. 보호자는 별도로 마련된 영화관 뒤쪽의 성인좌석에 앉을 수도 있으며, 어린이 보호 직원도 따로 마련해두어 상영시간동안 다른 활동을 즐길 수도 있다. 왜 ‘노어덜트(No Adult)관’이라고 이름붙이지 않았는가? 또한 ‘아동특성화관’이라는 이름과 ‘노어덜트관’이 주는 차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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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독점의 문제는 단순히 상업영화-독립영화, 대형배급사-소규모배급사의 기준에서만 끝마쳐서는 안된다. 나는 독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듯이, 독점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어른들이 점령한 이 세계에서 소수인 아동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서 묵살당한 경험이 있듯이 나 또한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그리고 '겨울왕국2'가 불러온 다양한 사회문제가 더 이상 묵살당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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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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