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치유미술관을 방문하다 [도서]

글 입력 2019.11.12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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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난생 처음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혼자! 첫 여행지는 영국 런던이었다. 그 다음은 파리, 바르셀로나, 피렌체 그리고 로마까지. 혼자 여행하는 것도 처음인데 유럽여행도 처음이라니. 여행은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무척 뿌듯한 경험이었다.
 
첫 유럽여행의 테마는 예술이었다. 유럽은 예술의 나라들로 묶여있다. 필자 스스로 생각하기에 국가에서 예술을 무척 애정하고 아끼는 것이 보인다. 그들에게 예술작품은 보물이며 재산이고 관광객을 모으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국가에서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랜드마크이다. 더불어 학생이 예술을 공부하거나 방문하기에 좋은 곳도 바로 유럽이다. 학생인 신분이 확인되면 무료입장이거나 할인된 가격으로 예술을 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유럽 학생들이 처음으로 부러웠다.
 
각설하고, 유럽 여행을 다녀온 입장에서 도서 <치유 미술관>은 매우 반가운 책이다. 유럽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온 작품을 책이나 미디어같은 매체로 다시 접하면 왠지 모르게 신이 난다. 이제 유럽에서도 한국인 방문객이 많이 늘었기 때문에 미술관에서 한국어 안내책자나 오디오 가이드가 비치되어 있다. 덕분에 현지에서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작가의 생애나 작품의 설명을 간략히 접할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한 배경과 작품을 향한 찬사 혹은 비판을 접할 수는 있었어도 작가의 심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 자서전을 쓰지 않는 이상 그들의 심리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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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도서 <치유 미술관>은 ‘문제화가들’을 책 속으로 소환해 상담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여 작가들의 심리를 가상으로 파악하고 진단하는 점이 흥미롭다. 책의 저자 김소울씨는 미술과 미술 치료를 공부했다. 미술 치료 임상 경험이 차곡차곡 쌓아 다양한 갈등을 겪고 있는 내담자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여전히 힘쓰고 있다고 한다.
 
<치유 미술관>은 가상공간인 ‘소울 마음 연구소’의 내담자 일지를 묶었다. 닥터 소울을 찾은 화가 내담자로는 뭉크, 드가, 마네, 르누아르, 모네, 고흐, 칼로 등 한국인들도 익히 들어봤을 작가들도 있지만 젠틸레스키, 로트렉, 모리조, 쉴레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들도 있었다. 수록된 15명의 일지 중 2명 정도를 제외하고 모두 런던이나 파리 미술관에서 직접 작품을 보고 왔다. 특히 파리에서 클로드 모네가 여생을 보낸 지베르니를 다녀오고 나서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모네의 연작 <수련>을 봤을 때는 알 수 없는 감동적인 느낌도 받았다. 이렇게 후대의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작품에 대한 사랑을 받는 화가들이 살아있을 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15명 대부분이 겪고 있던 병이 우울증이었고 각자 삶에서 켜켜이 쌓인 상처를 뿜어낼 수 있었던 유일한 쉼터가 바로 그림이다. 지위가 각기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그들은 그림을 그릴 줄 알았고 그런 자신의 능력을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그들 자신이 스스로의 운명까지 사랑하기는 힘들었으나 분명 그림이 그들을 조금씩 치유했을 것이다. 문제를 그림으로 통해 직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겠지만 이들은 결국 문제를 눈으로 직시하였다는 게 중요하다. 이미 과거의 인물들이고 그들이 겪었던 상황들이 우리가 똑같이 겪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감정만큼은 간접적으로나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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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어느 책을 읽었다. 책의 작가는 기분부전장애를 앓고 있었고 자신이 상담하던 일지를 묶어 책으로 발표했다. 스스로 예쁘지 않고 능력이 떨어진다 생각하며 타인과 본인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구속하다 결국 정신과에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고 한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기분부전장애는 상당히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우울증의 직전 단계로 일상생활을 하다 상시로 기분이 우울해지고 한없이 무력해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를 찾아보면 얼굴이 예쁘다. 직장에 다니면서 책도 쓴 작가이다. 능력이 없는 걸까? 다른 두 책을 읽고 난 후 깨달은 바가 있다. 자신을 갉아 먹는 것은 결국 스스로이다. 본인 스스로 돌보지 않는다면 각자 살아가기 바쁜 와중에 누가 당신을 돌볼 수 있을까? 우울한 감정은 과거나 현재나 꾸준히 사람들을 괴롭힌다. 필자도 무력감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인생은 항상 행복한 것이 아니다. 흑색 세상 속에 알록달록 색깔이 묻은 무지개를 보기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소박하든지, 거창하든지 어떤 형태의 행복이 찾아올 지는 인생을 살아봐야 한다.
 
도서 <치유 미술관>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들의 불안정한 심리나 삶을 마주하게 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화가를 대상으로 상담하는 기법의 책은 덩달아 필자도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화가들이 일생 불행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 행복한 순간이 있었을 때도 붓을 잡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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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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