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말, 말하는 대로 [사람]

일정한 양의 행복은 나에게서 비롯된다.
글 입력 2019.10.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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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은 말을 해야 하고 좋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큰 브랜드의 규모가 제법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가 있어서 유통사 구조를 완전히 바꾸어 전개해야 했기에 일단은 브랜드 분석부터 찬찬히 시작해야 했다. 대략 A4용지로 100페이지가 넘는 여섯 권 정도의 분량이었다.
  

우리나라 고객의 니즈에 맞춰야 했고 브랜드에 욕심이 있어서 굉장히 오랜만에 열과 성의를 다해 자료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그즈음 기존의 여직원 한 명이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과장님이 오기 전에 그 브랜드 맡는 사람 누가 될진 모르겠지만, 나만큼 개고생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하하"
  

뭐 개고생?? 그냥 고생도 아니고 개고생?? 이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동료이기도 했고, 그 디자이너가 워낙에 실장님 밑에서 고생스럽게 일한다는 얘길 익히 들어왔던지라, "에이, 말이 좀 심하네~ 막말이 늘었어!" 정도로만 대화를 끝냈는데 저건 대체 무슨 심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조용하고 예의바른 모습이 아니어서 좀 당황스러운 모습이기도 했다. 본인이 고생하고 있으니 새로 들어올 사람은 자기보다 더 고생하라는 저 마인드가 과연 정상적인 마인드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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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새로운 브랜드를 맡을 사람이 그 자리에 오기 전까지는 기존에 남아있던 사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무슨 소린들 못할까. 이해 못할 것도 없다. 다만, 브랜드를 맡게 된 담당자가 새로이 왔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굳이 거기에다 대고 저렇게까지 좋지 않은 소리를 농담조로 한다는 자체가 예외없이 무척이나 경솔해 보였고, 무례한 처사였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라는 생각을 그때 어렴풋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모든 감정에 신경을 쓰기에는 너무 바빴고 시간이 촉박했다. 모든 자잘한 감정들을 뒤로 미뤄둔 채, 브랜드 런칭에 매달리기 시작했고, 하루하루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자료 분석이 거의 끝나갈 즈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
  
역시 인생은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참 재밌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하기 전, 간단히 받은 검진에서 안과 질환으로 의심되는 소견이 발견된 것이다. 다행히도 아주 경미했지만 회복기를 포함한 일정량의 휴식기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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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하는 데 있어 런칭준비와 품평으로 시간을 끌기에는 앞으로 살아가는데 내게 더할 나위 없이 너무나도 중요한 부위인 눈이었기에 실장님께 다급하게 치료에 대한 말씀을 드리게 되었고 결국은 프로젝트에서 급작스럽게 빠지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열정을 쏟아부었던 자료 분석을 끝맺을 수 있었고, 그 자료를 실장님께 온전하게 넘겨 드릴 수 있었다. 사실 열흘 만에 프로젝트에서 빠지게 됐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무척 혼란스러웠고, 아쉬운 마음이 굉장히 컸다.

 

함께 자리했던 선배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컸고, 당장 다음 달에 있을 출장도 빠지게 되었다. 엄청 기대를 했던지라 그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아쉽고 속상하고 허탈했다. 이 과정에서 생각지도 않게 충격적이었던 건 내가 빠지게 되면서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된 후임이다.

  

그렇다. 그 후임은 바로 개고생 드립을 쳤던 여직원 K양이었고, 그가 메인디자이너로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이다. 그 얘길 전해 듣는 순간 어찌나 온몸에 소름이 끼치던지. 아무튼 이 프로젝트의 시작도 전에 나쁜 소리를 해댔던 그 직원은 자기가 했던 말 그대로 그 '개고생'을 본인이 짊어지게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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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를 곱게 써야 한다는 말을 그 직원이 놓인 상황을 보면서 뼈저리게 온몸으로 체감했다. 더불어 언제 어디서나 늘 좋은 말, 좋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그 후, K양은 자신이 말했던 그 '개고생'이 너무도 하기 싫었던지 줄곧 무표정과 안하무인의 태도로 내가 회사를 나가는 마지막 날까지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분명히 이 프로젝트를 하기에 부담이 되면 맡지 않아도 된다던 실장님의 물음이 있었음에도 "예스"라고 답한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꼴 보기 싫은 행태였다. 그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보고 있자니, 내가 그동안 사람을 정말 잘못 봤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안목에 유일한 오점이 생긴듯 하여 짜증이 솟구쳤다.

  

분명 다 각자의 성향이 있는 거지만, K양은 실장님 밑에서 보조업무를 맡는 게 더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고 여겼던 듯하다. 그렇지만 우리의 직업 특성상 언제까지 누군가의 보조역할만을 할 수는 없다. 아니, 우리의 직업 특성이 아니라 어느 직업이든 마찬가지다.

  

자연스레 경력이 쌓이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그것을 극복하고 발전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자연스러운 순리이다. 그러나 저쪽 언저리에서 하루 온종일 입이 댓발 나와 있는 서른도 훌쩍 넘은 그 직원의 생각지도 못한 경솔한 행동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웠고 매우 실망스러웠다.

  

적어도 그동안의 우리 사이가 여러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라 여겼기에 오히려 더 불쾌했다. 대략 97% 정도의 뚜껑 열릴듯한 기분 나쁜 불쾌함과 3% 정도의 서운한 감정. 이게 가장 정확한 표현인 듯하다.

  

결국 그 직원과는 기본적인 인사도 없이 끝을 맺었다. 이미 앞뒤가 꽉 막혀버린 채 이때다 싶은 것처럼 자신의 힘듦에 대한 모든 화살을 내게로 던지는 그 농락에 혀를 내둘렀고, 나 역시 절대 곁을 내주지 않았다. 덕분에 그간의 모든 감정이 다행스럽게도 냉정히 올스톱 되었다. 

 

K양과 나의 사이는 딱 거기까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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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알고 지냈던 시간이 일순간, 낭비였다는 생각에 씁쓸했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너무 큰 실망을 했고, 더는 마음을 쏟으며 알고 지내고 싶지 않았다. 말이 씨가 되어버린 K양이 자초한 그 상황들을 지켜보며 그저 기가 차다는 것과 그처럼 나쁜 언행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며 다시 한 번 고개를 내저었다.

  

다만, 본인이 내뱉었던 막말이 자신에게 화살이 되어 그대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자각하게 됐을 때, K양은 스스로에게 얼마나 소름 끼치고 창피해할까 싶은 생각은 든다. 늘 부당한 대우 앞에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끙끙대며 속앓이 했던 그 직원에게 조언이랍시고 해줬던 그동안의 얘기들이 아까워지는 순간이다. 그 시간이 허공에서 빠르게 흩날리며 사라진다.

  

억눌렸던 감정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된 것이라 이해를 해보려 했지만, 역시나 아닌 건 아니다. 여지없이 K양의 행동은 막돼먹은 행동임이 분명하다. 신기하게도 이 글을 작성하면서 차분히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고 있다. 더는 논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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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 셈이다. 내가 행하는 좋은 말과 좋은 생각, 행동들이 정말로 내게 좋은 것들을 무한대로 끌고 온다는 것, 이와 반대로 나쁜 생각과 입 밖으로 내뱉는 나쁜 말들이 결국에는 다 자기 자신에게 나쁘게 돌아온다는 것을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이 소름 끼치도록 전부 맞는 말이라는 것. 결국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도, 불행하게 하는 것 또한, 모두가 다 자신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하고 싶어도 아쉽게 내려놓은 그 프로젝트가 쉽진 않겠지만 부디 잘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순리대로 마음 급하지 않게 다음을 기다려야겠다. 모든 일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나 역시 나 자신을 한 번 더 되돌아보고 다시금 좋은 마음으로 내 안을 가득 채우는 싱그럽고 소중한 그러한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일정한 양의 행복은 오롯이 나에게서 비롯된다.잊지 말자."

 

 

[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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