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긴 슬럼프 속에서 듣는 노래 [음악]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고 느낄 때
글 입력 2019.09.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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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고 느낄 때.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갑갑할 때. 내게 유일하게 남아있는 좋은 것이란 하늘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질때.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은 그걸 겨우 쳐다보는 것 뿐일 때.

이럴 때일 수록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둬야 한다. 이럴 때일 수록 스스로를 아껴주어야 한다.



Max Richter : Dream 3




음악에 치유기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알 수 없는 삶에 대한 공포로 온 몸이 달달 떨릴 때, 이 멜로디를 외워 두고 스스로 괜찮아, 괜찮아 라고 말하면 정말 괜찮아졌다.

그리고 잠이 오지 않을때, 이 음악을 틀어 두고 자면 지금 풀리지 않은 수많은 숙제들도 왜인지 언젠가는 천천히 풀릴 것처럼 느껴졌다.

왠지 이렇게 쓰고 나니 이 음악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소개하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 하지만 어쩌면 사람에게는 이런 것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스스로를 위로하던 일기쓰기마저 힘이 들고 어려워서 펜을 들지 못하는 날에는 말이다. 그런 날에는 그저 재생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나는 컨텐츠가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유튜브 동영상 중에는 너무나 시끌벅적한 동영상이 많아서, 보고 나면 찝찝한 경우도 있다. 이 음악, 이 동영상은 그래서 내게 베이스 캠프같은 역할을 해준다. "너 왜 이렇게 못해"라고 말하는 시끌벅적한 머릿속을 떠나서, "내가 제일 잘났지", 혹은 혐오 표현이 가득한 시끌벅적한 수많은 SNS들을 떠나서 일종의 기준음을 잡아주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다정하고 좋은 사람임을 잊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다. 많은 것들은 변해도 한 번 녹음된 음악은 기록으로 변해 남아 있으니 말이다.

영상도 화려하지 않아서 좋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어서 더 좋다. 피아노, 달, 수많은 차들이 지나치는 야경 등. 특히 외로워 보이는 사람들과 달 이 둘이 어우러지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그 영상이 마치 달이 그들을 내려다보면서 담담하게 수고했다고 전하는 말 같다. 비록 야경이 너무 화려해서 달의 빛과 이야기는 귀를 잘 기울여야 알 수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건 마치 화려한 컨텐츠들 속에서 잔잔하게 자신의 음악을 전하는 리히터와 닮은 것 같다. 일종의 절절한 위로인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전부 다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테지만 말이다. 당신은 어떤 마음을 느꼈는가?





슬럼프에 빠진 당신에게, 그리고 실은 지금 빠져 있는 나에게 쓰는 글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느낌, 그 느낌을 정말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스스로 겪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실은 지금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럴 때일 수록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둬야 한다. 이럴 때일 수록 스스로를 아껴주어야 한다, 라고 앞에서 말했던 것은 스스로에게 내가 요즘 말하는 말이다.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말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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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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