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손 끝을 타고 여행하는 선율의 이야기: 최인 기타 리사이틀 [공연]

기타리스트 최인의 기타 리사이틀
글 입력 2019.11.0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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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6년인가 7년 전 나는 기타를 배워보겠다며 나섰다. 처음부터 큰 흥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워낙 악기를 좋아했고 마침 주변 지인이 기타와 동영상 강의 CD를 빌려준다기에 흔쾌히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줄은 톡톡 건드려보면 손쉽게 소리가 딩딩 울리던 기타는 피아노만 쳤던 나에게 신선하고 낯선 악기였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다음 날 CD동영상을 컴퓨터로 틀어놓고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시작은 수월했다. 아주 기본적인 코드를 집는 법들을 알려주었다. 손가락 끝이 아파오긴 했어도 곧 굳은살이 생길 테고 화려하게 연주를 하는 나를 상상하면 그 정도쯤은 참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기초 중의 생 기초를 버벅거리며 따라 하길 며칠이 지났을까. 나는 너무나 큰 산에 부딪히고 말았고 그 이후로 다시는 기타를 배우겠다며 도전하지 않았다. 물론 기타도 곧 반납했다. 그 높고 높았던 산은 바로 내 신체적인 문제였다. 손이 너무 작아서 코드를 잡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날 이후부터 나는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손을 보곤 했다. 손이 커 보이면 역시 그렇지-했고 손이 좀 작아 보이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더 이상 기타를 직접 잡을 기회는 더 이상 없었고 음악 속 선율의 일부분으로 나마 접할 뿐이었다.

 

싱어송라이터들의 공연을 볼 때면 그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기타의 하모니는 기타가 그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때로는 목소리와 함께할 때가 아닌 기타 홀로 연주되고 있을 때 더욱 빠져들며 이런 생각을 했다. 기타만 연주하는 단독 콘서트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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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 마침내 내가 꿈꿔오던 기타 연주가 열린다. 11월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최인의 기타 리사이틀 ‘Traveler’이다. 그는 독보적인 정통 클래식 연주자이다. 그런 그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작곡을 시작했고 그렇게 탄생된 곡들을 기타 독주곡과 더블베이스 이중주로 풀어내었다.

 

최인의 곡들은 단순히 듣기 좋은 소리나 아름다운 화음의 관점에서만 만들어진 곡들이 아니다. 그는 어떠한 것이던 살아가는 삶의 요소들에서 영감을 얻고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듯 보인다. 연주곡 ‘서’는 선비의 기개를 표현한 곡이며 이를 나타내기 위해 붓의 성격과 필법, 호흡 등을 다양한 기타주법으로 표현해낸다.

 

‘석풍수’는 얼마 전 <이타미 준의 바다>라는 다큐멘터리로 개봉했던 재일 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의 작품 ‘석풍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곡이다. 동양철학과 천지인의 개념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건축물을 통해 느낀 심상들을 음악적으로 풀어내었다. ‘공간1’은 조금 특이하다. 그는 학생들이 흔히 빠지는 좋은 소리에 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해 이 곡을 썼다고 한다. 몇 개의 음들과 화성을 통해 풍부한 음색과 공간감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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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풍수 박물관

 

 

최인의 연주 영상들을 찾아보니 그의 연주는 마치 공기 속에 녹아 들어 있는 듯 했다. 가벼우면서도 진득하고 단아하면서도 통통 튄다. 쓸쓸한 파도소리가 떠오르기도 하며 동시에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의 의도대로 사연과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현장감이 전혀 없는 영상임에도 그것이 느껴진다면 실제 연주회에서는 감동이 배가 되리라.

 

 

2014년 리사이틀 트레일러

 

 

리사이틀은 독주회를 의미한다. 기타 리사이틀은 피아노에 비해 그리 흔하진 않다. 주로 노래와 함께하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더블베이스는 더욱 그렇다. 오케스트라가 아닌 더블베이스가 홀로 떨어져 나와 공연 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더블베이스를 단독의 악기로 생각하기 보다는 전체의 음악에서 일부분을 보조해주는 역할로 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인식’이 그러했을 뿐 이 두 악기의 역량이 부족하냐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 이 현악기들은 무엇보다 섬세하고 세심히 음을 완성시켜나간다. 두들기거나 누르는 것이 아닌 뜯고 문지르는 형태의 연주법은 독창적인 음색을 들려준다. 그런 두 악기가 함께하는 공연이라, 보기 드문 기회인 만큼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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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1부>
 

산, 바다
석풍수
바람과 나
작곡 최인 / 연주 최인
 

<2부>
 
공간 1•2•3
작곡 최인 / 연주 최인, 조용우
 
Blue Hour
작곡 최인 / 연주 최인
 
함께...
작곡 최인 / 연주 최인
 
To the unknown land...
작곡 최인 / 연주 최인, 조용우





최인 기타 리사이틀
- Traveler -


일자 : 2019.11.23

시간
오후 7시 30분

장소 :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티켓가격
VIP석 50,000원
R석 30,000원
S석 20,000원

주최
피셔인젤 예술기획
 
후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이용한 기타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 110분
(인터미션 : 15분)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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