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좋아하는 것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라도 [도서]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글 입력 2019.10.1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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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홍대 인근의 독립서점을 구경하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형광의 쨍한 연두색 배경과 귀여운 일러스트 때문에 유난히 눈에 띄던 책이었다. 제목은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이 책은 퇴사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던 일을 시작한 사람들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10명의 여성 퇴사자를 인터뷰한 책의 저자는 기자 출신인데, 저자 또한 마찬가지로 총 3번의 퇴사를 하고 런던으로 훌쩍 떠났다고 한다.

 

최근 들어 퇴사와 관련된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아 떠난 이들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고 있다. 자신 또한 언젠가 그렇게 꿈을 실현하리라 마음먹으면서 말이다. 나는 아직 회사에 입사조차 해보지 않은 졸업반 학생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들의 이야기가 자꾸 궁금해지는 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게 맞는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후의 이야기는 어떤지 알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나 또한 그들처럼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10명의 퇴사자들,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떠나다


 

책 속 주인공들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었다. 잡지사 에디터, 출판사 편집자, 웨딩플래너, 광고 기획자, 마케터, 영양사 등등. 그 다양한 직업 중엔 내가 동경하고 있는 직업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가 지닌 여러 이유로 인해 퇴사한다.

 

원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맞닥뜨린 현실에 괴리감을 느끼기도 하고, 별생각 없이 들어간 회사에선 권태를 느끼기도 한다. 유망한 직장에 근무하고 있었음에도 새로운 길을 찾고 싶어 퇴사를 한 사람도 있다. 이렇게 이들은 퇴사 이후 시작한 새로운 길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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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퇴사자는 자신이 원하고 바라왔던 잡지사 에디터로 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 달, 또는 2주 간격으로 마감에 쫓기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직업의 특성에 결국 지쳐버렸고, 결국 퇴사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권태로움과 어려움이 찾아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이렇게 여러 퇴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좋아하는 일 속에도 하기 싫은 일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나도 점점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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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이 많은 열악한 기후에도 묵묵히 순응하며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러시아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배우는 점이 많았다."

 

 

윗글은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23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외국계 회사에 입사한 퇴사자의 글이다. 그녀는 업무로 인해 밥 먹듯이 러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근무를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퇴사 이후 홀로 방문한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그동안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그로부터 삶의 원동력을 얻게 된다. 업무로 통해 방문했을 때는 아무 감흥도 없던 러시아가 다시금 새롭게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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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향후 예술, 출판 분야에서

일하길 희망하고 있기에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 열정페이 이야기.

 

 

회사를 그만둔 이들은 각자가 원하고 바라던 모습을 찾아 나선다. 무용 잡지 에디터로 일해보거나, 차(Tea)를 배우러 영국으로 떠나거나, 수목원에서 살아보거나, 커피 공부를 하고 자신만의 카페를 차리거나, 자신의 경험을 살려 책을 내거나, 평소 즐겨 보던 연극과 뮤지컬을 맘껏 보러 다니거나, 직장인 밴드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간다.


책 속 퇴사자들의 공통점은 퇴사 전 고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절대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당장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라 해도 자신의 마음속에 소중히 품어두었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꼭 실현하리라 다짐했다. 결국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으로 천천히 걸어나갈 수 있었다.


이들이 퇴사 후 경험했던 다채로운 시간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퇴사'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퇴사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졌고, 결국 각자의 삶을 변화시켰다. 그동안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느냐에 따라 퇴사 이후의 삶은 달라졌다.

 

 


소중히 간직할 것, 가슴 뛰게 하는 그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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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닐 땐 퇴사 이후를 염두에 두고 좋아하는 것들을 간직하며 살 것, 퇴사 이후에는 불확실성을 감당하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들을 시도하고 실험해볼 것.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방향을 찾을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질 것.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쥔다는 것은 이런 태도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퇴사는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흔한 일이면서도, 개인 자신에게는 아주 중요한 삶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퇴사 후에도 오랫동안 꿈꿔왔던 분야에 도전할 수 있었고 새로운 시작을 해 나갈 수 있었다. 평생직업이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요즘의 100세 시대엔 더욱 잊지 않아야 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나 또한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정말 무얼 하고 싶어하는지 탐색하는 과정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마음이 괜히 조급해져 오기도 한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이 몇가지 생겼다. 이제 그것들을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


비록 현실은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을 테니, 그냥 부딪혀 보기로 했다.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 단점을 모두 이길 만큼 그 일이 좋다면 계속하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다시 새로운 일을 향해 떠나면 될 거다. 그럴 땐 뒤로 한 발짝 물러나 숨을 조금 고르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며 책 속 주인공들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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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퇴사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지도, 미화하지도 않는다. 그저 퇴사 전 각자가 지닌 고민에 대해 얘기하고, 퇴사 이후 이들이 선택한 다양한 삶의 모습을 여러 각도로 담아냈다. 퇴사를 고민하는 이에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흥미롭고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고, 그것을 소중히 간직해둔 사람만이 자신이 원하는 삶과 가까운 모습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꾸역꾸역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엔 우리의 인생이 너무도 짧다. 우리들 모두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만이 자신이 꿈꾸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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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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