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으로 치유하기 - 그림 처방전 [도서]

글 입력 2019.12.0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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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주 어릴 때 내 꿈은 화가였다. 언뜻 기억나는 유치원 때의 꿈과 초등학교 때의 꿈. 언니들과는 달리 공부에 관심도 없었고, 그보다 그림에 흥미를 느꼈던 나는 흔히들 배운다는 피아노 학원도 다니기 싫어서 결국 그만뒀지만 유일하게 꾸준히 미술 학원은 다녔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며 공부를 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주변 상황으로 그림에 대한 열정도 자연스레 식게 되었다.

 

그러다가 대학 생활을 하면서 문득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생각도 시험공부에 밀려 잊히곤 했지만, 이 책을 만나 다시 꿈꾸게 되었다. 책 속 그림을 보며 내 마음을 점검하고 진단받고 그림으로 치유하는 순간이 너무나 가치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도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있던 화가의 꿈이 <그림 처방전>을 보고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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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자가 그린, 그것도 동시대를 사는 화가도 아닌, 옛날 옛적에 살았던 화가의 작품을 보고 내 마음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미술치료 같은 것을 접해본 적이 없어 TV에서 아이들 심리 상담할 때 상담사가 ‘집을 그려보세요, 가족을 그려보세요’라고 말하며 이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알이보는 그런 장면을 볼 때 이를 별로 믿지 않았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노력 그리고 똥손과 금손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미술치료를 간접적으로 무슨 느낌인지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림은 사람과의 관계,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과 복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할 수 있다.

 

 

 

헨리 시돈스 모브레이 <스튜디오에서의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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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앞에서 눈길이 멈췄다면, 당신은 지금 관계에서 도망치고 싶은, 무척 지친 상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그림 중 가장 내 눈에 들어온 작품이었다. 외출복 차림의 남자가 의자에 축 늘어져 앉아있고 그 앞에는 그를 빤히 쳐다보며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가 있다. 온화하면서도 안쓰럽게 그를 바라보고 있는 눈길이 ‘어떻게든 당신을 다독여 주고 싶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들이 있는 공간은 케렌시아다. 지친 심신을 달래는 장소로 남자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금 이곳에 도착해 앉아서 담배 한 대 피우며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히고 있다. 그리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따스하게 쳐다보며 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런 케렌시아, 일상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공간을 나도 바라고 있었기에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데 한 템포 쉬게 허락해주는 공간과 시간을 그토록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고 과제가 쌓여 있지만, 더 책을 읽으려고 하고 공연을 보러 다니며 일상에서의 생각과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림 속 스튜디오가 나에게는 내 방 속 침대 혹은 극장이다. 가끔은 일상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고 싶어서, 혹은 모든 생각을 잊기 위해 극을 본다. 나의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관계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무척 지친 상태라 특히 요즘에 더 케렌시아를 찾고 있다. 그런 상태에 있는 나를 가장 잘 표현한 그림이 이 그림이기에 무척 신기하면서도 마음속에 잘 와닿았다. 삶의 쉼표가 필요한 순간, 따듯하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나만의 케렌시아는 어떤 공간이 될 수도,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나만의 케렌시아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낀다. 아직 직장인이 아닌 나도 내 생활이 버겁고 힘들어서 케렌시아를 만들고 계속해서 찾고 있는 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이 그림을 보고 크게 공감할 듯하다.

 

번아웃 증후군처럼 내 주위에도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다가 극도로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해졌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도 결국 케렌시아를 찾지 못해 지쳐버린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이 <그림 처방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나 자신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내 마음을 이 책의 저자가, 이 책의 그림이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아 오키프 <흰독말풀/하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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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본질과 내면에 대한 깊은 탐구를 통해 나를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 삶의 주연은 당연히 나여야 한다.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 줄 수 없고, 내가 주인공으로 살아가야 한다. 아픔의 시간을 겪고 이겨내 훌쩍 성장한 우리가 우리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시점이다. 살면서 우리들은 수많은 사건들을 겪으며 힘들어하고 쓰러지고 슬퍼한다. 사람 관계에서 오는 피곤함과 내면 속에서 일어나는 셀 수 없는 고민들로 자주 넘어진다.

 

이 그림을 통해 하얀 꽃이 개성 있게 자신의 뜻대로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흰독말풀은 고개를 쳐들듯 하늘을 향해 꽃송이를 꼿꼿이 세우고 피어난다. 꼭 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우리에게 당당하게 너의 삶을 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각자의 개성대로 살아도 좋다고 괜찮다고 전한다.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

 

그림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그림 처방사, 김선현의 <그림 처방전>은 힘든 상처를 외면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똑똑똑 두드린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보며 아픈 마음을 회복하고 내가 나 자신을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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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처방전

- 나는 왜 이 그림에 눈길이 머무는 걸까? -

 

 

지은이

김선현

 

출판사 : 블랙피쉬

 

분야

인문>심리

 

규격

150*210mm

 

쪽 수 : 264쪽

 

발행일

2019년 11월 06일

 

정가 : 17,500원

 

ISBN

978-89-6833-234-0 (03180)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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