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TV/드라마]

드라마 '상속자들'을 보고 든 상념들
글 입력 2019.09.16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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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및 개강 직후까지 과거에 즐겨봤던 드라마 ‘상속자들’을 다시 ‘정주행’했다. 이제 또 다시 감당할 수 없을 만한 무게로 커져버린 개강(^^)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를 모토로 삼는 상속자들을 보면서 위안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때 본 상속자들과 달리 성인이 되어 접한 상속자들은 나에게 또 다른 무게와 느낌으로 다가왔다. 내가 이번에 상속자들을 보며 이전과 달리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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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용서는 복수보다 위대하다는 것


최영도는 자신이 앓고 있는 사랑의 열병을 표현하기 위해 차은상에게 끊임없이 잘못된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곤 한다. 그럴수록 차은상은 최영도로부터 멀어져만 가는데, 차은상이 매우 화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차은상은 최영도를 용서하는 모습을 보인다. "너네 집은 괜찮냐, 생각해보니 너도 아직 고작 18살인데...크게 손 본다는 건 다음에 하자"라고 말이다. 그 순간 최영도의 마음은 크게 흔들렸을 거다. 아차, 하고.



2. 사람은 낙원이 될 수 없다는 것.


차은상은 알고 있다. 아예 신분자체가 , 태생 자체가 다른 김탄과 자신은 현실적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그렇지만 현실에 순응한건지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준건지 둘은 교제를 시작한다. 그러나 최영도가 수영장에서 차은상에게 밀치면서 말한 한마디 "김탄은 이렇게 너를 잡아주는 척 하다가 허망하게 놓아버릴거야"에서 차은상은 쓸쓸하게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세상을 보자. 백마탄 왕자님은 없다. 사람은 낙원이 될 수 없다.



3.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김탄은 차은상이라는 왕관을, 김원은 제국그룹 회장이라는 왕관을 원한다. 따라서 극 중에서 짊어져야 하는 짐의 무게와 크기도 다를 수 밖에. 세상사 다 똑같지 않을까. 자신이 쓰려는 왕관만큼의 짐을 짊어져야 하고, 그러한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세상으로 나아가야한다.



4. 사회란, 아니 비즈니스란 포커페이스의 연속이다.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쏟고 악에 바쳐 소리 칠 지언정 동굴 밖을 나서는 순간 세상이 나를 보는, 정확히 말하면 세상이 봐주길 원하는 모습으로 완벽하게 변신해야 한다.



5. 사람에 관해서는, 인력에는 한계가 있다.


누군가를 어떻게 만든다는 것, 그것에 100퍼센트는 없다. 특정 행동을 취함으로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운명, 그 사람만의 세계의 변화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1) 이효신은 검찰총장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지만 압박감으로 인해 끊임없는 탈선을 한다. 공부에 관해 대한민국 최고 수준으로 지원을 해줘도 본인 마음이 안서면 그만. 수시면접을 부모힘으로 다시 열어준다해도 안가겠다는 걸 끌고 들어갈 수는 없는 법이다.


2) 사람의 감정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탄이의 구애 행동은 분명히 차은상의 마음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사람을 바꾸는 것만큼 힘든게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을 바꾸는거다. 중간의 큰 위기들에서 차은상은 바뀌었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아 둘의 사이는 큰 위기를 맞는다. 결국 힘쓸데까지 써보고 안되는 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극 중에서 그렇게 한 탄이.



6.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노골적으로' 사람을 욕보이거나 상처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강예솔은 극 중 성격 탓도 있겠지만 무리들이랑 노골적으로 차은상에게 모욕을 준다. 그리고 나중에 자신의 치부가 밝혀졌을 때는 같이 차은상을 욕하던 무리에게 수군거림을 당한다.


최영도는 좋아하는 마음의 표현이었다고는 하지만 노골적으로 차은상에게 모욕을 주었고, 그것은 돌아올 수 없는 차은상 마음의 떠남으로 귀결되었다.



7. 착한 심성과 인간미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상속자들에서 내가 본 인간미있는 캐릭터는 이보나. 능력 있고 재산 있고 예쁘고, 그와 퍽이나 어울리다고 할 수 있는 독특까칠한 성격을 가졌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결정적인 순간에서 착한 심성과 인간미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차은상에게 차갑게 굴다가도 유라헬이 물리적 힘을 쓰는 '아니다'싶은 상황이 오면 자신의 바운더리가 아닌데도 제지할 줄 알고, 가장 기본적인 유치원에서 배우는 거지만 친구가 옷을 버렸을 때 옷을 가져다 주는 정도의 호의와 마음가짐. 우리나라 같은 사회에서 치이고 살다보면 잊기 쉽지만 그럼에도, 가장 끝까지 지녀야할 자세가 아닐까.


1번과 연결되긴 하지만 인간적으로 인간 최영도에게 연민을 가지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차은상의 모습이 그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나는 드라마를 통해서, 진실도 아닌 각본을 통해서 삶을 많이 뒤돌아보고 성찰하는 편이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허구적인 이야기들에 대하여). 아마 각본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그것은 나의 현재의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눈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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