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왜 책을 읽는가? - 책과 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사람]

글 입력 2019.09.1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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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풍경



상상만 해도 마음이 좋아지는 풍경이 있다. 노트와 펜, 책과 차, 커피 그리고 음악. 나의 평온에 빠질 수 없는 존재를 꼽자면 그중 하나는 책이다. 그렇다고 내가 종일 책을 달고 산다든가 천 권을 읽는 다독가는 아니다. 하지만 힘들 때마다 책은 늘 내게 힘이 되고 행동을 하게 하는 내적 근원이 되었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마음이 어딘가 불안하다. 그런 내가 또다시 손에 든 것은 책이었다. 또다시 책을 탐독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결국 왜 책으로 돌아오는가? 나에게 책이란 어떤 힘인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이 글을 통해 해보려 한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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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을 키워주었던 얇지만 단단한 책 《여덟 단어》



1. 끝까지 읽어내는 힘


사람마다 책을 읽는 방식을 다양하다. 그리고 각자의 독서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영감과 지식을 얻을 수만 있다면 좋은 독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것을 꽤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적인 힘을 위해서다.


마음이 많이 약했던 시절이 있다. 무엇을 해도 실패할 것만 같았고, 그렇기에 쉽사리 무언가 시작하기도 힘들었다. 그럴 때 시작한 것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책을 정독하여 끝까지 읽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책은 그저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는 영상물과 달리 내 마음과 정신을 쏟아 ‘읽어내야’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크다. 또 집중력이 쉽게 떨어지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며 밑줄도 긋고, 필사도 하면서 차근차근 그런 시간들을 쌓아가고 그러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게 되면 마음에 단단한 근육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한 권, 두 권 쌓아가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힘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지금도 마음이 풀어졌다 싶을 때 읽기 좋은 책 한 권을 완독하려고 노력한다. 가장 쉽게, 좋은 방향으로 나를 바꾸는 생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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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세계를 알게 해준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2. 낯선 세계를 탐독하기


책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소설, 에세이, 자서전, 사진집 등 같은 종이에 인쇄된 책들이지만 펼치면 너무나 다양한 세계들이 그 안에 들어있다. 여행을 좋아하더라도,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을 즐기더라도 평생 떠돌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상을 탄탄히 살아가는 것 역시 나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책을 든다. 파리의 낭만적인 풍경이 그리울 때, 가보지 못한 뉴욕의 모습을 그리고 싶을 때 영화도 좋지만 잘 짜인 소설책과 에세이 한 권을 읽고 있으면 마음대로 그 풍경을 그릴 수 있다. 글의 묘사가 좋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영상과 달리 세심하고 촘촘한 묘사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상상력을 통한 낯선 세계로의 여행만이 아니다. 글쓰기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고 빠져들기 시작했을 때 쓰기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글을 쓰는가 알게 되었고, 글을 통해서 자기를 극복한 사람들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 알게 되었다.


글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깨달음을 얻었다. 이렇게 새로운 세계, 새로운 분야로 가장 쉽게 빠져드는 수단이 바로 책이다. 아무리 영상의 시대가 다가오더라도 클래식함이 주는 매력과 영향은 비할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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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게 해준 훌륭한 고전 명작 《데미안》



3. 성찰과 용기


책을 한 권 진득하게 읽고 내면의 힘을 기른다. 그리고 그 힘으로 세상과 맞설 태세를 갖춘다. 밑줄을 다시 돌아보며 책의 내용을 깊게 살핀다. 책의 내용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가지게 된다. 행동을 시작하는 게 늘 쉽지 않다. 나태와 힘을 겨루고, 자신에 대한 의심에 휩싸인다. 이것을 하는 게 맞을까? 내게 그런 능력이 있을까? 지금 잘 나아가고 있는 걸까? 의심은 더 나를 행동하지 못하게 한다.


그럴 때 친구들의 상담과 부모님과의 대화보다 더 힘이 되는 것이 책이었다. 가방에 넣고 다니며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줄 그은 페이지를 펼쳐본다.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 같았다. 그리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라 늘 바로잡아줄 존재가 내게 필요했다.


책은 나를 떠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았다. 누군가 살아있는 존재에게 의존하는 것은 내게 힘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변화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싫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책은 내 책장 안에, 내가 그 책을 읽기 시작했던 그 마음 그대로 남아있다.


가끔 소설 속 주인공에게 나를 대입하기도 한다. 그 주인공의 과거가 나의 과거와 같고, 그의 성장이 나의 성장 같았다. 이렇게 변함없이 곁을 지키는,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책이 되었다. 이런 존재가 내 인생에 단단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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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브랜드의 철학을 읽으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 《배민다움》



4. 영감 얻기


반복되는 생활을 하다 보면 뇌가 고갈되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똑같은 생활 속 똑같은 생각의 패턴은 나를 지루하게 만들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저버린다. 하지만 이런 생활 속에서도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은 많다.


고전적인 말이지만 책은 지식의 보고다. 내가 알지 못했던 정보들이 넘쳐흐르고, 이미 알던 것도 새롭게 해석한 다양한 관점들이 담겨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할 일이 그동안 참 많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때 내가 했던 경험, 가진 지식은 총동원된다. 그럴 때 그 분야의 저명한 책들을 읽고 내가 아는 것들을 넓힌다.


꼭 그 분야의 책이 아니더라도 낯선 이야기는 늘 새로운 영감이 된다. 어쨌든 책은 내가 가장 손쉽게 자극을 받고 낯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양하게 만든다. 그 능력을 책을 통해서 고양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더 깊고 풍부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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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 《한 번은 독해져라》 中




책과 함께 그리는 미래



이렇게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리하고 보니 나 역시 새삼 놀랍다. 하지만 결국 큰 줄기로 이어지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나의 내적인 영역을 단단하고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인간이란 신비하다. 똑같이 하나의 몸을 부여받아 뇌를 가지고, 눈과 코와 입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세계를 한없이 넓힌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고 죽는다. 나는 삶 끝까지 나를 새로이 발견하여 깊고 풍부하게 살아가고 싶다. 여리고 흔들리는 새싹과 같은 지금의 모습도 언젠가 튼튼한 나무가 될 것이라 믿으며. 그 길에 언제나 책이 있기를 바란다.


내가 꿈꾸는 나의 미래의 풍경이 있다. 거실에 한 벽면을 책장으로 삼고 가족과 원목 탁자에 앉아 단란히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모습이다. 나의 미래에는 늘 책이 있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도 늘 책이 있기를 노력할 것이다. 내 인생을 단단히 만들어준 힘은 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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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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