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삶의 틈새에 단편을 집어 넣다 - 제 1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제 1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글 입력 2019.10.1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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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영화의 이해’라는 영화 관련 교양 수업을 들었다. 교수님은 종종 설명해주시는 기법과 관련된 영화의 장면들을 짤막하게 보여주곤 하셨다. 그 중 단편영화는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아 수업시간에도 충분히 영화 전체를 볼 수 있어 진도에 지장을 주지도 않고,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긴 집중력을 요하지도 않아서인지 자주 보여주셨다.

 

사실 나는 그 전까지 ‘단편 영화’에 대해 접할 일이 딱히 없었다. 영화관에서 단편영화를 따로 상영하는 일은 거의 없고, 자연스럽게 단편영화를 접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수업에서 거의 처음으로 단편을 접한 내 첫 느낌은 생각보다 당혹스러웠다.

 

이제것 보통 2시간 정도인 긴 러닝타임의 영화들에만 익숙해져있다보니 지나치게 짧게 느껴졌고 과연 저 시간 안에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다 전할 수는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집중해서 보고 있다가 갑자기 중간에 툭-하고 끊기는 기분이었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수업을 듣던 다른 학생들도 영화가 끝나자 두리번거리며 무언의 당혹감을 나타내는 듯했다. 그러나 교수님은 개의치 않고 한 학기 동안 열심히 단편영화를 보여주셨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끊임없이 보여지는 단편영화들을 보다 보니 단편만의 매력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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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Joan)

 

 

단편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러닝타임이 짧다는 점이다. 이것이 왜 장점이냐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중간에 끊고 다음에 이어보는 것을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꽤나 큰 장점이다.

 

보통의 긴 영화들은 넉넉한 시간이 있을 땐 상관이 없지만 일정과 일정 사이의 애매한 시간에 보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중간에 끊고 나중에 이어서 봐야 한다. 나는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몰입도가 흐트러지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긴 영화를 볼 때는 가벼운 마음이 아닌 소위 말해 ‘각 잡고’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한 부담감 때문에 원하는 것보다 자주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러나 단편 영화들은 보통 30분 안쪽의 러닝타임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부담감이나 압박이 상대적으로 적다. 만약 다음 일정까지 20분의 시간이 남았을 때 15분짜리 단편영화를 보기 시작한다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본다 해도 5분의 시간이 남는다. 적재적소에 영화 보는 시간을 말 그대로 끼워 넣을 수 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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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therhood(형제애)

 

 

단편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상대적으로 신인 감독들의 작품이 많다는 점에 있다. 물론 베테랑 감독들의 단편도 많지만,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감독들은 보통 단편으로 시작해 점점 커리어를 늘려나간다. 그렇기에 신인 감독의 첫 장편 영화보다 첫 단편 영화를 선택한다면 정말 날 것의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감독의 개인적인 역량과는 무관하게 첫 작품은 아무래도 처음의 느낌이 강하게 난다. 늘 이미 유명하고 숙련 된 감독들의 장편영화들만 관람해왔다면 이런 신인들의 단편은 정말 색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신인 감독들의 작품은 늘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는 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게 느껴진다. 정보가 없다 보니 어떤 작품이 완성도 있고 볼 만한지 일일이 직접 찾아봐야 하기도 한다. 힘들여 작품을 찾는 것이 너무 수고스럽게 느껴진다면 ‘아시프(AISFF)’가 그 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아시프는 ‘아시아나 국제 단편 영화제’의 영문 줄임 말이다. 아시프는 한국영화 100주년인 올해 17회를 맞았다. 전세계 118개국에서 출품된 무려 5752편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이 중 고르고 골라 국제 경쟁부문에서는 35개국 53편, 국내 경쟁부문에서는 15편, 뉴필름메이커부문에서는 6편의 본선 진출작이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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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Lost)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정 된 만큼 모든 작품에 기대해도 되겠지만 가장 기대가 되는 부문은 역시 ‘뉴필름메이커’이다. 뉴필름메이커 부문은 작년에 새로 신설된 부문으로 국내단편을 대상으로 출품자의 공식적인 첫 번째 연출작 중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장르적 시도 등 발전 가능성에 기준을 두고 선정한다. 공식적인 첫 번째 연출작인만큼 베테랑 감독들과는 다른 풋풋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어수룩함만 가득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들도 많고 많은 출품작들 중 엄선 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여러 특별 프로그램들이 기다리고 있다. ‘시네마 올드 앤 뉴’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많은 이들에게 교과서적인 감독인 장 뤽 고다르, 스탠리 큐브릭 등에 관한 단편을 특별 상영한다. 낯선 이야기들 사이에 조금은 지쳤다면 익히 알고 있던 감독들에 관한 이야기는 소소한 재미로 다가올 것이다. 또 다른 특별 프로그램으로는 ‘오버하우젠 뮤비 프로그램’이 있다. 아시아나 국제 단편 영화제에서 3년 주기로 기획하는 특별전이다. 세게 3대 국제단편영화제인 오버하우젠국제단편영화제의 뮤직비디오 프로그램 선정작 중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영상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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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vision(서스디비젼)

 

 

이렇게 아시프에서는 단편 영화와 뮤직비디오, 그리고 적지만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를 총 망라한다. 10월 31일부터 11월5일까지 총 6일간 씨네큐브 광화문과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평소 단편에 호기심이 있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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