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빠른년생에 관해서 [사람]

글 입력 2019.10.03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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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른년생이다. 빠른이라는 것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생일이 빠른 1,2월 생의 경우 학교를 일찍 들어갈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나 때도 선택하여서 갈 수 있다고 했지만, 만약 안가는 경우 사유서 같은 걸 내야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강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가는 것을 선택했지. 뭐 나의 경우 나의 선택에 의해서 학교를 일찍 갔다고 한다. 엄마가 7살 때, 아이들과 같이 갈래 아니면 한 해 더 유치원을 다닐래. 라고 물어보셔서 당연히 친구따라 가고싶었던 나는 빨리 간다고 하여서 이렇게 빨리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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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자기 나이에 학교를 다닌 사람은 모르겠지만, 은근히 빠른이라는 것은 서러운 경우가 많았다. 어린 시절의 경우, 생일을 말하면 주변에서 꼭 이런 말을 덧붙였다. 야, 언니, 오빠라고 해, 사실 지금도 종종 듣는 소리다. 어린 시절이라고 말했지만, 생일이 1월이다 보니까 학기 중이 아닌, 방학 때가 생일인데, 나는 생일 선물을 챙겨주고 생일을 축하받지 못하는(물론 댓가를 바라고 선물을 주는 것은 나쁘다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 주는 만큼은 받고 싶었다. 심지어 저 때는 지금보다 어려서 더더욱!) 슬프고 약간은 서러운 것이 있었다.


또 하나 서러운 기억은 대학 신입생일 때다. 지금부터 나의 불법 행위를 하나 고백하겠다. 한창 술을 많이 마실 20살, 다른 동기들과 마셔라 부어라 하루하루 술에 빠져살 때, 나도 같이 마셨다. 변명하자면, 나의 법적 나이는 19살이기에 술을 마시면 안 되지만, 내가 인식하는 나이가 20살이고, 변명하자면 나는 띠도 쥐띠니까. 나이를 속여서(!) 술을 먹곤 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자세히 서술하지 않겠다. 나는 준법의식이 철저한 편이니까!(라고 하면서 불법 행위를 고백하는 아이러니) 하지만, 다시 그때가 되었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같다. 20살이 아니면 다시는 못할 그런 것들이니까! 20살 이후로 일을 하면서도 약간의 딜레마도 빠지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굳이 나이가 중요하지 않고 몇 학년인가로 내 나이가 판명되었다면, 일을 하면서는 생년월일, 즉 실제 내 나이가 나의 나이가 된 것이다. 물론 그게 맞지만, 그나마 대학에서는 학번이라는 것으로 나의 나이를 나타낼 수 있는데, 일을 하면서는 나의 나이가 97년인 나의 나이로 말해야하는지, 아니면 내가 인식하고 살아온 96년생으로 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심지어 나는 연기 쪽 일을 하니까, 한 살이라도 어리면 좋은? 그런 것들이 있으니, 실장님들이나 주변 관계자들은 97년생 더 어린 나이를 선택해서 말을 하였다.


물론 나이는 나이일 뿐이지만, 내가 실제로 향유하고 살아온 나이와 다른 나이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스스로가 박쥐같기도 하고. 나는 과 특성상 선후배 관계 이런 것들을 따지는 굉장히 유치한 짓을 많이 하는 과인데, 그럴 때도 아이러니 한 사태가 발생하였다. 나랑 생일이 비슷한 사람과 선배라고 불리거나 (물론 학번이 우선이라지만) 심지어 나보다 생일이 빠른 사람에게 언니라는 소리를 듣는 그런 사태도 발생하였다. 나는 족보브레이커가 되기 싫어서 대부분 내가 인식하는 나이인 96년생으로 말을 하는데, 또 여기서 한 번의 문제가 발생한다. 나이 많아서 대접 받고 싶니? 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정말이지 서러운 경우가 아닐 수 없다. 또 나이를 한 살 내리면, 어린척 한다는 소리를 듣는, 나름의 슬픔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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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떻게 어둠만 있으랴. 빠른의 장점은 어떻게 보면, 2개의 나이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 나는 그 점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못하는 경험이니까. 남들은 나이를 소개할 때 그저 하나의 나이만 있지만, 나의 나이는 두 개다. 나는 남들과 다른 것에 환장하는 사람이라 나름의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뭐 또 긍정적인 것을 찾자면, 정년이 보장된 직장 같은 경우 나 같은 빠른 년생은 1년을 더 다닐 수 있다. 이 점도 나름의 장점이지 않을까? (물론 지금은 정년이 보장된 직업이 몇 없지만)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어릴 때 아이들이 나에게 언니라고 해 이럴 때, 혼자서 생각했다. 동생보다 공부를 못하는 것이 창피하지도 않니?라는 혼자만의 우월의식? 누가 이 글을 읽는 다면, 나를 굉장히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어린 아이의 생각이었을 뿐이다. 이해해줘라. 그 때는 지금도 생일을 밝히는 것을 약간 꺼리는 나의 트라 우마 중 하나일 정도로 빠른이 굉장히 스트레스였으니, 나름의 방어기세라고 생각한다.


*

 

아무튼 이 글의 방향성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조차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심심하면 나오는 주제인 빠른 년생에 대해서 빠른 년생 당사자인 나의 생각을 말하자면, 굳이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 가 이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가 그만큼 서열 중심주의 사회라는 것을 드러내는 말아닐까? 나의 경우, 물론 존칭은 쓰지만, 친구로 지내는 40살이 넘는 분도 계시고, 어디서든 친구가 될 때 나이가 그렇게까지 말이 나올 주제인가 싶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12월생과 나의 생일은 불과 20여일도 차이가 안 난다. 하지만 96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언니가 되어야하고, 3월생도 나랑 몇 달 차이 안 나지만, 그 사람도 나의 동생이 되어야한다. 결론적으로는 그냥 나이가 뭐가 중요하냐. 나보다 어리던 말든지 나의 나이가 500살이건 나는 그저 나인데, 나의 판단하는 기준이 나이가 아니고, 나 자체로 여겨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그냥 부먹 찍먹 이런 것처럼 빠른이라는 제도가 이런 저런 말의 주제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사실 그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최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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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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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휴
    • 빠른 년생 느린년생 그딴거 없어
      그냥 년생이지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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