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단 하나뿐인, 애니메이션 영화제 - 인디애니페스트2019

글 입력 2019.09.30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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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애니메이션 축제로 생각했었던 인디애니페스트는 생각보다 그 규모가 굉장히 컸다. 창 밖으로는 빗줄기가 쏟아지던 한가로운 토요일 아침, 기분 전환 삼아 영화 리스트를 살펴보던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동양권 작품에 관심이 가는 터라 찾아봤던 '아시아로(Asia Road)' 파트의 경쟁 부문에만 총 37개 국가에서 591편의 애니메이션이 출품되었다는 것이다.


경쟁 부문의 경우 이중 심사위원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35편이 선정된 것이었고, 이외에도 주목할만한 영상 작품을 선보이는 초청 부문이 별도로 마련돼 다채로운 라인업이 돋보였다. 아시아로 출품작에 관심이 많아 살펴봤다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인디애니페스트는 총 5개 부문으로 구성돼 3개의 경쟁 부문과 2개의 초청 부문으로 나뉜다.


경쟁 부문은 아시아로를 포함해 기성 애니메이터들 대상의 '독립보행(Independent Walk)'과 학생 애니메이터들의 경연장 '새벽비행(First Flight)'으로 이루어졌다. 여러모로 최종 35편이 선정된 경쟁 부문의 영상을 보고 싶었으나, 시간상 비경쟁부문 아시아 파노라마 파트를 관람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회 없었던 선택이었다.



인디애니페스트2019 공식 트레일러


마지막 시간대에 상영하던 '아시아 파노라마2 외톨이들' 섹션은 중국부터 대만, 싱가폴까지 다양한 나라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총 한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을 가졌던 이 섹션은 9가지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 외톨이들이라는 타이틀이 무슨 의미인가 했더니, 영화에서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주된 소재로 다루고 있었다.


타인과 자신이 얼마나 친한지 속으로 재며 다가갈지 말지 망설이는 그 미묘한 감정선과, 낯설음을 극복하고 서로 가까이 다가가려 할 때의 용기, 하지만 때로 상대방을 향한 기대감이 무너져 마음 속에 안고 있게 되는 작은 아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결국 홀로 서게 되는 인간 본연의 고독과 외로움을 담담하게 그려낸 애니메이션이 많았다.


차라리 혼자 지내기를 바라게 되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와 발 맞추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사회의 다양한 모습. 이를 각 영상마다 다른 느낌으로 표현해낸 점이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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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녀가 평범한 일상을 찾은 후에 친구들과 서서히 연락이 끊기게 되고, 이 이유를 찾아내려 한다는 참신한 스토리텔링의 <마녀들의 고민>, 그래고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남자를 설정한 위트 있는 그림체의 <방에 홀로 앉아있는 지구상 마지막 남자>가 기억에 남는다.


여러 작품이 하나로 엮인 이 섹션은 대체로 건조하거나 희미하고 흑백의 담백한 느낌의 애니메이션이 많았는데, 여러 영상을 보다 보니 내 애니메이션 취향을 자연스레 찾아내게 됐다. <여섯 번째 줄>처럼 독특한 영상미를 지닌 3D 작품도 인상 깊었지만 개인적으로 동화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영상에 호감이 갔다.


손그림처럼 아기자기한 연출과 컬러가 덧입혀졌을 때 좀 더 감정적으로 풍부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내용 면에 있어서도 너무 모호하고 딥한 스토리라인보다는 한번 꼬아낸 듯 블랙 유머가 깃들어 있다던지 위트 있게 전개됐을 때 깊이 와닿았다.


단편 애니메이션을 접할 일은 정말 많지 않았는데, 이렇게 한 주제로 엮인 작품을 연달아 보고 나니 말 그대로 극장 문을 나올 때 더없이 풍성한 감성을 품을 수 있었던 듯. 각양각색의 작품 속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도 찾아낼 수 있었고.


*


사실 공영 채널에서 송출되는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처음에는 러프한 터치와 얼핏 난해하게 다가오는 전개 방식이 어렵게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독립 애니메이션은 모두 기존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신만의 분명한 아름다움으로, 보석같은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를 깨달은 것 만으로도 무척 뿌듯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인디 애니메이션계의 반짝일 내일을 응원한다. :-)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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