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떻게 무뎌질 수 있나요 [사람]

꽉 쥐고 있지 말고 살짝 헐겁게
글 입력 2019.11.1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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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자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남자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분류할 때 여자는 감정적이고 남자는 이성적인 것, 여자는 예민하고 남자는 둔감한 것으로 분류하는 것 같다. 명확히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신할 순 없지만 대개들 성에 대해선 이렇다고 단정 짓는다. 이 특성에 대해 동의하는 바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 나는 감정적인데 반해 둔감한 편이다. 감정적인 것은 여성적인 특성인데 반해 둔감한 것은 여성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에 나는 내가 예민한 편인 줄 알았다. 툭하면 눈물샘이 터지고 힘든 일에는 참을성이 부족했다. 근데 이건 예민한 것과는 달랐다. 그냥 감정적인 부분이었다. 내가 둔감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흔히들 여자들이 소문에 빠르다는데 거기서 알게 되었다. 그 소문의 끝은 돌고 돌아 나였다. 남녀 간의 썸씽이 있었던 것을 여자애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 미묘한 기류를 눈치채지 못하고 뒤늦게서야 안 것이었다. 또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 하면 다른 아이들은 아는데 나는 잘 모르고 있었던 상황이 있기도 했다. 이는 내가 무신경해서 아니면 거기에 관심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냥 그만큼의 예민함이 다른 여자친구들에 비해 덜 가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예민과 둔감 사이에 화살표가 있다면 나는 둔감쪽에 가까운 사람이랄까?

 

예민하기에 눈물이 많다고 내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했는데 오히려 나는 아픔을 금방 잊어버리는 사람인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어디선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눈물이 많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금방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엄마와 언니랑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편인데 엄마도 언니도 자주 몸이 많이 아픈 느낌이다. 물론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머리가 아프다든지 몸이 콕콕 쑤신다든지와 관련된 잔병 치레가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엄마와 언니는 완벽주의자다. 사범대를 졸업한 공통점이 있는 그들은 항상 걱정을 달고 산다. 무슨일이든지 계속해서 하지 않으면 불안해 보이는데 그것 때문인지 항상 그들 자신의 인생에서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도 그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는다. 따라서 둔감하고 여유롭게 사는 내가 약간의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엄마, 언니와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왜 자꾸 그리고 자주 둘 다 머리가 아픈 걸까란 고민을 해 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그냥 둘 다 조금 더 남들보다 센시티브 하다는 것이었는데 그건 그냥 부수적인 것에 불과했다.

 

*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남자애들의 철없는 말과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나는 어른이 된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철없는 말과 행동을 되뇐다. 몸과 마음이 아프고 힘든 순간들이 있을 때마다 혹은 약간의 걱정이 되는 때에 이렇게 속으로 말이다. "어떻게든 될 거야. 어떻게든." 어떻게든 된다는 것. 정말 무책임한 말이다. 항상 불안함에 예민했던 내가 이 생각을 하게 된 순간부터는 여유 있어졌다. 그러면서 내 행동도 여유 있어졌다.

 

대책 없이 사는 것을 나는 지향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만의 기준이 있기에 누군가 날 보면 왜 이리 여유롭게 살아 할 수 있다. 혹은 어떤 이는 나를 보고 왜 그리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미친 듯이 매달려서 살고 있지 않다. 무언가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부터 어떻게든 내 인생은 계속해서 흘러가기 때문에, 이것이 꼭 아니더라도 다른 것이 있기 때문에 나는 계속되는 생각의 회로에 갇히지 않는다.

 

예전에 나는 내 나름대로의 열정을 통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정신적인 압박이 있었고 그 순간들 같은 경우 예민한 마음이 강해져 본래의 문제는 내게 있는 것이 아닌 데도, 주변의 상황적인 것 때문일지라도 스스로 나에게 상처를 주곤 했다. 상처는 정신건강을 해롭게 했고 틀에 갇힌 사고를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쓸데없는 걱정을 버리고 흘러가는 상황에 맞춰 현실에 집중을 하고 마음을 편히 먹으니 내 삶은 한층 더 풍요로워졌다. 그리고 그러한 내 생각을 바꾸니 처한 상황에서 자신감이 생겼고 오히려 많은 일들이 좋게 풀려가는 행복을 맛보았다. 이러한 상황들을 겪고 나니 쓸데없는 마음의 걱정과 무언가 손에 쥐려고 노력하면서 많은 욕심을 내는 것은 내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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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래에 대한 걱정, 돈에 대한 것들이 있기에 나는 적당한 선에서 불안한 마음을 살짝 쥐고 살 예정이다. 약간의 느슨함과 긴장감이 공존하지만 여유로운 마음. 원래 성향 자체가 둔감한 내가 그렇게 살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조금은 더 쉬운 걸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원래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너도 이렇게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해봐!" 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선천적 성향이 센시티브한 사람들은 그것을 고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면 그러니까 나처럼 타고난 성향이 둔감한 편이라면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흘러가는 상황에 몸을 맡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음을 편히 먹도록 노력하세요."란 말도 그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천적인 그 자체의 성향이 예민한 경우, 해소할 수 있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한다면 어떤 식의 생각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았을 때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완벽해지지 말자. 완벽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일에 완벽함을 추구하기에 하루는 짧다. 중요한 것은 집중을 해야겠지만 그 밖에 것들은 조금은 덜 신경 써도 괜찮다는 것이다.

 

미래에 올 것들에 대한 생각은 절대 하지 말자.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프다. 할 것들을 생각하고 과정을 생각하는 정도로만 해야지 결과는 생각하지 말자는 말이다. 그것이 바로 걱정이 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쉴 틈을 주자. 또 사람마다 쉬는 것에 대한 개념이 다르기에 쉴 때는 정말 내가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쉰다고 해서 몸을 쉬게 하는 사람이 예민한 성격이라면 쉬는 것에 대한 불안감으로 제대로 못 쉬게 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또 다른 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적당한 쉼,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쉬는 정도를 찾는 것 또한 중요하다 생각한다.

 

 

조금은 두루뭉술하게 말을 해보자면 헐거운 느낌을 나 스스로에게 줘보자는 것이다. 내 마음을 너무 꽉 쥐지 말고 사람마다 쥐는 힘은 다르니까 자신에게 맞춘 헐거운 느낌을 찾아서 그렇게 줘보자. 일이든 사랑이든 인간관계든 꽉 쥐고 산다 해도 가져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생각대로 이루어질 일은 어떻게든 이루어지고 포기했던 일들을 때로는 운 좋게 내 손에 쥘 수 있는 순간들이 온다. 나는 이것을 경험했기에 더 확신을 가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자신의 성향 혹은 성격이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쪽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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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쥐려 하지 말고 느슨하게"

 

 

이런 생각으로 조금은 무딘 사람이 된다면 삶에서 일보다도 중요한 인간관계에 대한 많은 장점 또한 생긴다. 인간관계에 쏟던 내 많은 것들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면서 내 삶은 한층 더 여유로워지는 것이다. 또한 여유로운 사람은 인간관계에 있어 더 쉬워진다. 미리 계산되지 않은 생각일 테니 굳이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안 하니느 만 못한 행동들이 줄어들어 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뎌지는 것, 생각에 따라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힘들었을 하루 조금이나마 생각을 멈추고 쥐고 있던 마음을 좀만 풀어보면 어떨까. 아무런 감정도 더 이상 소모해보지 말고 그냥 흐름에 맡겨보다 보면 내 안의 몰랐던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거나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것이 쥐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허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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