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경쟁'이라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 [TV/드라마]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글 입력 2019.11.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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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방송 프로그램 중, Mnet의 ‘퀸덤’이라는 방송이 꽤나 화제성이 있었다. ‘한 날 한 시에 새 싱글을 발매할 K-POP 대세 걸그룹 6팀의 컴백 대전’ 이라는 소개 하에, 기존에 데뷔해서 활동하고 있는 여자 아이돌 가수 총 6팀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방송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이라는 포맷의 방송은 꽤 많았다. 한때 유행처럼 번진 ‘슈퍼스타K’나 ‘K-pop스타’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부터 시작해서, 기존 가수들이 나오는 ‘불후의 명곡’이나 ‘복면 가왕’ 이라던가, 노래가 아닌 연기나 춤을 소재로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너무나 많았다.

 

최근 아이돌 그룹을 선발하는 M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이 공정성 등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퀸덤’이라는 또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 제작이 알려졌을 때나 방영 초반에는 다소 부정적인 여론도 존재했다. 하지만 방영 후반부로 갈수록, TV화제성 조사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퀸덤'은 비드라마 TV 화제성 부문에서 6주 연속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끌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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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프로그램 포맷을 볼 때, 하락세인 듯 보였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이렇게 다시 인기를 얻게 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와 같은 포맷은 긴장감을 통해서 프로그램에의 몰입도를 높여주어 방송의 인기는 물론 참가자 개개인의 홍보 효과 및 채널의 부가가치 상승 또한 어느정도 보장해 준다는 특성이 있다. 시청자의 참여도 유도하며 쌍방향 소통도 이뤄진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러한 형식의 방송들은 1992년 영국의 ‘서바이버’라는 프로그램을 시초로 우리나라 뿐만 세계적으로 이 포맷을 수입하며 제작해왔고,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그야말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지만, 점점 ‘진부한’ 형식의 방송으로 여겨지기도 하며 인기를 잃게 되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 등 외국에서도 시청률 부진으로 종영하게 되는 경우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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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러한 경연 형식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있어왔다. 예전만큼의 인기는 누리지 못하며 다소 하락 추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 포맷 자체가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기에 충분히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해서 누군가는 이기고, 다른 누군가는 지고, 그 속에서 평범한 참가자가 스타가 되기도 하는 ‘드라마틱’한 요소도 너무나 잘 갖추고 있다. 화제성이 있어야하는 TV 프로그램으로서는 ‘최적화’ 된 포맷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하락세를 맞이하며, 이러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해 음악 등 예술분야의 지나친 상업화와 같은 문제 제기가 이루어져 왔지만, 그 중 가장 대두되었던 문제점은 바로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이었다. 사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 하의 완전한 ‘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학구열 높은 사회 속에서 대학 입시까지 치열한 경쟁을 지나서, 대학 속에서도, 졸업 후 취업 시장에서도, 취업 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끊임없는 경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서바이벌 프로그램 못지않은 경쟁을 하며 살아오는 와중에 텔레비전 속에서도 남들의 경쟁을 보게 되는 것은 꽤 피곤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방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연령 제한이 없는 만큼, 10대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더 어린 아이들도 이러한 경쟁에 참가하는 모습이나, 프로그램의 화제성으로 인해 이러한 경쟁 프로그램이 사회에 갖는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씁쓸한 마음이 들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또다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퀸덤’은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성공을 거두었다.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흥망성쇠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단지 ‘퀸덤’을 시청하며 ‘경쟁’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끊임없이 경쟁을 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경쟁’을 한다고 했을 때, 환멸이 나고 지겹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있어서 경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해야 하는 일이며, 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이에 대해 이러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열풍이 협력보다 ‘경쟁'에 찌든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트윗을 본 기억이 있다. 우리는 ‘경쟁 사회’에 살고있으니까, 경쟁을 하지 않고서는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느끼면서도 그 말에 동감했던 것 같다.

 

정리하자면, 경쟁은 피로한 일이며 당사자로서는 그닥 유쾌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쟁을 ‘해야만’ 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며, 경쟁을 통해 기쁨을 느낄 때도 있고 발전하기도 한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길게 나열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쇠퇴가 단지 현대인들의 경쟁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있는 이유는 경쟁이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라고 단정짓는 듯한 마무리가 되어버린 것 같고 물론 그게 다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

 

‘퀸덤’이라는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방영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정말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단순히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두고 보았을 때, 우리 현대인들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태도에는 분명 우리의 ‘경쟁’이라는 것에 대한 태도가 반영되었을 것이다. 경쟁에 지쳐버린 대학생의 넋두리 같은 글이지만, ‘퀸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생각을 하게끔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 같다.

 


[김현송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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