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인정하자, 우리는 바보란 걸 - 인간의 흑역사 [도서]

<인간의 흑역사> 리뷰
글 입력 2019.10.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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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지적인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 그 발생부터 현재까지, 그러나 ‘전혀 지적이지 못했던 역사’를 파헤치는 역사책이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자. 뉴스를 봐도 좋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저 사람은 왜 저렇고, 세상은 어쩌다 이 모양이 됐을까? 인류가 지나온 그 화려한 바보짓의 역사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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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짓의 역사


 

역사를 공부하거나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은, 역사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그 의의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저 역사가 재밌다는 이유만으로 선생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국사와 세계사를 수능사탐 과목으로 선택한 사람으로서(과정은 즐거웠지만 결과는 즐겁지 않았다), 그러다 진지하게 사학과를 가고 싶었던 사람으로서 이 책을 대하며 들었던 생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에구 쯧쯧’이다. 그들과 나는 많게는 수천, 적게는 수백수십 년의 나이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인 공통점, ‘인간’이라는 점에서 똑같으니 공감성 수치를 느꼈다고 말해도 무리는 아니다.

 

여러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생각할 수는 있다. 참 부끄러운 역사고, 어디 말하기도 창피한 인간들의 바보짓에–어차피 다 같은 인간들이라 외계인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말할 일은 없다 할지라도-괜히 얼굴이 붉혀지기는 하는데 나는 아닐 것이라고. 정말? 과연 그럴까? 확신할 수 있는가?

 

예시를 들어보자. 필자는 현재 영어학원에서 아이들의 시험지를 채점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인간인지라 가끔 실수를 하기도 하는데, 뭐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수십 문제 중 잘못 매긴 한 문제 때문에 한 아이가 합격 커트라인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래서 그 아이가 절망한 나머지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고 공부를 놓아버린다면? 이런, 나는 한 아이의 일생에 있어 ‘영어공부’라는 부분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린 셈이다. 적고 보니 너무 간 것 같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라 믿는다.

 

역사 속에 기록된 유구한 바보짓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당시에는 ‘별 것 아닌’ 행동이 대대로 큰 파장을 미칠 줄 알았더라면 그런 바보짓은 결코 하지 않았을 거다. 단순히 고향의 향취를 느끼기 위해 오스틴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영국산 토끼를 들여와 그곳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사태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미즐리가 갤런당 3센트를 더 벌기 위해 전 세계적인 납중독을 일으키는 참사가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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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들의 교훈은 ‘토끼사냥을 하지 말자’거나 ‘갤런당 3센트를 더 벌지 말자’가 아니다. 합법적인 사냥터라면 얼마든지 토끼사냥을 해도 되고, 인간이라면 돈 욕심이 있는 게 당연하다. 다만 잠깐의 개인적 쾌락을 위해 미칠 파장을 한 번만 더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사실 이 말이 내뱉기에는 가장 쉬운 말이지만 지키기에는 가장 어려운 말이다.

 

 

 

우리 모두는 바보


 

그렇다면 인간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인간의 바보짓에 숨은 원인이나 동기는 대체 무엇인 걸까? 모든 참사의 씨앗이 되는 돈? 혹은 명예나 자존심? 아니면 진시황이 불로불사를 꿈꾼 것처럼 이룰 수 없는 욕망에 대한 갈망?

 

이 질문이 의미가 없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인간’의 바보짓에 대한 질문인 만큼 굳이 잘못의 시발점을 따지자면 ‘인간으로 태어난 것’부터가 잘못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럼 다시 한 번, 인간은 왜 그렇게 태어났을까? 인류의 기원이라 평가받는 ‘루시’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학설처럼 인간은 정말 ‘태생적 바보’일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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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바보짓을 한 번쯤은 해본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만약 ‘나는 아닌데? 난 바보짓 따위 한 적 없는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자기 자신에 대한 기만일 가능성이 크다. 아무렴, 멀쩡하게 가스 밸브를 잠가놓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출한 직후에 ‘아, 내가 밸브를 잠갔던가?’라는 의심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여기까지 오니 사뭇 걱정된다. 나도 바보고, 내 주변인들도 바보라니! 평생을 바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니!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경탄스럽다. 이런 바보 인간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지구를 멸망시키지 않고 역사를 이끌어왔다니 말이다. 그 역사 중 상당수가 전쟁으로 인해 피로 얼룩졌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긴 하지만.

 

 

 

바보짓의 미래는?


 

다행히 현재 우리는 이제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나고 (겉으로는)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끊임없이 내전이 벌어지고, 일부 무장단체들이 말썽을 일으키지만 당장 내일의 내 생사조차 불투명한 상태로 살고 있지는 않으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가 비교적 평화의 시대로 접어들고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바보짓의 스케일은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지구멍청이를 넘어 우주멍청이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바보짓에 따른 결과는 이제 단순한 인간의 흑역사를 넘어선지 오래다. 한 인간의 생사여부를 넘어 전체 인류의 존폐문제로까지 이어질 날이 머지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인간이 아무리 바보짓을 저질러왔어도 그 후손인 우리는 지금까지 멀쩡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희망찬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인권이 소멸되었던 제국주의 시대와 전 세계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세계대전 이후로 인간이 과거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는 능력이 조금은 높아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독자에게 좁쌀만큼이라도 위안이 되고자, 이렇게 말하려고 한다. 걱정 마시라, 인간 세상은 항상 그 꼴이었다. 그리고 우린 아직 살아 있지 않은가? p.10

 

어쩌면 언젠가는, 우리가 나무에 올라가 떨어지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p.270

 

 

저자는 무궁무진한 인간의 바보짓을 서술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견지한다. 퍽 마음에 드는 이야기다. 하긴, 현대에서 우리가 아무리 바보짓을 저지를지라도 이전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주의만큼의 엄청난 참사를 저지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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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흑역사

 

원 제: Humans

저 자: 톰 필립스 / 옮긴이: 홍한결

분 야: 역사>역사일반/문명사,

인문학>인문교양/문화연구,

사회과학>환경/생태문제

펴낸곳: 윌북

발행일: 2019년 10월 10일

면 수: 276면 / 판 형 145*220mm

정 가: 14,800원

ISBN 979-11-5581-239-6(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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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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