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예술에 관해 글을 쓰는 이유 [사람]

4개월간의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마무리하며
글 입력 2019.10.2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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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술에 관한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에 치른 중간고사 중 어떤 시험의 마지막 문제였다. 조건은 ‘수업 시간에 배운 학자들의 어록을 이용하거나 본인의 생각을 바탕으로 논술할 것.’으로 두 가지였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아서 단토가 말한 “쓰기로 마음먹기 전까지 미술작품은 일종의 미적인 몽롱함으로 남아 있다.”라든지, 마르셀 프루스트의 “예술 감상의 완성은 글쓰기이다.” 등을 떠올리다가 궁금증이 생겼다. 왜 나는 항상 예술에 대한 글을 쓰는가?

 

대부분의 과제들이 글쓰기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모든 전공 시험이 논술형으로 출제되기 때문일까. 나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아도 항상 글을 써야 했다. 매주 글쓰기 과제가 있는 과목이 이번 학기에는 두 과목이었고, 어떤 수업 시간에는 그날 배운 내용을 활용해 짧은 글을 즉석에서 쓰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시험 대비를 위해서는 수업 필기를 바탕으로 예상답안을 줄글로 쓰고 계속 고쳐나가면서 암기하곤 했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예술에 관한 글을 억지로 써 왔다고는 볼 수 없다. 지금까지 4개월간 해 왔고 오늘을 끝으로 마무리하게 될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 때문이다. 항상 기계적으로 글을 ‘써 냈음에도’ 내 마음을 잡아끈 이 활동은, 안 그래도 글쓰기에서 허우적거리는 나에게 일주일에 한 번의 과제를 다시 안겨 주었고 가끔 문화초대를 받으면 써야 하는 글은 두 편씩 늘어났다.

 

방학 때야 할 일이 별로 없으니 괜찮았다. 하지만 학기 중이 되니 과제와 시험과 아르바이트, 그리고 나의 휴식본능(!) 때문에 약간 버거워졌다. 갑자기 시험날짜가 이미 신청했던 문화초대일 직후로 변경되어, 시험 전전날에 학교 열람실이 아닌 오페라 극장에 앉아 있기도 했다. 바쁠 때에는 급하게 주제를 생각해내기도 했고 다 쓰고 나서도 만족스럽지 않아 글이 출력되는 게 달갑지 않을 때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클릭하지 않았으면 싶은 적도 있었고 다른 분들의 유려한 글을 보면 기가 죽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후회와 자책만 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만족스럽게 썼던 글이 네이버 공연전시 카테고리 메인에 올라왔을 때, 아니면 문화초대로 함께 공연을 관람한 뒤 즐거워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볼 때면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완성된 글이 마음에 들건 그렇지 않건, 차곡차곡 폴더에 쌓인 글들을 통해 내가 얻은 것들은 분명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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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글을 쓰는 것, 그중에서도 특히 예술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은 흔히 내 감상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번개같은 영감이 떠올라서 그것을 바탕으로 항상 글을 쓸 수 있었다면 이상적이기 그지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글쓰기는, 내 인상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목적이었다.

 

혹자는 ‘글을 쓰기 위해 하는 생각’은 의미가 없다고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유의미했다. 나는 구실이 있어야 행동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글을 기한 내에 쓰기 위해서라도 머리를 굴려야 했고, 특히 문화초대를 받을 때면 더욱 그랬다. 개인적으로 찾아간 공연이었다면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별 생각 없이 흘려보냈을 것이고 며칠이 지나면 잊어버렸을 텐데, 나에게는 리뷰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넋 놓고 공연에 빠져들다가도 ‘뭘 써야 하지?’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찾아왔고 갑자기 심란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결국 공연에 더욱 집중하고 내가 받은 인상을 기억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

 

그래서 나에게 예술에 관한 글을 쓰는 이유, 그리고 그러한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내 사고회로를 효과적으로 작동시켜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갖게 해 주었다. 글로 옮길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느끼는 인상들은 뿌옇게 머릿속을 잠깐 떠돌아다니다가 금세 흩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이유가 절대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글쓰기라는 목적이 없어도 언제나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나의 기억을 정리하려는 태도야말로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글쓰기는 이러한 태도를 갖기까지의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4개월간 모자라고 허술해도 일주일에 한 차례씩 나의 글을 받아준 아트인사이트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당장은 부족할지라도, 그리고 발전한 모습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순 없더라도 먼 훗날, 지금의 에디터 활동이 나의 글쓰기에 있어서 새로운 시작점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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