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학과 음악, 서로에서 길을 찾다 -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글 입력 2019.09.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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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랬었다. 음악, 특히 가사가 없는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이것을 작곡한 작곡가의 감정의 결을 느껴보려고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음악은 악보 위 음표를 통한 말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전래동화를 읽어주듯, 음표를 통한 말로서 상황을 표현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음악과 문학이 작곡/창작의 근원으로 들어간다면 그 뿌리가 그렇게 다르지 않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창작의 모태는 동일하되, 단지 표현하는 수단이 글이냐, 음표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감히 짐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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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중국의 저명한 작가 ‘위화’가 쓴 산문집이다. 그가 자신의 작가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된 ‘인생’, ‘허삼관 매혈기’등의 작품을 펴낸 직후부터의 자신이 쓴 글을 모아낸 책이다.


소설이 작가의 창조된 자아가 발현되는 공간이라고 한다면, 소설 작가의 산문집은 작가의 자아 그 자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항상 흥미를 가져왔는데, 이 책은 작가가 음악과 문학을 연결시켜 생각하게 된 계기와 두 대상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을 말해본다면, 단연코 적절한 비유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대상 간의 유비가 아닐까 싶다. 그 누가 음악에서의 화성과 독서를 유비할 수 있겠는가. 책의 서두에서 음악에 매료된 작가는 서로 다른 악기가 제각각 연주될 때 아름답게 만들어지는 음악에서의 ‘화성’이 정말 부럽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와 ‘독서’도 화성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독서라는 행위에, 독자 고유의 경험과 생각이 더해진다면 화성과 같은 경이로운 합체와 함께 생각의 ‘일렁이는 물결’이 이루어지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작가는 여러 작품을 놓고 흥미로운 비유적인 표현을 자주 보여주는데, 특히작품 속 상황과 맥락은 다를 수 있어도, 음악 작품과 문학 작품의 연결 고리를 찾아본 시도는 아주 흥미로웠다. 예컨대, ‘클라이맥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가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과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자를 함께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 두 작품을 놓고 ‘서로를 응시하는 거울 같다’라고 하였는데, 두 작품을 모두 접해본 독자라면 이 천채적인 비유에 절로 탄성을 지르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독자는 책을 읽으며 작가의 여러 문학작품에 대한 분석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필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윌리엄 포크너의 ‘와시’의 주요 장면 (죽음)에 대한 비교 분석을 한 대목을 통해 ‘한 작품을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넘어서서 문학 작품 간을 넘나드는 응용과 감상에 대한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 무엇이든 그렇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알고, 이해하고 있어야 다른 대상과의 비교 및 유비가 가능해지기에, 앞으로 문학작품을 읽을 때 나의 작품을 보는 눈에 대해 점검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음악과 문학 두 세계를 모두 좋아하는 독자라면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들기 바란다. 두 세계가 합해져 내는 광활한 시너지 세계 속으로 독자는 당신을 초대할 것이다.




가장 세계적인 중국 작가
위화余華,

거장이 된 그가
젊은 날 책과 음악 속으로 떠났던
따스하고 다채多彩한 여정






<책 소개>


'가장 세계적인 중국 작가' 위화(余華). 그가 젊은 날 책과 음악 속으로 떠났던 다채한 여정을 담은 에세이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로 한국 독자를 만난다. 젊은 시절 책과 음악의 세계로 떠난 여정에서 즐겨 읽은 고전문학과 좋아한 고전음악에서 얻은 위화 문학의 자양분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여행기다.

1993년 <인생>, 1996년 <허삼관 매혈기>를 출간하고 명실상부 중국문학을 선두에서 이끄는 작가로 손꼽히던 30대에 쓴 글을 모은 만큼 생명과 열정의 냄새가 코 끝 가득 차오른다. 이 책은 1997년 위화의 장편소설 <인생>(당시 제목 '살아간다는 것')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허삼관 매혈기> <가랑비 속의 외침> <제7일> <형제>와 소설집 <내게는 이름이 없다> 등 위화의 소설을 꾸준히 출간해온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하는 산문집이다.

지금은 거장이 된 작가의 젊은 시절, 갓 벼려진 칼날 같은 통찰력을 시적인 문장에 담아냈다. 스스로 따스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여정이라 칭하는 글이니만큼, 위화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안내서가 될 것이다.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 생生을 헐어 쓴 글의 힘 -


지은이 : 위화余華

옮긴이 : 문현선

출판사 : 푸른숲

분야
작가에세이 / 중국 문학

규격
137*194

쪽 수 : 404쪽

발행일
2019년 09월 02일

정가 : 16,800원

ISBN
979-11-5675-793-1 (03820)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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