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큰 포부와 애정의 결과물, 그리고 남는 아쉬움, 오페라 "이중섭" -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글 입력 2019.10.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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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필자는 결혼식을 다녀왔다. 잠깐 이 결혼식의 뷔페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처음 뷔페에 갔을 때, 필자는 말 그대로 눈이 동그래졌다. 양념 게장부터 육회, 연어까지 가난한 대학원생에게 이러한 음식은 신들이 먹는 포도주 같은 환상적인 것이었다. 부푼 마음을 가지고 연어를 한 접시에 가득 다가와서 콜라를 한번 마시고 입에 넣은 그 순간, 머릿속에서 터져야 할 신들의 웃음소리와 찬사가 사라졌다.

부드러워야 할 연어가 냉동된 지 오래되었는지 딱딱하게 맛이 없었다. 여러 가짓수를 넣다 보니 음식 하나하나의 맛이 뭔가 아쉬운 수준에 머물렀다. 갑자기 왜 뷔페 이야기를 하냐고 묻는다면, 이번 오페라 <이중섭>이 필자에게 이 뷔페 같았기 때문이다. 이중섭이라는 소재, 국내 창작 오페라라는 포부가 한데 맞물려 가슴 뛰게 했지만, 막상 맛본 결과는 오히려 너무 많은 포부가 들어간 탓에 이야기의 내용이 다소 혼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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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도입 부분 부분이 참 좋았다. 첫 번째 인터미션 전에 필자는 이번 오페라를 가슴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콕 집어 언급하자면 첫 번째 오페라 곡에서 제주도 방언을 자연스럽게 끼워 넣고, 주연부터 댄서들까지 배우들도 여타 오페라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으로 등장했다. 연출도 빠지는 부분이 없었고, 음악도 기대 이상이었다.

그 무엇보다 우리말을 하는 오페라는 상상 이상으로 멋졌다. 간혹 번역 오페라나 뮤지컬로 노래를 듣다 보면, 그 특성상 멜로디와 잘 맞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애당초 한국어로 쓰였으니 멜로디와 잘 어우러졌다. 이 좋은걸 외국 언어로만 들었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다. 이 점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웠다. 앞서 말했던 뷔페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야할까? 도입부에 게를 잡는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이중섭은 이야기의 큰 맥락이 되지는 않아도, 이중섭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서사에서 조금 아쉽다. 오페라 <이중섭>에서 보여주는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화가 이중섭은 천재적인 화가지만, 시대적 상황과 가난으로 아내와 생이별하고 돈도 벌지 못하며 그림을 그린다. 그의 그림은 시대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이었다. 아내를 만나기 위해 친구들의 격려와 도움으로 개인전을 개최하지만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압제로 실패하고 만다. 이중섭은 절망하고 미쳐버린다.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이중섭을 마지막으로 배우들이 그를 맞이하듯이 노래 부른다.

이 오페라에서 이중섭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주제는 '시대에 맞섰지만 이데올로기의 압박에 스러진 천재 화가'다. 그는 이데올로기 압박 속에서 굳건한 조선의 소를 그리고, 개인전을 탄압하는 경찰에게 반항적인 눈빛을 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면모를 표현하기에는 서사의 설득력이 다소 부족했다.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조선의 소'를 그리겠다던 이중섭은 다음 장면에서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아내 때문이라 하고, 개인전이 실패할 때는 어떠한 반항을 하는 특별한 장면도 없이 정신병원에 갇혀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다.

하지만 내용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다소 혼잡한 구석이 있었다. 먼저 아내 부분이 그렇다. 자신의 한국 이름을 되뇌며 노래 부르는 아내는 이중섭을 사랑한다고 되뇌었으나, 아버지의 장례식에 간 후로는 그 상황을 이야기할 어떠한 언급도 없다. 마사코의 어머니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정말 그녀가 어떤 마음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추측하기 어렵다. 거의 대부분 그녀의 마음은 이중섭의 그리운 환상으로만 등장한다. 이중섭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느 순간에 그를 떠났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으며, 갑작스럽게 마지막 순간 '삶'을 대표하는 마사코와 반대방향으로 등장해 그를 안락한 죽음으로 부른다.

친구들을 등장시킨 부분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이중섭을 이해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가 천재이고 사회를 대변하는 화가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필자는 솔직히 이 부분에서 이중섭을 이해한다기보다는 사회적 도구로 받아들인다고까지 느꼈다. 개인전을 개최하는 것을 응원하고, 정신병원에 갇힌 이중섭을 위로하고 있지만, 이중섭의 개인전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특별한 장면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마사코의 어머니의 언급에 따르면 (이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난한 이중섭에게 돈을 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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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으로서 혼란스러워진 이유를 조심스럽게 짐작해보자면, 아마 너무 많은 것들을 넣으려던 결과과가 아닐까 싶다. 이중섭이라는 인물은 다채로운 인물이고, 하나의 면모만을 이야기하기에는 그의 삶을 온전히 녹여낼 수 없다. 앞서 말한 주제로 극을 이끌어나가고 있지만, 너무 많은 다른 이야기들이 끼어든다. 필자가 잡아낸 다른 주제는 아래와 같다. '가족과의 사랑과 갈등',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친구들과의 우정', '진정성을 추구하던 화가', '나약한 화가로서의 모습'. 이중섭을 사랑하는 또다른 예술 애호가로서 이해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넣기에는 오페라의 러닝타임이 너무 짧았다.

너무 많은 서사가 결국 충돌한 지점이 '개인전' 부분이다. 결국 이중섭이 슬픈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은 개인전의 실패임을 고려했을 때, 이 장면은 몹시 중요하다. 하지만 작품에서 드러나는 그 이유란 적극적으로는 친구들의 권유 때문이고, 그 이면에는 아내를 보러 갈 돈 때문이다. 이중섭은 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작가는 단서를 툭툭 던졌지만, 그 이야기가 흡수되기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시작된 이유가 혼재되어 있으니 실패하게 된 상황도 모호하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감상하면서 전시회를 감상하러 온 관객들의 감상을 공유하게 되었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전시회를 좋아하며 몰려든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데올로기의 탄압의 등장으로 어벙벙하게 뒤에 계속 서있게 된다. 필자도 아름다운 소재와 멋진 포부로 기대를 가지고 앉아있었으나, 이중섭이 삶을 놓아버리게 되는 과정에서 다소 혼란을 맞이하게 되었다.

고통의 당사자인 이중섭도 이에 대해서 아주 적극적인 반항을 하지는 않는다. 이야기 서사를 따라오던 관객들에게는 갑작스럽게 빨갱이 이야기를 들으며, 왜 일부 예술가들이 그의 그림을 구식이라고 부르는지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힘차게 그림을 그리던 이중섭의 갑작스러운 자포자기식 죽음은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이 부분에서 '비바람을 이겨낸 기록'이라는 부제목은 다소 그 힘을 잃는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을 하나 더 들자면, 영어 번역 중 '화가'와 '환쟁이' 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번역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겸손인지 자신감이 없어졌는지 모를 이중섭을 이해할 작은 단서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비판적으로 리뷰를 써내려갔지만 필자가 이 오페라의 가치를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서사가 다소 혼잡하기는 하지만, 이중섭이라는 인물을 다루려는 큰 포부와 애정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중섭>을 배우들의 열연은 인상 깊었으며, 한국어로 듣는 오페라는 큰 감동이 있었다. 아름다운 음악의 가치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창작 오페라에 나름 잘 구색이 갖춰진 무대, 배우, 음악(심지어 협업 전시회까지)이라는 요소는 앞으로 국내 오페라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뭐가 되었건 오페라 <이중섭>은 구색을 맞춰 당당한 자리에서 공연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국내 창작 오페라가 다양한 시도를 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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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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