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잡지 같은 공간, "네이버 라이브러리" [문화 공간]

글 입력 2019.10.0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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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건물에 들어오면 왼쪽에는 매거진 섹션이, 오른쪽에는 라이브러리가 위치해 있다. 매거진 섹션은 인증절차 없이 입장할 수 있고 개방되어 있어 사람들이 자주 드나든다. 매거진 섹션에는 요리, 음악, 문화,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잡지들이 비치되어있다. 매거진 섹션에서 몇 시간 머물며 네이버가 공간 설정을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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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엄마가 읽었던 잡지.
덕분에 가고 싶은 도서관의 목록을 적었다.



잡지는 짧은 집중력을 요한다. 책이나 논문과는 달리 한 주제가 차지하는 지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빠르게 몰입했다가 빠져나올 수 있는 구성이다. 또한 잡지는 내가 읽고 싶은 부분만 읽어도 글을 이해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고 텍스트에 몰입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독자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라이브러리의 매거진 섹션에 몇 시간 머물며 나는 이 공간이 잡지 같다고 생각했다.


네이버 도서관의 매거진 섹션은 내가 통제가 가능한 공간이다. 언젠가 알쓸신잡에서 카페가 내가 공간을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매거진 섹션도 이와 비슷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의자가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어 주의를 차단하면 옆자리에 누가 앉든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게다가 마주 보는 자리가 없기 때문에 음악을 듣거나 잡지를 읽는 것에 몰두한다면 나만 이 공간에 존재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공간은 내가 듣고 싶은 소리, 보고 싶은 부분들만 볼 수 있다. 마치 잡지에서 관심 있는 분야의 인터뷰나 글만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공간에서도 내가 원하는 정보만을 선택 수용할 수 있다. 매거진 섹션은 높은 천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 울림이 적다. 개방적 공간의 특성상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으면 소리가 울려 신경이 쓰이기 마련인데, 울림이 적으니 내가 의도적으로 듣지 않는 이상 주변의 소음을 차단할 수 있다.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에도 자리에서 고개를 들면 사람들을 관찰하며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 풍경을 구경하고 싶을 때에는 창가 쪽에 마련된 의자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어 청각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덧붙여 매거진 섹션 내에 카페가 있기 때문에 잡지를 읽기에는 최상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매거진 섹션에서 나와 직진을 하면 네이버 라이브러리가 보인다. 라이브러리를 방문하기 전 필수사항이 있는데, 바로 네이버 아이디를 통해 사전에 네이버 도서관에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신분증을 받았는데, 이제는 신분증 대신 네이버 아이디를 통해 도서관 입장이 가능하다. 입구에 도착하면 모니터에 있는 QR코드를 찍어야 한다. -요새는 기본 카메라 앱에도 QR코드 기능이 내재되어 있어 QR코드 앱이 없어도 인증이 가능하다.- QR코드를 찍으면 (사전 등록한 경우) 도서관 이용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뜨고, 안내에 따라 사물함에 짐을 넣은 뒤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가방 등의 짐을 사물함에 넣지 않으면 도서관 이용이 불가하니 꼭 가방은 사물함에 넣어야 한다.

라이브러리는 총 2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은 디자인과 예술 서적이 주를 이룬다. 서가의 구성은 마치 테트리스 블록 같아 보는 재미가 있다. 이 공간에서 좋았던 점은 1층에 디자인은 물론 평소 접할 기회가 많지 않던 UX UI 관련 서적이 전면에 나와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전에 관심이 없던 분야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가의 모양은 ㄷ자로 되어있는데, 그 안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가 마련되어 있어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서가의 전후면에 책이 꽂혀있어 돌아가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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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간인 매거진 섹션과 달리 네이버 도서관은 닫힌 공간이다. 그렇다고 완전 폐쇄적인 공간은 아니었다. 우선 공간이 넓어 갑갑하지 않았다. 간혹 어떤 도서관은 서가와 테이블로 가득 차 숨이 턱 막히는 인상을 주는데, 도서관은 서가와 테이블 배치에 여백을 준 것 같았다. 서가의 모양 또한 이런 인상을 주었는데, 테트리스 블록처럼 생긴 ㄷ,ㄴ, 그리고 ㅣ 모양의 서가가 서로를 감싸는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다. 정면에서 보면 미로 같은데, 막힌 것 같으면서도 다른 곳으로 통하게 만든 서가의 배치 방식 때문에 완전히 닫힌 공간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ㅁ자로 배치하면 출입구가 막혀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겠지만- 테이블은 창가 쪽과 서가 사이에 숨은 그림처럼 자리한다. 그래서인지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진 것 같다.

2층은 IT 관련 도서 및 백과사전 등과 함께 체험존이 있다. 2층은 생각보다 높았다. 사진으로 봤을 땐 계단을 별로 안 올라가도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계단이 꽤 길었다. 2층에 다다르면 녹색 블라인드와 함께 식물이 보이는데, 네이버의 색채를 떠오르게 했다. 도서관 하면 생각나는 딱딱한 이미지 대신 조금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도서관의 각 자리에는 콘센트가 배치되어 있어 노트북 이용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은 매거진 섹션보다 조용하다. 때문에 도서나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매거진 섹션과는 달리 몰입의 길이가 더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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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라이브러리를 조감하니 녹색이 눈에 들어왔다. 네이버를 상징하는 색이 초록색이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곳곳에 초록색을 배치하여 눈이 편안하고 동시에 도서관의 분위기가 부드럽다는 인상을 준다. 이 때문인지 네이버 도서관은 '도서관'을 떠올렸을 때의 삭막함이나 딱딱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이러한 이유에는 네이버 도서관에서 체험할 수 있는 Special User Experience Box 또한 추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체험부스에는 저시력자, 운동장애 등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나는 이 곳에서 운동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마우스와 키보드를 체험해봤다. 마우스는 손떨림이 심한 사람들을 위한 휠마우스로 살짝만 건드려도 커서가 쑥쑥 움직였다. 우클릭, 좌클릭, 더블클릭 등을 수행하는 버튼들이 함께 있는데, 이걸 조작하면서 내가 SF에 나오는 우주함대의 함장이 된 기분이 들었다.

 

키보드는 한 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왼편에는 직렬로 배열된 키보드가, 오른편엔 곡선으로 된 키보드가 있다. -둘 다 오른손잡이 전용이다- 곡선으로 된 키보드는 배열이 일반 자판과 달라 타자를 치는데 애를 먹었으나, 익숙해지면 007 영화에 나오는 Q처럼 엄청난 해커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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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도서관이 만들어진 이유는 네이버와 책의 공통점이 지식과 정보, 이야기와 콘텐츠가 닮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도서관이나 서점, 북카페 등을 방문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고 책이 있는 공간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네이버 라이브러리의 전반적 분위기는 도서관의 조용함과 비슷하지만 다른 매력이 있다. 녹색 계열을 많이 사용하여  친근감과 부드러움을 주었다는 점, 쉽게 접할 수 없는 분야의 책들을 비치해 놓았다는 점에서 일반 도서관과 차이가 있다.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IT기기들도 체험할 수 있어 도서관이라기보다는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네이버가 도서관의 장점은 물론 도서관에서 할 수 없는 일들-전시 관람, 경계없는 웹 체험,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것,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까지 끌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라이브러리라는 플랫폼을 통해 어떤 이는 깊이 있는 대화를, 어떤 이는 새로운 정보 습득을 그리고 나같은 이는 공간에서 느낀점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 네이버에서 공유되는 무한한 지식만큼 라이브러리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자신만의 무한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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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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