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객, 故 김광석 그는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글 입력 2019.11.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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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이 비가 그치면, 이제 정말 추운 겨울이 시작되리라 생각했다. 비를 헤치고 도착한 대학로 SH홀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오랜만에 찾은 SH홀은 그동안의 세월을 가늠하듯, 요즘의 세련된 공연장과는 다르게 조금 빛바래 있었지만 따뜻하고 아늑했다.

 

그래서 더 故 김광석 공연과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비가 많이 와서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빗나갔고, <우리들의 사랑>처럼 중장년층의 관객이 현저히 많았다. 단체로 친구들과 무리지어 공연을 보러온 분들이 많아 공연 시작 전부터 이미 분위기는 들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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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은 이 공연의 제목이기도 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었다. 밴드의 연주가 함께 어우러진 이 곡을 시작으로 가객 김광석을 닮은 듯한 <이풍세>역의 박형규님의 통기타, 하모니카 연주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흐르며 공연은 본격적으로 흘러간다.

 

 

<시놉시스>

 

제19회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팀 금구대학교 동아리 밴드 '바람' 멤버들은 밴드 활동을 하며 대학시절 꿈과 사람 그리고 우정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멤버들에게는 자신들의 인생에서 꿈을 꾸고 노래를 하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멤버들은 밴드 활동을 평생 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군대, 취직, 결혼, 육아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자 바람 밴드는 자연스럽게 유명무실화된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무미건조한 일상에 완벽하게 적응해 살고 있는 멤버들은 문득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을 돌릴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 밴드 멤버들은 누군가의 편지가 라디오 DJ의 목소리로 나오는 것을 듣게 된다. 그리고 라디오에선 지금은 폐지된 MBC 대학가요제를 추억하는 DJ의 이야기와 함께 제19회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바람 밴드의 '와장창!'이 흘러나온다.

 

    

김광석을 존경해 마다치 않는 <이풍세>라는 인물과 그가 몸담은 밴드의 멤버들이 주가 되어, 걱정 없이 화려하고 행복하기만 했던 지난 학창 시절을 지나 나이를 들어감에 앞날을 걱정하며 나와 내 가족의 안녕을 위해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에 마음이 고달프다.

 

흔히들 말하는 우리나라의 금수저, 은수저가 아니라면 모두가 겪었을 인생의 다양한 고민거리들이 故 김광석의 명곡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조금 더 특별한 건 김광석 세대 때의 이야기들이 곁들여 져 있다는 점이다.

 

극에는 민주화 항쟁 당시의 상황도 녹여져 있었는데 그때 불리는 “부치지 않은 편지”라는 노래를 들으며, 많은 사람의 울먹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건 아마 우리 세대가 가늠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 때 당시의 시대상황을 다시금 떠올리며 많은 생각이 들었을 거라는 짐작만을 해볼 뿐이다.

  

다양한 형태의 시간을 지나 문득문득 삶 속에서 걱정 없던 그때를 그리워하는 건 비단, 극의 주인공인 그들뿐만은 아니다. 적어도 그 공간에 함께 있던 우리는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내 것에 책임을 져야만 하고 살아내야 하는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현실에 가끔은 슬프기도 하고, 가슴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얹혀져 있는 듯한 무게를 느끼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살아낸다. 살아내고 살아간다. 그 녹록지 않은 힘든 삶 속에서도 소소한 각자의 기쁨과 행복을 음미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힘을 내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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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의 마지막도 그렇다. 현실은 쉽지 않지만, 어릴 적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들은 다시 한 번 뭉친다. 다시 모인 “바람밴드”의 첫 콘서트의 시작으로 이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그들의 얼굴에 가득했던 웃음처럼 유쾌하고 기쁘게 살아가고자 한다.

  

지금도 여전히 그를 많이 그리워하는 나를 비롯한 많은 관객은 이내 공연이 끝나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연신 앵콜을 외쳤다. 김광석의 명곡을 들으며, 더욱 신나게 그의 노래를 열창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긴다. “일어나”, “먼지가 되어”, “그날들”, “사랑했지만” “어느 60대 노부부이야기” 등의 주옥같은 명곡들이 그의 빈자리를 메우며 울음 섞인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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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광석의 살아생전 음성이 공연의 중간 즈음, 스크린으로 전해졌다. 마흔이 되면 오토바이를 하나 장만해서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던 나지막한 그의 음성이 결국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고 씁쓸했다.  

 

 

마흔살이 되면 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마흔 살 되면 오토바이 하나 사고 싶어요. 할리데이비슨 멋진 걸루~ 돈도 모아 놨어요. 얘길했더니 주변에서 상당히 걱정하시데요. '다리가 닿겠니?'
 
그거 타고 세계 일주 하고 싶어요. 괜찮겠지요? 타고 가다가 괜찮은 유럽에 아가씨 있으면 뒤에 태우고, 머리 빡빡 깎고 금물 막 이렇게 들여가지고~ 가죽바지 입고~체인 막 감고~ 나이 40에 그러면 참 재미있을 거 같아요
 

- 김광석 인생이야기 중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그의 콘서트 영상 속, 김광석은 늘 객석을 바라보며 관객 한 명 한 명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많은 이야기를 한다. 관객은 그의 말을 놓칠세라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언제나 그렇듯 그는 시끄럽지 않은 담백한 어투로 우리를 위로하고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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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곳곳에 스며 있는 故 김광석의 삶과 그것을 대하는 김광석의 답이 좋다. 꿈에 대한 소중함을 읊조리는 그의 음성을 오늘날 실제로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극 중 “괜찮아요 힘들면 천천히 걸어가면 돼요.”라는 대사가 있다. 이 또한, 故 김광석의 음성으로 듣고 싶은 말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과 원하는 곳에 이를 수 있을까라는 주인공의 고민에서 김광석의 살아생전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어차피 그래도 살아가는 거,재밋거리를 찾고 살아가야 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해요.”


- 김광석 콘서트 중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소중한 사람과 나는 그를 만나러 갔고, 그곳에서 오랜만에 그의 생전의 소박하지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감동을 선물 받았다. 언제까지나 그가 전해오는 많은 노래와 이야기는 우리에게 늘 벅찬 감동과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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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 가장 김광석다운 뮤지컬 -


일자 : 2019.11.15 ~ 2020.01.05

시간

11.15 ~ 11.29

화/수/금 저녁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

 
11.30 ~ 12.29
화/수/목/금 저녁 7시 30분
토 오후 4시
일/공휴일 오후 4시
12.25 오후 4시
 
12.31 ~ 01.05
화/목/금 저녁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01.01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SH아트홀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40,000원
 
기획/제작
LP STORY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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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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