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처음으로 인디애니메이션을 볾! - 인디애니페스트 2019

인디애니메이션은 어떤 예술일까?
글 입력 2019.09.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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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니메이션?"



인디애니페스트를 위한 하루를 두고 일상을 지내며 내가 자주 생각한 것은 “애니메이션은 어떤 예술일까”라는 질문이었다. 질문의 원인은 단순했다, 내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예술을 잘 모른다는 것. 나는 예술로서의 애니메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저 내가 어릴 때 경험한 애니메이션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기에는 인디애니메이션은 또 다른 그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애니메이션을 예술과 작품으로서 직접 만난다는 것은 처음, 그리고 처음이라는 것은 무작정 단번에 익숙해질 수 없는 법이었다. 그래서 하나의 단순한 질문은 첫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자연스러운 단계였고, 내가 처음 품은 것은 어쩌면 가장 쉬운 질문이었다. 나의 막연한 머릿속이 질문을 던졌다. “애니메이션은 어떤 힘을 가진 예술일까.”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상해보고 하나의 작품을 위해 감독이 떠올리고 또 고민해 보았을 지점들을 상상해보았다. 자신만의 속도로 시간을 배회하는 그림의 움직임, 작품을 품고 있는 주제와 그것을 노래할 서사, 그리고 함께 진행될 소리와 목소리까지. 표면적이지만 하나씩 짚어 가보니 애니메이션은 영화와는 달리 또 어느 정도의 예상조차도 감히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많은 요소가 작품 세계만의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같은 사과를 이야기하려 해도 사람마다 그림으로 표현되는 방식이 다르고 소리로 표현되는 방식이 다르고 이야기로 표현되는 방식이 달라 하나의 사과만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림, 소리, 움직임 이 모든 요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작품에 담아낸 인디애니메이션은 어떤 모습일까. 정말 보기 전에는 예상할 수 없었다.


“무엇을 보게 될까” 결국 인디애니페스트를 둔 나의 마음은 이렇게 정의될 수 있었다. 처음이라 막연하다는 수식어로 감싸진 마음은 현장에서 그 막연하다는 껍질 한 꺼풀을 벗겨내고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정말 궁금했다. 머릿속은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가고 나는 손에 쥐어진 작품 소개와 몇 개의 스틸컷들을 하나씩 다시 살펴보면서 인디애니페스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디애니페스트 2019

- Indie-AniFest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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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처음으로 인디애니메이션을 볾!



인디애니페스트는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한 상영관에서 하나의 작품을 상영하는 것이 아닌, 카테고리와 주제로 작품들을 분류해서 한 번에 여러 작품을 한 상영관에서 상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상영이 마무리되면 바로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는데 이 시간 동안 관객은 얼마든지 감독에게 작품에 대해 질문을 하고, 감독도 자신의 작품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하니 본 행사 이전부터 작품 상영 외에도 여러 행사가 진행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나는 일정이 맞지 않아 참여하지 못했다. 토요일에 인디애니페스트를 간 나는 고민 끝에 “아시아 파노라마1”과 “독립보행1”을 보기로 했다.



*


아시아 파노라마1



자전거를 혼자 타기까지 몇 번이나 넘어지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누군가 붙잡아 줄 사람이 필요하다. 앞사람이 안심하고 나아갈 때 뒷사람은 슬그머니 손을 뗀다. 균형 잡는 법을 익히면 혼자라도 비틀비틀 나아갈 수있다. 불안한 삶과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를 그렸다.


- 아시아 파노라마1 : 내 곁에 있어줘



처음 인디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난 곳은 비경쟁부문인 “아시아 파노라마1” 상영관이었다. 작품 상영 시작 직전까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나의 마음은 첫 작품부터 순식간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떨어져 있어도(Apart)> 작품을 통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만나고, 이어서 트라우마를 수영장이라는 공간에서 은유적으로 표현한 듯한 <스플래쉬(SPLASH)>, 추상적으로 몸의 이미지를 통해 작품을 이어나간 <Half Asleep(잠결)>,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MIMI(미미)>, <침대 위의 물고기(A fish on My Bed)>, 젠더를 다룬 <틈새에 있는 사람(The Person in Crevice)>이 순서대로 상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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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있어도(Apart)> 스틸컷


주제로 보았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삶과 지금 사회에서 중요한 무게를 두고 이야기가 오가는 젠더에 대한 작품들, 그리고 그 내용을 단번에 이해할 수 없는 추상적인 표현의 작품들처럼 그 무게가 가볍지 않거나 혹은 표현이 어렵게 다가오는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차분하고 따스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도 많았다.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실연의 아픔을 표현한 <Somewhere Soft(부드러운 곳)>, 삶은 선택의 순간의 연속이라는 메시지를 친근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 <결정장애?(Do-ji-le?)>, 원시인 가족에게 우연히 찾아온 강아지를 시작으로 일어나는 일을 유쾌하게 풀어낸 <굿 하트(Good Heart)>, 마을에서 일어나는 우리들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순간을 따스한 그림으로 펼쳐낸 <우메보시 순찰(Pickle Plum Parade)>, 한 사람의 삶을 함께한 저마다의 개성과 사랑스러움 가득한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석양의 오중주(The Quintet of the Sunset)>, 아버지의 따스한 응원 속에서 우주로 향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하늘까지 한 걸음(One Small Step)>까지,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 과장됨 없는 그 자체로의 차분함과 따스함, 그리고 일상 한 켠에서 우리와 함께하고 있던 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따듯해지는 작품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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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Do-ji-le?)> 스틸컷


간단하게 살펴보더라도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으실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에는 작품마다 우리에게 보여주는 세상이, 그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펼쳐내는 서사와 전해주는 감정들이 너무나 다채로웠다고 말하고 싶다. 하나의 주제로 묶기에는 작품마다 우리에게 보여주는 세상이, 그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펼쳐내는 서사가, 전해주는 감정들이 너무나 다채로웠다.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상영관 안에서 나는 여러 작품을 만나면서 울다가도 웃었다가, 진지한 시선으로 작품을 보다가도 다시 밀려오는 감정에 울고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관객과 작품이 하나 되어 상영관의 공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만나고, 잊고 있던 여러 감정을 다시 불러오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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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보행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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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슬리 소녀(Parsley Girl)> 스틸컷


첫 선택으로 “아시아 파노라마1”을 선택한 후 두 번째 선택지로 “독립보행1”을 보기로 한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감독이 제작한 애니메이션도 놓치지 말고 봐야겠다는 마음. 이곳에서는 “아시아 파노라마1”과는 또 달리 실험적인 작품과 한국 사회라서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담은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이미지, 소리, 동영상 소스를 결합해 동화를 연기함으로써 자유로운 데이터에 새로운 방식의 의미를 부여한 <파슬리 소녀(Parsley Girl)>,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이 주인공이 조치원이라는 공간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인 거리와 물리적 거리의 관계를 표현한 <143.89 - 0km>, 히어로물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야기를 넣으면서도 유쾌하게 거대 모기를 퇴치하는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그린 <인천모기멸종보고서(Incheon Mosquito Extinction Report)>, 지하철을 운전하는 주인공을 두고 자신을 돌아볼 틈도 없을 정도로 열정이 소모되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상상으로 다시 풀어낸 <The Wheel Turns(바퀴돈다)>까지가 그런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하지만 여전히 필자는 하나의 문장으로 작품을 요약해 표현하는 것이 너무 마음에 걸린다. 그 이상으로 다채로운 생각들을 펼쳐낼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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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oon(마이문)> 스틸컷


그리고 죽음을 일러스트 애니메이션을 통해 따스한 목소리와 이야기로 표현한 <We Will See Someday(위윌씨썸데이)>, 무사를 주인공으로 두어 “정의”라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은 뼈<Yonorang)>,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불가피한 관계에 대해 풀어낸 <산(SAN)>, 해와 지구 그리고 달의 관계를 상상의 이야기로 새롭게 풀어낸 <My Moon(마이문)>, 관계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긴 테이블 사이로 비유하며 마치 시를 읽는 느낌을 준  <르모(Le Mot)>작품이 있었다. 여러 다양한 “독립보행1”의 작품들 중 내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We Will See Someday(위윌씨썸데이)>와 <Le Mot(르모))>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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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Will See Someday(위윌씨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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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Will See Someday(위윌씨썸데이)> 스틸컷


<We Will See Someday(위윌씨썸데이)>는 그림책을 그리는 홍나리 작가님의 첫 애니메이션 작품이었다. 노래에 맞추어 길고양이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길고양이와 주인공은 첫만남에서는 서로 어색해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따스함을 나눈다. 그러다 고양이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겉모습을 옷을 벗듯이 지퍼를 내려 벗겨내고 물방울 형태(후에 감독님께서 이는 존재 자체를 표현한 것이라 하셨다)로 돌아가 세상을 떠난다. 주인공은 발견한 고양이의 옷을 덤덤하게 개어 흙에 차분히 묻어준다. 시간은 흐르고 주인공도 자신의 옷을 벗고 물방울(존재 자체)로 나와 아마 본래 길고양이의 모습이었을 다른 물방울과 만나며 작품은 끝난다.


처음 작품을 감상했을 때보다 감상 이후 감독과의 대화에서 홍나리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나서 더 기억에 남은 작품이었다. <We Will See Someday)>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남편분과 함께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만들기 시작한 작품이라 하셨을 때, 나는 우선 “죽음”이라는 것을 그 첫 번째 이야기로 남겼다는 것이 너무 인상 깊었다. "죽음이란 무엇일까?”라는 대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두고 아이를 위해 죽음을 어떻게 알려주고 또 이야기할지 고민하며 만든 작품이라는 것에 그 마음과 세심함 그리고 그 뒤에 있었을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 우리의 이 모습도 결국 옷이고, 죽음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이 옷을 벗고 우리 존재 자체로 남는다는 것, 그리고 그 존재 자체의 모습으로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라는 이야기의 흐름이 꼭 아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닌 여전히 죽음이 쉽지 않은 어른에게도 위로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후에 엄마와 아빠가 곁에 없어도 아이를 위로해줄 작품을 세상에 남겨두고 싶었다는 작품에 담긴 감독님의 마음은 그 위로의 온도를 더 따스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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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Mot(르모)>


<Le Mot(르모)>는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그림으로 읽은 관계에 대한 한 편의 시를 보고 왔다는 느낌이 든다. 긴 테이블을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앉아있는 두 사람. 한 줌에 감춰질 만한 작은 빨간 공이 서로에게 던져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테이블을 지나며 코끼리가 되고 토끼가 되고 사자가 되며 여러 모습으로 변한다. 시간이 흘러 공은 사람 몸에 직접적으로 닿기 시작한다. 다른 한 편의 사람 몸 위로 빨간 공이 던져지자 그의 몸 위에는 붉은 꽃이 피어났다. 하지만 반대편의 사람은 그것을 못 보았다는 듯이 계속 공을 던지고 공을 맞을 때마다 다른 한 편의 사람 몸 위에는 속수무책으로 붉은 꽃이 피어난다. 꽃에 뒤덮인 사람은 결국, 테이블에서 일어나 절대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배경의 창을 연다. 나와 그 사람 관계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내가 던지는 빨간 공은 그들에게 어떤 것이 되었을까, 라며 작품 속 세상의 언어를 따라 질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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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Mot(르모)> 스틸컷


<Le Mot> 감독의 말


살면서 많은 관계에 얽혀 살아간다. 관계들은 어느 순간 예고 없이 시작되기도, 또 파괴적인 끝을 맺기도한다. 그 관계의 끝에서 삶의 무의미함, 피로함, 나약함과 같은 어두운 감정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지만, 우리는 그 언저리를 떠날 수 없다.



코끼리, 토끼, 사자와 같은 동물은 각각 마주했을 때 전해주는 느낌이 전혀 다르듯이 작품 속 빨간 공이 변한 동물들은 각각 벅차고 거대한 느낌, 작고 사랑스러운 느낌, 위협적인 느낌 등을 비유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빨간 공이 상대에겐 기다란 테이블을 거쳐 전혀 다른 느낌과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던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빨간 공이지만 그 작은 공으로 인해 관계 사이를 비유하는 긴 테이블 위에는 예상할 수 없이 많은일이 일어난다. 결국 공은 사람의 몸에 직접 닿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관계가 흘러가는 테이블 앞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빨간 꽃들이 수북이 피어나고 몸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더는 견딜 수 없을 때 상처 입은 인물이 끝내 테이블을 벗어나고야 만다. 하지만 정말 이를 벗어난 것으로만 볼 수 있을까. 또 다른 질문이 달린다. 나는 <Le Mot> 작품을 그렇게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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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Mot> 스틸컷


사실 이런 생각을 거치기 전, 작품을 감상할 당시에는 한 테이블을 감싼 저 두 인물이 마치 내 내면 속 다른 모습의 두 자아모습으로 이해되고 그렇게 공감되었었다. 흔한 우울감에 사로잡히면 내가 나를 자책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어쩌면 그런 연상이 나로선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즉 내가 이해한 작품 <Le Mot>의 언어로 나의 내면을 다시 말해보자면 나는 나에게 공을 던지고 스스로 몸에 상처를 입히고 꽃을 피워내고 있는 것이다(아마 꽃을 나를 가리는 기호로 그리는 나에게 르모가 보여준 이미지가 더욱이나 그렇게 다가온 것 같다). '나와 또 다른 나’는 ‘나와 남'이라는 관계에서 처럼 테이블을 벗어날 수 없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금이 가고 멍 든 자리에 꽃이 피여도 스스로를 자책하는 나를 앞에 두고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아마 지금같은 그림을 그리는 나의 모습은 그렇게 탄생한 것 같다. 꽃에 잔뜩 뒤덮인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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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니페스트에서 보고 느낀 모든 것들을 나열해보니 왜 지금까지 이런 풍성한 예술을 펼쳐내는 곳을 지금껏 몰랐을까, 라고 다시 물어보게 된다. 인디애니페스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만해도 나와 친구는 그런 영화제가 있다는 것에, 그리고 벌써 15번째의 축제를 앞두고 있다는 것에 놀랐었다. 가기 전까지만 해도 잡히는 것 하나 없었지만 실제로 찾아간 인디애니페스트에서 나는 먼 길을 찾아간 노력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는 분명 좋은 작품을 만나고 다양한 느낌을 가지고 감정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별다른 인상을 주지 않은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정도로 각각의 정체성이 뚜렷한 작품들이 많았고 상영 후에 바로 이어지는 감독과의 대화는 작품에서 놓친 부분을 바로 함께 채울 수 있는 시간으로 이어주었다.


인디애니페스트에서 나는 감독과 작품 그리고 관객을 이어주는 공감이라는 선 위에서 울고 웃으며 함께 있었다. 미처 짚어보지 못한, 그러나 어딘가에는 분명 있었을 나라는 존재를 이루던 흔적들이 작품을 만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 같았다. 죽음이라는 것, 트라우마라는 것, 너무 당연시 돼서 잊고 있던 나의 정체성, 너무 깊이 들어갈 필요도 없이 그저 공감하고 맘 놓고 웃고 싶었던 마음과 같은 여러 덩어리가 다시 작품과 나 사이에 굴러들어왔다. 그 덩어리를 다시 함께 바라보며 나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더 많은 이야기에 함께할 수 있음,  반대로 작품도 얼마든지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의미를 만들어낼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단지 잊고 있어서 내 앞으로 불러올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 뿐 내 안에서 잊힌 것들이 다시 들춰지고 환기된다는 것, 그리고 작품이 사람과 연결되어 여러 의미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이것이 내가 인디애니페스트를 통해 느낀 인디애니메이션의 예술로서의 정체성이었다.


이처럼 여러 좋은 작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디애니메이션과 인디애니페스트가 아직 애니메이션과 예술을 관심을 두고 있는 대중 너머의 더 많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하지만 동시에 인디애니메이션을 잘 몰랐던 대중에 속한 한 사람으로서 인디애니페스트가 인디애니메이션과 대중을 연결해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하게 되었다. 이번에 풍성한 보름을 맞이한 인디애니페스트가 이루어낼 앞으로의 발걸음들을 응원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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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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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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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tral37
    • Le Mot감독 백미영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다양한 시선으로 글을 써주셔서 재미있게 기사 읽었습니다. 해외 일정상 영화제에 직접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렇게 인상 깊게 애니메이션을 봐주신 분이 계셨다는 것 만으로 감사하고 뿌듯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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