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꽃을 보니 네가 생각나더라 [사람]

누구나 예쁜 꽃을 닮았다
글 입력 2019.10.2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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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과분한 칭찬


 

 

“이 꽃을 보니

채현이 네가 생각나더라”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언니와 저녁 약속을 잡은 날이었다. 언니는 나를 만나자 반갑게 인사를 건넨 뒤 꽃을 내밀었다. 그리곤 꽃을 보고 내 생각이 났으며, 이 꽃이 나와 닮았다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예쁜 꽃과 언니의 달콤한 말은 내게 감동을 줬지만, 한편으론 의문도 들었다.

 

‘이렇게 예쁜 꽃이 날 닮았다고?’

 

분홍빛이 수줍게 감도는, 누가 봐도 예쁘다고 말할 그 꽃이 나를 닮았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 꽃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꽃의 존재가 과분해서일까,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꽃을 받는 것이 내게 과분한 행위여서일까.

 

돌이켜보면 나는 늘 어떤 것이든 과분하다고 생각하곤 했다. 특히 누군가의 칭찬에 더더욱 그런 감정을 느꼈다. 고등학교 시절 한 선생님이 착하다는 칭찬을 건네면, 누군가로부터 못됐다는 비난을 들은 경험을 떠올렸다. 또한 한 친구가 ‘넌 참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같아’라고 말하면, 내게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한 어떤 이를 생각하곤 했다. 직장에서도 그랬다. 내게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게으르다고 지적받았던 나날들을 되새겼다.

 

이처럼 나는 누군가가 건네는 칭찬을 머릿속으로 계속 부정해왔다. 이러한 나의 행동은 늘 자만하지 않는 겸손한 태도를 보이게 했지만, 자존감을 짓누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늘 자신감이 없었고, 나의 장점을 찾는 일엔 더욱더 서툴렀다. 이렇듯 나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고 있었다.

 

 

 

모두 꽃 같은 존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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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치를 부정했던 내게,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참 행운 같은 존재였다.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사람들을 위로하는 책’이라고 쓰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용 또한 행복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글귀들로 가득했다. 한 장 한 장 짧은 글귀로 가득해 빠르게 훑어보다가, 한 글귀에 손이 멈췄다.

 

 

일할 때나 인간관계에서 작은 실수를 했더라도 '나 자신'을 지나치게 탓하거나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너무 주눅 들지 말고 자책하던 마음을 내려놓아 보세요.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어요.

 

  

마치 나를 위해 존재했던 책이었던 것처럼, 오래전부터 내게 이 말을 건네고 싶었던 것처럼 내게 필요한 글이 담겨 있었다. 저지른 실수에 대해 너무 탓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얼마나 큰 위안으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그저 책에 담긴 하나의 문장이었을 뿐이었지만, 이는 나의 실수가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줬다.

 

생각해보면 나는 사소한 실수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매번 체감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사소한 계산 실수가 나의 수리 등급을 당락 지었고, 면접에서 순간 얼버무린 것이 불합격이라는 아픈 결과를 안겨주었다. 비단 내 경험뿐만이 아닌, 타인의 모습을 지켜볼 때도 실수의 영향력은 크게 느껴졌다.

 

TV 프로그램 속 걸그룹이 경연 대회에서 성공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지 못했을 땐, 대중은 그 모습만 보고 그 걸그룹의 가능성에 한계를 지었다. 그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말실수하면, 이는 온 세상의 매체를 통해 전달되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래서 실수란, 내겐 참 무서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저지른 실수가 생각보다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옳은 말이었다. 계산 실수로 하락한 수리 등급을 받았어도, 다른 재능을 발휘해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았으며, 나의 가능성을 알아주는 다른 회사에 운 좋게 다닐 수 있었다. TV 속 세상은 워낙 빠르고 순식간에 변해서, 한 연예인의 실수는 대중으로부터 금방 잊혔다.

 

이처럼 금방 만회되고 잊힐 수 있는 실수들로 인해 나 자신을 부정하고 그 가치를 훼손할 필요는 없다. 이는 타인을 향한 시선에도 적용된다. 타인의 실수에 실망했다 한들, 그 사람의 모든 면이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예단해서도 안 된다. 모두 예뻐 보일 수도, 향이 좋다고 느낄 수도 있는 꽃 한 송이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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