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한 개의 사람

글 입력 2019.09.1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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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세상에는 어떤 연극이 있나 이제 막 기웃거리기 시작했을 즈음이었다. 예전에 잠깐 만나던 연극을 하던 분이 꼭 보라고 추천해 준 공연이 있었다. '양손프로젝트'라는 팀의 <여직공>이라는 공연이었다.

그때 처음 양손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그 공연은 매진이라 가지 못했고 그때 만났던 사람과도 이제는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양손프로젝트'라는 이름만은 마음 어딘가에 남아 가끔 떠오르곤 했다. 당시 내게 생소했던 공동창작 방식으로 공연을 만든다는 점도, 연극을 전공한 사람이 강력하게 추천해 준 공연이라는 점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종종 이름을 검색해 봤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이미 공연이 끝나있거나 진행 중인 공연이 없던 중에, 이번에는 운 좋게 타이밍이 맞았다.

양손 프로젝트가 더 줌 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태형>, 김동인의 <감자>. 세 개의 단편소설을 텍스트 삼아 만든 독립된 세 개의 공연이 <한 개의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단편소설을 무대에 올리는 시도는 양손프로젝트에게 특별히 색다른 건 아니다.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개는 맹수다>, <현진건 단편선-새빨간 얼굴>, <김동인 단편선-마음의 오류>, <모파상 단편선-낮과 밤의 콩트>등 양손프로젝트는 단편소설을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이전부터 꾸준히 해 왔다. 공연을 보기 전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왜 단편소설을 무대에 올릴까?

공연을 올리는 입장에서 일단 단편소설은 한 번 검증된 이야기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설을 무대에 올렸을 때 단점도 많다.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 무대에 오르면서 축약되고 각색되어 실망스럽게 바뀌는 상황을 종종 마주할 때가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소설을 무대에서 다시 볼 경우 결말까지 다 알고 있으니 아예 새로운 내용의 연극을 볼 때보다 설렘이 반감되기도 한다.

게다가 단편소설은 희곡과는 달리 무대가 필요하지 않은, 그 자체로 이미 완결된 예술이다. 그러니 단순히 검증된 이야기 덕을 보겠다는 생각만으로 소설에 굳이 무대라는 요소를 더하다가 무리수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보다 이미 완성된 것에 무언가를 더하는 게 더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번 무대에 오르는 소설이 요즘의 소설이 아니라 근대소설이라는 점에서 무언가를 덧붙일 수 있는 여백이 상대적으로 넓다. 우선 저작권이 만료된 경우가 많아 이용이 자유롭다. 게다가 창작된 지 반백 년이 지나 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사람들이 품은 가치관도 많이 달라진 상태에서 재해석, 재창조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특히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교과서에 실려 일제강점기 한 개인의 비극적인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작품이다. 하지만 동시에 교과서에서 이 소설을 배운 사람들이 자라서 소설 속 주인공이 아내에게 행사하는 폭언을 '사랑의 에두른 표현'이라 가르친 교과서의 내용을 문제 삼기도 했다. 김동인의 <감자> 역시 어려운 시기를 자기 방식대로 살아남기 위해 애쓰던 한 여자의 이야기로, 교과서에서 달달 외웠던 내용을 넘어서 2019년에 다시 읽을 여지가 있어 보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앞서 밝힌 이유로 소설을 연극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한 개의 사람>은 원 텍스트가 근대소설이라는 장점이 있고, 그동안의 양손프로젝트의 작품이 늘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좋은 평을 받아왔기에 평소와는 달리 기대가 된다. 양손프로젝트만의 관점과 방식으로 재탄생한 세 편의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양손 프로젝트의 <한 개의 사람>은 한국에서 공연이 끝나면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의 초청으로 10월 초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헝가리 국립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그 전에 한국인으로서 한국 근대소설을 텍스트 삼은 이 작품을 먼저 볼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며, 풍성한 리뷰와 함께 돌아오고 싶다.



양손프로젝트

양손프로젝트는 배우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과 연출 박지혜로 이루어진 소규모 연극그룹이다. 팀원들 모두가 작품선정을 포함한 창작의 모든 과정을 함께 공유하고 결정하는 긴밀한 공동창작의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양손프로젝트의 작품은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의 해외극장과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왔으며, 국내에서는 국립극장, 국립극단, 두산아트센터, 남산드라마센터, 산울림소극장 등의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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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사람>

일시: 2019. 9. 21 (토) ~ 9. 26 (목)

장소: 더 줌 아트센터

시간: 평일 8PM /토요일 7PM /일요일 3PM, 7PM

관람연령: 고등학생 이상

소요시간: 75분(인터미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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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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