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쁘띠, 아만다'를 봐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우리 둘이라면 해낼 수 있어!"
글 입력 2019.10.06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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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다시 상상하기도 싫다.”

 

친구가 말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때는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 유럽 축구 경기라면 잠도 줄여가며 시청하던 친구는, 큰마음을 먹고 프랑스로 향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친선경기였다. 말 그대로 빅 매치. 경기장은 만석이었다. 친구는 황홀했다. 소원을 이뤘으니. 하지만, 경기 중간중간 큰 굉음 소리가 한, 두 번 들렸다. 폭죽 소리겠지. 그렇게 넘기며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관객들은 경기에 빠져 환호를 질렀다. 경기는 프랑스의 1대 0 승리로 마무리됐다. 시합이 종료되자, 사람들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때였다. 친구 역시 출구를 향해 가고 있었다. 갑자기 앞쪽 인파들 속에서 비명이 들렸다. 그들은 뒤돌아 경기장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밀치거나 넘어졌다. 아수라장이었다. 코와 다리가 부러지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기장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대기했고, 겨우 친구는 호텔로 복귀했다. 뉴스를 틀었다. 테러 사건이었다. 8명이 6곳 테러를 가했다. 사건 초기 사망자는 최소 129명, 부상자는 352명에 달했다. 부상자 중에서도 상태가 심각한 피해자가 대부분이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했다. 친구는 큰 부상은 없었다. 다만, 국내 복귀 후 몇 번 정신과 병원을 지속적으로 드나들었다. 광주극장에서 <쁘띠, 아만다>를 보는 내내 친구가 떠올랐다.

 

*

 

이 영화는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이 모티브다. 친구의 경험 덕분인지, 더 깊이 감상할 수 있었다. 본 영화감독인 미카엘 허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살아온 파리라는 도시는 ‘부재와 상실’이라는 주제를 펼치기에 적합했다.”라고 말했다.


여름 햇살이 쏟아지는 파리. 아름답고 침착한, 평범한 일상을 담았다. 질감과 색감, 촉감 등이 화면을 보는 내내 느껴졌다. 촬영장비가 역할을 해줬다. 차갑고 뚜렷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디지털카메라는 내려놓았다. 대신, 슈퍼 16mm 카메라로 촬영했다. 덕분에 빛을 고스란히 담았다. 희망과 사랑의 표현하는 빛을 담고 싶어 촬영 시기를 여름으로 정한 것도 같은 의도였다.


주인공인 7살 아만다는 파리의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인 엄마(상드린)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가 바쁠 때는 외삼촌(다비드)이 아만다를 돌본다. 소녀는 엄마와 삼촌의 사랑을 받으며 밝은 아이로 커간다. 삼촌 다비드는 아만다가 아빠의 부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곁에서 돌보며 세 사람은 단란한 가족으로 살아간다. 행복했던 그들의 삶은, 단 하나의 사고로 모든 것이 바뀐다. 공원으로 피크닉을 간 상드린이 테러 사건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아만다는 홀로 남는다. 다비드는 누나를 잃은 슬픔으로 괴로워한다. 남겨진 두 사람은 가족을 잃은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영화 속 이야기 흐름의 핵심이다.

 

영화의 모든 내용을 기록하진 않을 거다. 아직 못 보신 분도 있으니까. 직접 보셨으면 한다. 일반 상영관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나도 그 덕분에 광주극장을 이용했다. 영화를 본 직후, 여러 자료들을 찾아봤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일명, <쁘띠 아만다>를 봐야 하는 세 가지 이유였다.


첫째, 테러 이후를 다룬 첫 영화다. 미카엘 감독은 테러 이후 프랑스 사람들이 겪은 집단적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나 뇌리에 새겨진 이미지 대신, 상실과 충격을 겪고 이를 견뎌내고자 노력하려는 인물들에 조용히 접근한다.


둘째, 뱅상 라코스테(뱅상)의 첫 비극 연기 데뷔 10년 차로 한 세대를 대표하는 그가 처음 비극 연기에 도전했다. 뱅상은 “우는 연기란 것이 저에겐 아주 추상적이었어요.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를 몰랐죠. 눈물이 날 때도 있고 안 날 때도 있었고, 처음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라고 말했다. 실제 영화상으로도 그는 24살의 젊은 청년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셋째, 절대 억지 감동(파토스)을 자극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지점이 좋았다. 우선, 아만다와 삼촌 다비드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섬세하고 태양처럼 따스한 관계를 보여준다. 그뿐이다.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나는 더 아팠다. 담담하려 해서. 침착하게 이겨내고 있는 그들의 모습 덕분에, 울림이 컸다.

  

영화를 압축하는 마지막 시퀀스. 테니스 경기를 지켜보는 두 사람. 한쪽 선수가 일방적으로 경기에서 밀렸다. 곧 아만다의 맑은 눈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흐느끼며 말한다.

 

 

앨비스는 건물을 떠났어

(Elvis has left the building)

 

 

아만다에게 엄마는 생전에 숙어 하나를 가르쳤다. '엘비스는 건물을 떠났어.' 유명 가수 앨비스 프레슬리는 그를 보려는 팬들이 몰려 공연이 끝나고도 한참이나 건물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매니저가 나와서 "앨비스는 건물을 떠났어."라고 말했다. 모두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아만다는 그 말을 내뱉은 것이다. 지고 있는 경기를 보며 엄마와의 추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다비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끝까지 믿고 기다리는 거라며 위로한다. 그 격려 덕분일까. 러브 포티(0:40)에서 듀스(40:40)까지 따라잡는다. 누군가에게 포기하지 마라는 메시지처럼 말이다. 그 순간이었다. 아만다의 울음이 웃음으로 바뀌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삶의 아픔도, 희망으로 바뀌지 않을까.   

 

*

 

영화를 보던 중에 에펠탑이 나오지 않아 궁금했다. 자료를 찾아봤다.


아만다&다비드가 함께하는 파리 산책(출처: 조경희 박사)

 

#파리가 배경이지만 에펠탑이 나오지 않는 이유

 

미카엘 허스 감독은 인터뷰에서 <쁘띠 아만다>가 2015년 11월 13일 파리에서 일어난 일련의 테러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이 사건 자체보다는 상실을 겪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기 때문에 영화의 배경을 샹젤리제 거리나 루브르 같은 상징적인 장소를 피하고 에펠탑도 등장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선택했던 뱅센느 공원은 조금은 덜 특징적인 장소이고 파리 시민들이 가족들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상장적인 장소이기 때문이었다고 언급했다.

 

 

[춘프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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