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을 쓰기가 어렵다. [사람]

글에 마음을 싣자, 그 정도면 충분하다.
글 입력 2019.11.23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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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가 참 어렵다. 강의 시간이나 카페 같은 곳에 와서 낙서를 할 때에는 정말이지 그렇게 쉽게 써지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쓰려고 하니 한 글자 쓰기가 이토록 버거울 수가 없다.

 

칼럼 하나 기고하는 데에도 이토록 많은 시간이 드는데, 책을 한 권 쓰기까지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지 결코 엄두조차 낼 수가 없다. 이제까지 나도 모르게 대충 읽고 말았을지도 모를 저서의 작가 분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으나, 나의 경우에는 글을 쓸 때에 구조나 제목, 주제 등을 미리 정해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한 글자를 적기 시작하면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한 번에 써내려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주제는 또렷이 나타나 있고, 제목을 무엇으로 할지에 대한 확신도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글을 건성으로 적거나 하지는 않는다. 첫 한 글자를 적기까지 나에겐 대단히 많은 시간이 든다. 그리고 지금은 마감을 하루 앞두고 있는데도, 그 한 글자를 적기에 실패했다.


글을 읽고 쓰기가 무엇보다 가슴 설레는 일이었는데도, 지금은 왜 이렇게 글이 꼴 보기가 싫은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런 스트레스 받는 일을 왜 행복하다고 느꼈을까.

 

 


글은 정성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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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 국방의 의무를 지어야만 하고, 나 역시 대부분의 남자에 해당했다. 지금은 군인들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지만, 내가 있던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은 휴가가 아니고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외부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주요 수단은 전화와 편지였다.

 

나는 어쩐지 전화보단 편지가 마음에 들었다. 분명히 편지에 비해 전화는 훨씬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더 많은 정보 전달이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지는 그 자체가 지닌 아주 커다란 장점 하나만으로 내게 있어 전화보다 우선순위가 되었다.

 

편지는 글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글을 작성하는 것은 똑같은 내용을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더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고, 이는 곧 내게 있어 편지가 그 사람의 마음을 더욱 느낄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아트인사이트에서도 많은 글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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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기고할 때, 글을 쓰는 동안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맞춤법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가독성이 떨어지게 작성하지는 않았는지,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곤 한다. 그간 많은 글을 읽으면서 내가 느껴왔던 마음들이 내가 작성한 글을 읽는 이들에게도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지 못했을 경우, 행여나 내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글을 기고하지 않을 때에도, 종종 다른 이들의 글을 읽기 위해 아트인사이트를 방문하고는 한다. 조금만 읽어 보아도 술술 읽히고, 잘 썼다고 느껴지는 글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글들도 있다. 그래도 그 글을 쓰기까지 고생했을 이들의 노력은 가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종종 스스로가 작성한 글들을 읽어보기도 한다. 어느 부분은 괜찮았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또 어느 한 부분은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는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쓴 글 자체를 사랑한다. 그것을 쓰기까지의 수많은 생각과 고민이 담겨있으니까. 어쩌면 글을 잘 썼든 못 썼든, 글을 썼다는 것 자체가 값어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

 

글이 잘 쓰이는 순간이 있으면, 글이 잘 쓰이지 않는 순간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글을 쓰자. 글이 질적으로는 변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글에 마음을 싣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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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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