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묘하게 웃프고, 묘하게 희망적인 "인간의 흑역사"

글 입력 2019.11.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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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흑역사_표지 입체.jpg

 

 

과연 이 책의 장르는 무엇일까? 인간의 심리? 일반상식? 역사? 환경?

 

<인간의 흑역사>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의 소개란에는 '지적이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써내려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역사 강의'라고 적혀있다. 맞다. 이 책은 지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재미있다. 그리고 특별한 역사를 담고 있다. 바로 역대 인간이 저질러온 화려한 바보짓의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 역사를 뇌, 환경, 생명, 전쟁, 식민주의, 신기술 등 다양한 방면의 흑역사를 다룬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살아가며 모두 다르다고 생각했던 다양한 분야들이 '역사'라는 큰 타이틀로 묶인다는 것도 사실을 발견케 된다. 이래서 '인간은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생긴것일까? 이처럼 다양한 분야가 역사라는 하나의 타이틀로 이어지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더욱 흥미를 유발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일어났지만 없었으면 하는 일이나 잊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던 과거를 '흑역사'라고 부른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오늘은 내일의 흑역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수 많은 흑역사를 계속하여 만들어가고 있고, 그렇게 흑역사는 인간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이전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떠한 흑역사를 생성했을까? <인간의 흑역사>를 통해 본 과거 인간들의 흑역사는 스케일이 달랐다. 앞선 에피소드들을 보며 '이보다 더 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내 자신을 비웃듯 더한 에피소드들이 뒤로 갈 수록 이어진다. 빌 브라이슨의 표현을 빌려 지구의 역사를 하루라고 친다면 겨우 자정을 1분 17초 남겨둔 시각에 등장한 인간들이 어떻게 이리 빨리도 지구를 아프게하는지 원통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저자는 주변을 둘러보라고 말한다. 실내 난방 온도 좀 적당히 맞추고 쓰레기 재활용도 좀 잘하라고도 말한다. 지금 자리에 앉아 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사람들을 바보처럼 생각하는 우리의 행동도 언제 어떻게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켜 지구를 아프게하는 흑역사를 만들지 모르니 말이다.

 

 

 

책의 재미를 올려주는 초월번역


 

책은 앞서 말했듯 지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재미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재미엔 번역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흑역사>의 원제는 다. 그리고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A Brief History of How We F*ucked It All Up"이라고 적혀있다. 영어로 봐도 임팩트가 있지만 이를 초월번역하여 <인간의 흑역사>로 만들다니. 제목부터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제 이 책을 들고 지인들을 만나면 백이면 백 흥미를 보이고 대여를 요청했다.)

 

초월번역은 표지에서 그치지 않고 책의 내용으로도 계속하여 이어진다. 마치 내가 한국 작가가 쓴 글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책의 중반부에 들어서 '이제는 인간의 흑역사를 그만 알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도 끝까지 완독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책으로부터 위로를 받다.


 

그저 조금은 독특한 역사책이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 이 책으로부터 어이가 없게도 위로를 받아버렸다. 인간의 흑역사를 기록한 책에서 말이다. 사실 그 이유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바보같은 실수를 만들어내고, 후회스러운 일들이 반복되어도 그러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일까? 아니면 저자의 마인드가 나와 비슷해서 그런 것일까?

 

나는 생각과 고민이 많은 편이다. 이 생각과 범위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데, 이들의 결말은 항상 '그래서 어떻게 될까?'로 귀결된다. 최근들어서는 돈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지금의 사회는 어떠한 모습이었을지, 인간이 만들어낸 수 많은 것들이 발명되지않고, 발견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랬다면 지금의 지구는 어떠한 모습일까. 현재 세상에는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은 자연을 아프게 한다. 이중적이고 모순적이기도 한 이러한 결과들을 마주할 때마다 인간에 대한 환멸감과 회의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은 책 속의 다양한 흑역사와 그 결과들으 통해 다시 한 번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책은 인간이 저질러온 흑역사를 단순히 알려준다기 보다는 그래서 그 실수들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춤과 동시에 인간이 얼마나 오랜 기간동안 낙관과 방관, 그리고 과신으로 세상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시원하게 이야기한다.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 동시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명확히 짚어주는 부분에서 동질감과 함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부분들이 합쳐져 위로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일까?  이처럼 명확치않고 두루뭉술한 느낌의 위로는 처음이다. 보도자료에 낯부끄러운 실패사지만 묘하게 희망적인 것이 이 책의 힘이라더니, 그 희망을 위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

 

지금이 지구의 역사상 네 번째 멸망에 들어섰다고 한다. 공룡이 없어지듯 인류가 없어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간이 만들어온 흑역사는 어떻게 될까? 영영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설까? 아니면 어떻게든 기록이 남아 우리 다음으로 지구에 살 존재들에게 전해져 비웃음과 교훈을 전해줄까?

 

어떠한 일을 행하기 전 인간은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시물레이션을 진행한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결과가 항상 생각하는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결과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정도로 안 좋을 수도 있다. 지금 이 책을 통해 과거사람들의 실수를 읽으며 통탄하고 멍청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은 우리도 같은 인간이기에 계속하여 흑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기에 자만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자만이 미래 존재들에게 비웃음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바뀔지도 모른다고. 과거를 통해 배우기 시작할지도 모르며 어쩌면 지금까지 한 이야기들은 다 과도한 비관일지도 모른다고. 사실 인류는 지혜와 분별력을 점점 키워가고 있으며 우리는 바보짓이 사라질 새 시대의 여명에 사는 행우아들일지도 모른다고. 더 나아가 우리는 과거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리고 제발,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내 문제도 아닌데 뭐"라는 생가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닌, 나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지금까지 인류가 지나온 궤적들을 돌아보며, 그 곳에서 조금이라도 배우고, 배웠기를 바란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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