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자서” 시리즈 : 누구나의 고독함, I Feel YOU? MYSELF! ① [여헹]

내 생일을 아르헨티나에서 혼자 보내다
글 입력 2019.11.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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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 내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온전히 내 스스로의 삶을 느껴볼 수 있었다. 과거를 뒤돌아봤고, 미래를 생각해 봤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지 되뇌어 보았다.

 

기차에서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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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니는 여행의 좋은 점은 말을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도 대답해 줄 필요가 없다.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가 없다. 그래서 누구도 내 생일을 축하해 줄 수가 없었다. 나 말고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어쩌다가 페이스북 친구가 됐고, 어쩌다가 페이스북 생일 알람을 보고 왜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물어봐도 “그냥!” 한마디면 다 지나간 이야기가 된다. 그들도 나를 구태여 챙겨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 사건은 스쳐 지나간다.

 

생일의 상징은 케이크다. 아니, 생일 축하의 상징은 케이크다. 1인분이면 충분했다. 누군가 게스트하우스의 부엌에서 큰 케이크를 놓고 먹는 내 모습을 봤을 때, 돌아올 관심이 너무나도 귀찮았다.

 

아침으로 간단하게 내 케이크를 챙겨 먹고, 혼자 여기까지 살아온 나를 조용하게 축하해주고, 온전히 오후 한 시부터 여덟 시까지 창 밖을 바라보게 되는 일곱시간 기찻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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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여행 중에서 처음 타 보는 기차였다. 여행을 떠날 때, 각자의 버킷리스트가 꼭 있다. 나에게 기차여행이 그러했다. 기차가 있는 구간이라면, 다른 교통수단을 다 제쳐 두고 꼭 기차를 탔다. 기차의 종착역이 내 다음 행선지가 되어 버리기도 했다. ‘로망’이라고도 한다.

 

내 로망에 대해서 생각했다. 배낭을 메고 그 지역 사람들도 잘 모르는 시골마을 곳곳을 누비는 것, 그리고 마음에 드는 마을이 있다면 괜히 또 그 곳에 사는 척 오래 머물러 보는 것, 취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소믈리에가 되어 보는 것, 그리고 그 술을 위한 여행을 해 보는 것, 여행에서 만난 언어를 완벽하게 배워보는 것, 전부 여행과 관련된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내 집에 대해서 생각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엄청 큰 내 서재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서재 가운데에 러그를 깔아 놓고 뒹굴면서 그 책들을 밤낮없이 읽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보다 호들갑 떨지 않고 묵묵히 들어줄 사람이 되어 가는 것, 즉 한층 차분해지는 것, 로망은 새삼스럽게 내가 직면해야 하는 큰 사건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금도 하려면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누군가 말리지 않는 한. 누가 나를 말리고, 종용하고, 북돋아주는 모든 상황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이 내가 여행을 계획하기 전, 처음의 나의 제 1 로망이었을지도 모른다.

 

정확하게 내 기억을 따라갈 순 없지만, 아마 그랬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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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면서 생긴 혹은 깨닫게 된 내 습관이 하나가 있다. 멍하게 아무것도 생각하는 듯, 생각하지 않는 듯 눈을 뜨고 앉아있거나 서 있는 것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유명한 다리인 ‘여인의 다리’. 여기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잊어버리는 것도 그 때의 나를 존중하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들키고 싶지 않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갈 때가 있으니까. 그런 것 치고는 참 오래 머물렀던 곳이다. 마냥 분홍빛의 석양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의 집의 노을은 어땠는지 떠올려봤다. 기억나지 않았다. 자세히 보려고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여행을 다니면서 생긴 습관이 하나가 있다. 멍하게 아무것도 생각하는 듯, 생각하지 않는 듯, 눈을 뜨고 앉거나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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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서 꽤나 잘 노는 사람이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찍은 사진들을 되돌려 보면 곳곳에 동물들이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은 단맛이었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단맛을 여기서 찾았다. 아르헨티나의 잼, 둘세데레체 (dulce de leche)가 내 입맛을 설명하기에 딱이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발길 닿는 대로 가다 보면 나는 계속 서점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구름을 좋아했다. 구름과 같이 지내던 마을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였다. 나는 22년만에 내 집을 떠나오고 나서야 나를 설명할 수 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길게 이동하는 시간이 주어지면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 않고 마냥 밖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일부러 오래 걸리는 노선을 택하기도 했다.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넉넉하게 준 26시간의 버스 여행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전부터 그랬던 사람이었는데, 이제서야 깨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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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다닌 그 순간까지도, 내가 밟고 지나온 보도블럭 하나까지도, 결국은 나와 누군가를 잇고 있다. 마치 점잇기와 같다. 내 생일에는 항상 북적북적했었다. 꾸역꾸역 먹어야 했던 케이크가 한 달이 넘게 냉동실에까지 남아 났다.

 

내가 혼자 보냈다고 믿었던 그 생일마저도 사실 핸드폰은 생일축하연락으로 가득 찼다. 시차라는 핑계와, 여행중이라는 핑계가 답장을 어서 해야 할 의무를 가볍게 해주었다. 그냥 그 모든 것들을 살짝 걷어내 봤던 그 날들에 나는 그 어느 날보다 나를 생각했던 내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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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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