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이 되었다. 화구 정리 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다. 좀 쉬자고, 점심 먹자고 다들 모였다. 의자 없이 천막으로 햇빛만 겨우 가린 자리에 20명 남짓 앉아 있었다. 나가서 먹고 온다는 사람도 있었고, 음식을 싸온 사람도 있었다. 사오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은 자리에앉아서 먹을 예정인가보다. 나는 어떡하지.. 정리하면서 팀원 그림을 흘긋 보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어떤 상인 분이 '언니~! 와서 먹어!!' 나를 보며 손짓하고 소리쳤다. 지난 번에 인터뷰한 분인지, 다른 분이지는 모르겠다. 당황해서 얼른 뛰어갔다. 갑자기 불러서 놀랬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이게 바로 한국인의 정이라고 부르는 걸까) 십시일반 음식을 차려서 나눠 먹었다. '하더라도 밥은 먹고 해~'라며 우리에게도 한입 씩 두 입 씩 나눠주셨다. 팀원 네 명이 있었는데, 만두 한 개, 고구마 한 개, 요구르트 하나, 빵 두어개를 챙겨주었다. 남아서가 아니라 모자라서가 아니라 있으니까 같이 먹는 것이었다.
'여기 앉아서 먹어~'라고 자리까지 내어 주었다. 쑥스러운 나는 어색하게 손바닥으로 친 돗자리 빈 공간에 앉았다. '실례합니다.' 그저 얻어 먹기만 하기엔 민망해서 한 손으로 빵을 먹고, 다른 손으로는 그림을 그렸다.
눈 앞에 사과 박스에 들어 있는 빵, 다른 나물 반찬들. 여러 명이 가져온 음식이라 정말 종류가 다양했다. 밥과 파김치, 멸치 볶음 등의 반찬을 갖고 온 분도 있었고, 간단한 김밥이나 빵을 사온 사람도 있었다. 어디서 된장국도 보였는데.. 바나나나 사과, 자두 등 과일도 있었다. 그래서 나도 눈 앞에 다양한 위치에 놓인 다양한 음식들을 그렸다. 한 움큼씩. 그리는 중에도 통 위에 반찬이 담긴 종이컵도 잠시 머물렀다가 갔다. 생수통도 있었다. 음식들 위치가 계속 바뀌었다. 한 입 노나주고, 먹고, 다 먹어서 치우고, 새로 꺼내고 등등.
어수선한 가운데 그리니 또 재미있기도 했다. 눈치 없는 생각이지만- 왠지 소풍 나온 느낌도 들고. 게다가 다양한 이야기가 들려서 재미있었다. 다 기억하지 못하는 게 한이 될 정도로.
"밥먹을 때 다 같이 먹어야 해~"
"누구는 어디 갔대?"
"침 맞으러 두 명 갔는데, 아직 안왔어."
"고양이 밥도 줬어."
“이건 어디서 산 거래?”
“언니, 이것 좀 먹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