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향은 기억을 남긴다. - 그랑핸드(GRANHAND.) [문화 공간]

글 입력 2019.09.0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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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참 좋아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누군가에게 좋은 향이 나면 “우와! 너한테서 좋은 향 난다.”라고 말하곤 했다. 길을 걸어가더라도 누군지 모를 사람의 향이 스쳐 지나갈 때 괜히 뒤돌아봐 궁금해지곤 한다. 향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


몇 달 전 여러 명의 낯선 이와 함께 있던 자리에서 한 사람에게 좋은 향이 났다. 그 사람이 다가오기만 하면 좋은 향기가 포근하게 머물러 떠나질 않았다. 한 번도 말을 건 적이 없었는데 대뜸 칭찬을 건넸다. “향이 정말 좋아요.” 그 한 마디로 대화는 이어졌다. 그녀에게서 향수를 어디서 샀고, 잔향이 좋아서 사게 되었다며, 점원 분이 잘 어울리는 향을 추천해서 사용하게 되었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종일 그 사람의 곁에서 나던 향기를 파는 곳이 궁금해져 대뜸 검색을 했다. 그곳은 그랑핸드(GRANHAND.)라는 곳이었다.


그랑핸드는 서울에 오프라인 샵을 두고, 온라인 판매까지 하는 향수 브랜드이다. 경복궁을 가운데 두고 서촌, 북촌, 그리고 소격동의 작은 상점까지 세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방문했던 곳은 북촌 그랑핸드였다. 들어서기도 전에 멀리서부터 좋은 향이 느껴졌다. 그리고 한 한옥 안에 그랑핸드가 있었다.




향과 더불어 느낀 그랑핸드의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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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그랑핸드

북촌은 한옥 마을이 위치한 곳으로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까지 관광을 하러 방문하는 유명한 장소 중 하나다. 역시나 그랑핸드 샵에 들어가니 외국인이 구경하고 있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그랑핸드도 한옥 안에 지어져 마을의 풍경과 맞게 잘 어울렸다. 들어서면 느껴지는 감각적인 공간과 함께 여러 가지 종류의 향수와 향초, 디퓨저, 방향제까지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다.


그랑핸드를 알기 전에도 향수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타인에게 풍기는 좋은 향에 대해 늘 좋은 기억과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나 역시 내가 어울리는 향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향수들은 대부분 진하고 인공적인 향수였고,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지나치게 꾸몄다는 느낌이 강했다. 저렴한 향수를 사면 금방 증발되어버리거나 끝에 좋은 느낌으로 남지 않아 돈을 낭비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나에게 좋은 향을 찾고 싶지만 어디 가서 다양한 종류의 향을 알아볼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이렇게 향수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알아보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디퓨저와 향초였다. 어쨌든 향기는 늘 나에게 관심사였다. 향기는 늘 나를 편안하게 했다. 향초와 디퓨저는 그냥 마트에서 구매하듯 상점에 방문해서 많은 향의 제품을 맡아보고 살 수 있으니 하나둘씩 모아가기 시작한 게 오래다.


그러다 그랑핸드를 방문한 것이다. 그랑핸드에 들어가 가장 먼저 든 좋은 인상은 제품도 향도 아닌 직원의 친절함이었다. 향수 브랜드들은 저마다 이름을 가진 향수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제품명만으로는 향을 파악하기 힘들고, 어느 향이 조합이 되었는지 설명이 적혀 있지만 감을 잡기 힘들다. 그때 필요한 것이 친절하고 다정한 직원의 설명이었다. 좋아하는 취향을 말씀드리니 시향 할 수 있는 종이를 주시고, 다양하게 추천해주셨다.


그렇게 그랑핸드에서 파는 많은 향들을 시향하고 난 뒤, 내가 끌리는 향을 발견했다. 빈티지한 패키지마저 그랑핸드만의 고유성을 살려주었다. 향수뿐만 아니라 디퓨저, 방향제까지 그랑핸드만의 브랜드 이미지에 맞추어 잘 만들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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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점의 2층에는 ‘natural’ 라인이 진열되어 있다. 베르가못이나 유칼립투스와 같은 자연의 향으로 만든 오일, 스프레이 등의 제품인데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또 진열되어 있는 공간 인테리어 역시 자연과 잘 어울려 마치 식물원에 들어온 듯했다. 이렇게 그랑핸드 첫 방문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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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그랑핸드


서촌점은 경복궁역과 가까운 대림 미술관 옆에 위치하고 있다. 여유롭고 한국적이면서도 트렌디한 느낌이 강한 동네라 그랑핸드와도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서촌점은 북촌점과 다르게 현대적인 느낌이 강했다. 1,2층으로 나뉘어 있지 않고 한 층으로 공간이 분리되어 ‘natural’ 라인도 진열되어 있었다.


서촌점에서 또 다른 향수를 하나 구입했다. 지난 북촌점에서 방문했던 향수가 매일 사용하기에 무겁고 진한 느낌이 있어 산뜻하고 좀 더 여성스러운 향수를 구매했다. 북촌에서 시간이 없어 자세히 구경하지 못한 다른 제품까지 꼼꼼히 살폈다.


향기를 구매하기 위해서 공간을 둘러보는 것은 마음의 안정을 준다. 다양한 향들을 맡으며 그 많은 향들이 다르다는 것에 신기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향들은 마음속에 꼭꼭 넣어둔다.




향기를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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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매했던 두 향 모두 사람들에게 나의 좋은 기억을 남겼다.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것이 향기지만 옷과 머리 스타일보다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이 향이 아닐까. 때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나의 기억을 선사하는 일 역시도 향기는 가능케 한다. 그랑핸드는 자신만의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메시지 역시 뚜렷하다.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earn.


향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지만 우리에게 수많은 기억과 감정을 각인시키고 나아가 우리 삶 속에서 많은 부분을 결정합니다. 그랑핸드는 이러한 향의 가치를 믿으며 이를 매개로 한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향의 일상화를 꿈꿉니다. 느리거나 완벽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영역에서 그랑핸드만의 경험 가치를 꾸준히 만들어 나가며, 쉽게 소비되고 잊혀질 무언가가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뚜렷한 존재감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의 마음과 온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때때로 이기고, 당신은 때때로 배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가지고 마음과 온기를 전하고 싶다는 그들의 메시지는 나에게 분명히 전달되었다. 그리고 향의 가치를 믿는 그들에게 공감하는 바다. 살아가며 자기다움을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은 의미있는 행위인 듯 하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만의 이미지를 가지고, 나만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은 꽤 흥미롭다.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자기다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일조하는 것 중 하나가 향수라고 생각한다. 향과 그들의 공간이 선사한 행복은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좋은 향을 경험하고 싶다면 바로 그랑핸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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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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