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빠져들 수밖에 없는 문장의 힘, "문장의 일"

글 입력 2019.12.0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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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업으로 하다보니, 관련 도서를 보면 무조건 구매한다. <문장의 일>도 업과 관련된 도서기에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에서 문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카피 한 문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대는 지났지만, 여전히 문장의 힘은 유효하다. 조금 과장해서 문장 한 줄로 프로젝트의 성사가 좌우된다. 문장 한 줄로 서먹했던 사이가 절친한 사이가 되고, 문장 한 줄로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간다. 명확한 문장만이 좋은 문장은 아니다. 인간의 감정을 건들거나, 풍자나 재치가 넘치는 문장도 좋은 문장이다.


저자는 좋아하는 문장을 가끔씩 꺼내 들여다본다고 한다.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내면에 숨겨진 의미를 음미한다. 이게 무슨 이상한 소리야? 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문장의 참맛을 알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는 문장을 수집하고 음미하게 된다.

 

나 또한 비정기적으로 문장을 수집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꽂힌 대사, 읽고 있는 책의 인상 깊은 구절, 친구와 가족 등 주변인이 했던 재미있는 말을 그때그때 수집한다. 수많은 문장 중에 종종 생각나는 문장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소설 <젊은 느티나무>의 그 대목이다. “편지를 거기 둔 건 나 읽으라는 친절인가?”


중학교 때 <젊은 느티나무>를 읽었는데,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번개가 번쩍 치는 듯한, 짜릿하고 가슴이 녹아내릴 것 같은 감정에 휩싸였다. 그동안 숙희 혼자 현규를 짝사랑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얼핏보면 러브레터를 받지 못해 빈정거리는 걸로 보이겠지만, 실상은 질투가 부글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벌써 10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이 문장을 생각하면 가슴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이렇듯 문장은 나의 기분을 음악 셔플하듯 쉽게 바꿀 수 있다. 저자는 첫 장 ‘왜 문장인가?’에서 문장의 중요성을 말하고 또 말한다. 좋은 문장의 요소를 분석하는 일을 하다 보면 문장을 이해하고, 나아가 음미하는 기쁨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꽂힌 문장을 하나씩 모으다보면, 일기나 사진보다 정확한 기록이 된다.


문장의 중요성을 다시금 알게 되었으니, 그 다음으로 관심이 가는 건 ‘첫 문장’이다. <문장의 일>에서 첫 문장 이야기가 나오는건 무려 7개의 챕터가 지나서다. 이미 너무 많은 매체에서 첫 문장의 중요성에 관해 말한다. 그리고 어떻게 써야 잘 쓴 첫 문장인지를 수도 없이 들었다.

 

그래서 “가서 첫 문장을 쓰세요”라는 문장을 봤을 땐 별 감흥이 없었다. 머지않아 나는 펜을 들 수밖에 없었다. 다다다음 문장에서 새로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첫 문장의 각도는 ‘앞으로 기울어’있다. 앞으로 쏠렸다는 뜻인데, 그 문장이 예상하는 전개 방향으로 이미 향했다는 뜻이다. 앞으로 펼쳐질 내용을 미리 갖고 있는 셈이다.”


영미권에서는 이탤릭체를 쓰는게 보편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들여쓰기가 더 익숙하다. 첫 문장이 시작할 때 스페이스 바나 들여쓰기 기능을 이용해 문장을 안쪽으로 들여보낸다. 이는 이미 다음에 올 내용 속에 첫 문장이 들어왔다는 뜻이다. 독자에게 자신의 주장 혹은 자신이 글자로 그린 그림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많고 많은 미디어에서 첫 문장의 중요성을 말했지만, 나는 이 문장만큼 이를 잘 나타내는 건 없다고 본다. 이미 다음에 말할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에 첫 문장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장은 우리 삶과 자신을 만드는 원천이면서도 우리를 발전하게 만든다. 글을 다루는 직업인데도 시간에 치여 문장을 수집하는 일을 게을리 했다. <문장의 일>은 교양서로도 읽기 좋지만, 나같이 글을 다루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읽어야할 도서다. 책을 읽고 다시금 문장의 매력에 빠졌으니 말이다. 글을 사랑하지 않아도 글에 관한 호기심을 일깨워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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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일
-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


지은이
스탠리 피시

옮긴이 : 오수원

출판사 : 윌북

분야
에세이

규격
140*210mm

쪽 수 : 272쪽

발행일
2019년 11월 01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5581-242-6 (03800)



 

 

 

[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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