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때로는 나를 위로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연]

글 입력 2019.10.1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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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때로는 나를 위로하는 것도 필요하다

 

 

포스터_ 연극_찬란하지않아도괜찮아.jpg

 

 

대학로 아트원시어터에서 막을 올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찬란하지 않은 삶이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극이다. 이번 연극은 웹툰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졌으며, 원작 웹툰은 현실적이고 담담한 묘사로 많은 청춘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요즘 많은 드라마가 웹툰을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연극 분야에서도 웹툰이 원작이 된다는 점이 새로웠다. 짤막짤막한 스토리가 여러 회 걸쳐 이어지는 웹툰과, 긴 흐름으로 한번에 이야기가 전개되는 연극의 특징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웹툰이 연극에서는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했다. 원작 웹툰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나와 같은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만큼 기대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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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대학생 찬란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찬란은 이름과는 달리 가난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대학생’이라 하면 생각나는 밝은 일상들과 달리, 학교를 가고, 알바를 하느라 당장의 하루하루를 살아내기도 바쁘다. 삶에서 기쁨을 찾을 여유도 없는 찬란은 잘못 들어선 건물에서 우연히 연극부의 도래를 만나게 된다.
 
도래는 폐부되기 직전의 연극부에서 극본을 쓰고 있는데, 찬란을 연극부의 마지막 극의 주인공으로 올리고 싶어한다. 찬란은 갑자기 얽히게 된 연극부가 당황스럽지만, 계속되는 연극부 부원들의 공세로 연극부에 들어가게 된다. 한 번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 보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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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부 활동을 하면서 찬란은 유, 시온, 혁진과 어울리게 되고, ‘대학생’다운 경험들을 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중간중간 찬란을 걸고 넘어지는 현실의 어려움들이 자꾸만 찬란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그 때문에 도래를 뾰족하게 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찬란뿐만 아니라 도래, 유 역시 나름대로 가정의 어려움들을 가진 인물이었다.
 
나의 힘든 상황을 버텨내느라 스스로 고립되어 있었던 찬란은 차차 다른 사람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다른 사람들 역시 나름대로의 사정과 고민들이 있다는 점을 알아가게 된 것이다. 결국 찬란은, 마치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듯한 극을 잘 마무리하게 되고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자신을 다독이는 법을 알게 된다.
 
연극을 관람하면서, 무대 연출을 통해 줄거리를 하나하나 따라가고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작은 상자들과 같은 장치들이 무대를 채우고 있었는데, 그 장치들은 때에 따라 다른 기능을 한다. 사진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찬란에게 중요한 순간들을 찬란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여주기도 하면서 무대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더불어 인물들을 향한 다양한 조명들 역시 극 몰입에 도움을 주었다. 조명은 독백 장면, 찬란과 도래가 이야기하는 장면, 그리고 연극 장면 등 각각의 상황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웠던 부분은, 비교적 오랜 시간 연재되었던 웹툰에 비해, 매우 제한된 시간에 내용을 보여주어야 하는 연극의 특성상 큰 스토리 위주로 극이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찬란이 점차 변화해 가는 과정에, 인물 개인의 심리 묘사나 섬세한 감정 표현이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부분이 상대적으로 나에게는 크게 전달되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불어 극장이 조금 작은 편이었는데, 좌석 간의 높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서, 뒷 쪽에 앉은 경우 시야가 많이 가려져서 극을 관람하기 어렵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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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았던 점은, 찬란이 점차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여유가 생기는 모습, 그리고 자기 자신 역시도 돌아보게 되는 장면이었다. 어려웠던 지금까지의 삶 때문에 자신을 어쩔 수 없이 방어해야 했던 찬란이 안타까웠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고 칭찬해 줄 수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도 어떤 어려운 일들이 생기면 그 일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마치 세상에서 나만 힘든 것 같다는 생각에 더욱 어려운 마음이 들 때, 내 주변에도 나름대로의 고민과 걱정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기도 한다. 각자의 방법으로 고민들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다독이는 법을 알게 되어가는 것이다.
 
이번 연극은 나의 경험들을 불러일으키면서, 나 역시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찬란과 같이 현실의 벽을 마주한 많은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연극이다. 나에게 엄격한 잣대만을 들이대기보다는, 조금은 위로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음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 내 스스로 위로 받고 용기를 얻게 되는 작품 -


일자 : 2019.10.05 ~ 2019.11.10

시간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공휴일 2시, 6시
(월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티켓가격
전석 50,000원

주최/기획
콘티(Con.T)

관람연령
중학생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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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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