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완벽한 곡의 체화를 이뤄내다: 최인 기타 리사이틀

최인의 기타 리사이틀
글 입력 2019.11.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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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장에서 나누어준 최인의 사진

 

 

얼마 전 티비에서 가수 윤종신씨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하는 장면을 보았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은 너무나 많은데, 가사를 이해하고 그 감정을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가수는 보기 드물다고 말이다.

 

클래식음악 유튜브 채널인 ‘또모’에 등장한 쇼팽콩쿨 입상자인 임동민 피아니스트 또한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건넨다. 음악은 늘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위한 포인트를 잘 살려야 한다고.

 

이렇듯 많은 음악인들이 강조하고 이야기하듯이 음악에 있어서 감정의 표현과 곡의 해석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관객들은 연주를 통해 곡이 말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전달받고 그것을 느끼기 위해 음악을 즐기러 간다. 만약 연주자 혹은 가수가 곡의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기계적인 ‘감정의 모방’만 하고 있다면 잘은 몰라도 무의식적으로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좋긴 좋은데, 뭐지?

 

이런 점에서 흔히 말하는 싱어송라이터는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을 것이다. 직접 만든 곡을 직접 부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그 곡의 감정와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곧 관객들의 만족과 감동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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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의 기타 리사이틀의 연주 리스트는 모두 그 스스로 작곡을 한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 싶어 작곡을 시작했다는 그는 그 목표를 충분히 이뤄낸 듯 보였다.

 

그는 기타 연주를 통해 특정한 장소, 시간, 사람과의 관계를 표현했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어떤 곡일지 가늠이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연주를 시작하는 순간, 말하고자 하는 모든 장면과 감정이 저절로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연주의 첫 순서는 ‘서(書)’였다. 서예라는 동양문화의 정수에서 영감을 얻어 음악적으로 풀어내었다고 한다. 이 첫 곡을 듣는 순간, 그가 얼마나 섬세하게 곡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서’의 초반부는 특정한 멜로디가 있기보다는 음과 음 사이의 틈이 넓고 여유가 있었다. 마치 서예를 하기 전 꼭 거친다는 명상의 과정처럼 느껴졌다.

 

명상 속의 정적과 호흡의 흐름을 기타 줄만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기타 몸체를 두드리는 방식을 통해 관객들을 집중시키며 마치 먹을 갈고 붓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표현했고 후반부에는 초반보다 빨라진 멜로디와 끊길 듯 끊이지 않는 음들을 통해 서예가의 절도 있고도 유려한 붓 놀림을 놀랍게도 명확하게 표현해내었다.

 

또 다른 곡 ‘Blue Hour’는 해가 진 후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기까지의 시간을 표현한 곡이다. 그는 이 시간이 되면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추억하게 된다고 말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연주를 들었다 해도 선선한 밤바람을 맞는 듯 서늘하면서도 기분 좋은 음들은 저절로 있지도 않은 누군가를 아련하게 추억하게 만들었다.

 

아직 낮의 기운이 조금은 남아있어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빛의 따뜻함과 밤이 다가와 사그라드는 빛의 차가움이 어우러지듯 조화를 이루던 연주는 그의 표정을 보자 얼마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고 있는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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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최인의 연주는 행복함 그 자체였다. 그는 매 곡을 연주할 때마다 눈을 감고 잔잔한 미소를 띠며 곡들을 이어갔다. 그 여유와 진지함 그리고 확신에 찬 행복한 미소는 곡을 완벽히 이해하고 표현해내는 자의 것이었다.

 

직접 작곡한 곡이기에 그의 연주에는 굳이 말로 구구절절 풀어내지 않아도 제목과 연결되는 직관적인 느낌들이 있었다. 그의 감은 눈 뒤로는 작곡하는 동안 보았던 풍경, 상상했던 상황들이 잔잔히 지나가고 있는 듯 했다.

 

최인의 기타 리사이틀을 통해 나는 음악가가 곡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표현해내는 것의 힘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그 어떤 화려한 기교나 웅장한 합창보다 그의 연주가 더 강력하게 느껴졌던 것은 손 끝에 담겨 기타 줄 위에 부드럽게 녹아 들던 잔잔한 진심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어질 그의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날 날을 기다려본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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