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작은 것들의 연대와 위로, 로마 [영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글 입력 2019.12.0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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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연대와 위로

 


이는 1970년대 멕시코 시티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아이들, 여성들, 사회적으로 약한 존재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사랑과 연대를 통해 치유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흑백 화면, 선별적인 사운드를 통해 전해지는 캐릭터들의 절제된 감정선은 오히려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합니다. 영화 <그래피티>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 <로마>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복잡함'과 '착잡함'이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을 임신시키고는 떠나버리는 무책임한 남자. 원치 않은 임신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묵묵히 감내해야하는 여자. 그리고 뱃 속의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죽은 것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행일 수 있다는 위로.. 영화에서는 상상하고 싶지도, 상상하기도 힘든 그런 상황들이 나옵니다.

 

슬프게도, 그 때 그 시절에는 여성이라면, 이런 일들을 묵묵히 감내해나갈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들은 연대를 통해 각자의 슬픔을 위로받고, 이겨내고 치유해나갑니다. 그리고 이는 영화 속에서 굉장히 담담하게 서술되어지는데, 저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었고 가슴 속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감독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영화


 

 

"영화라는 매체로 전달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전달 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작품이었다."

 

 

쿠아론은 <로마>를 두고 이렇게 표현합니다.

 

영화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어릴 적 자랐던 집과 동네에 대한 추억을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 영화입니다. 그는 전작 <그래피티>를 마무리하면서, 다음 작품은 단순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유년 시절을 보냈던 멕시코시티로 다시돌아갔습니다. 수년간 쌓인 자원, 도구, 테크닉 등이 있으니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모국어로 영화를 찍을 때가 왔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리고 그 영화에 본인의 어린시절과 당시의 시대 상황, 멕시코의 정체성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선, 멕시코 사람들과의 교류와 공감이 아주 필수적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촬영팀 전원을 멕시코 출신으로 구성했고,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영화인만큼 촬영, 편집, 시나리오, 기획, 연출 등 출연을 제외한 대부분의 역할을 혼자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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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를 연기한 일반인 얄리트 아파리시오

 

 

한 가지 충격적이면서도 재미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는 연기 경력이 전무한 일반인 얄리트 아파리시오를 주인공인 클레오로 캐스팅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멕시코 와하카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살던 그녀가 수천명의 지원자를 제치고 캐스팅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외모가 쿠아론의 가정부였던 '리보 로드리게즈'와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실제 얄리트사 아파리시오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낸시 가르시아를 캐스팅해 극 중 클레오의 친구 아델라를 연기하게 한 것은 얼마나 쿠아론이 멕시코의 리얼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영화에 담아내고자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넷플릭스로 황금 사자상까지


 

"넷플릭스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영화"

 "미디어 플랫폼이 영화계에 가지고 온 변화"

 

'로마'는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된 영화로, 일반적인 영화와는 달리 온오프라인 동시 공개 전략을 내세우는 넷플릭스 유통방식을 따라 개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세계적인 베니스영화제에서 2018년 황금사자상을 받았는데, 이렇게 넷플릭스 출신의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았다는 것은, 현 시대에서 넷플릭스가 영화계를 위협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베니스 영화제와는 달리, 칸 영화제는 넷플릭스에 대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만약 넷플릭스 영화가 초청을 받고 싶다면 온라인 오픈보다 극장 개봉을 우선시해야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극장 업계가 등 돌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런 조건을 내세운 것이지만, 이는 칸이 보수성을 버리지 못한 채 퇴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최근 영화계의 화두입니다. 극장 상영을 마친 뒤 온라인에 공개되는 기존 영화들과는 달리 넷플릭스는 극장, 온라인 동시 상영 정책을 내세우면서 극장 중심 영화 산업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마'를 제작한 감독과 프로듀서는 넷플릭스에 유통방식에 대해선 꽤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기존 권위적인 성향의 영화계와는 다르게, 넷플릭스를 통해 보다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제작한 데이비드 린드 프로듀서는 한 매체에서 "영어가 아닌 외국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시장은 매우 복잡하다. 우리는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면서 가능한 한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세계 각국에서 <로마>를 어떻게 상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넷플릭스의 프레젠테이션이 매우 설득력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선 멀티플렉스 대신 전국 40여 개 '작은 영화관'에서 개봉했습니다. 영화 수입배급사 엣나인필름의 박혜진 팀장은 "극장 아트나인의 경우 11월까지 예술영화 관객이 적은 편이었는데, 12월 들어 <로마>의 반응이 뜨겁다. 넷플릭스에 풀린 이후 관객 수가 감소하지 않을까 했는데 계속 극장을 찾는 추세이다."라고 이야길 했습니다.

 

흑백화면에 잔잔하고 흘러가는 절제된 인물들의 감정선은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여성, 돌봄, 사랑 그리고 그들의 아픔을 너무나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혼돈의 상황속에서도 고요하게 흘러가는 이 흐름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는 우리의 마음을 더 먹먹하게하고, 우리에게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어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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