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로빈의 100 에이커 숲, 나의 뒷동산 '안녕, 푸 展' [전시]

글 입력 2019.09.0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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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내가 나의 어린시절과 다시 인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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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푸 展'의 프리뷰 글을 기고하면서 난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살던 곳은 높은 언덕길이 있는 곳이었다. 경사가 꽤나 가파른 언덕길에 집들이 촘촘히 서 있었다. 난 그 언덕의 중턱에 있는 빌라에 살았다. 내가 살던 빌라 앞에는 다른 빌라와 기와지붕을 얹은 주택들이 마주 보고 있었다. 언덕 전체가 거주지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 언덕의 끝에는 뒷산이 있었다. 당시 나에게 뒷산 너머는 미지의 곳이었다. 뒷산이 그것을 감춘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무서운 느낌마저 들었다. 언제는 오후에 뒷산에 용기 내어 올라갔다. 그때 내 눈앞에 동네 전체가 한눈에 담기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새로운 느낌도 잠시, 뒷산을 따라 다른 동네로 난 길을 걷는 느낌은 이상했다. 마치 다른 세상으로 가는 듯했다. 결국 도중에 떨면서 언덕길로 황급히 내려갔었다. 어린 시절 가졌던 '동네 뒷산'에 대한 나의 인상은 신비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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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은 A.A. 밀른과 그의 아내 디프네의 외동아들로 1920년 8월 21일 런던 첼시에서 태어났다. 위니-더-푸는 크리스토퍼가 가장 좋아하던 장난감으로 긴 팔다리와 곱슬곱슬한 털을 자랑하던 커다란 곰인형이었다. 푸와 더불어, 처음에는 이요르가, 이어서 피글렛, 캉아, 루, 티거가 그의 놀이방 장난감 군단에 합류했다. 크리스토퍼가 인형들과 즐겁게 노는 동안, 아버지 밀른은 이들의 모험을 관찰하고 하나씩 기록해 나갔다. 밀른의 주말 별장 근처의 에쉬다운 숲은 크리스토퍼의 탐험의 무대가 되었다. (중략)



'곰돌이 푸'는 어린 로빈이 잠들기 위해 아빠가 있는 방으로 올라가 들었던 상상 속 얘기의 주인공이다. 첫 전시실에서 마주하는 이 계단 모형은 로빈이 아빠에게 오늘도 재미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올라갔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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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단의 끝에는 로빈과 푸, 그리고 친구들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100에이커 숲에서 펼쳐진다. 그 한 이야기로, '푸스틱(Poohsticks) 놀이'가 있다.


푸가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이요르가 그 게임에 참가하는데... 곰돌이 푸와 그의 친구들이 푸스틱 놀이를 하고 있네요. 다리에 기대어 서서 상류에 막대기를 떨어뜨리고 다른 쪽으로 얼른 뛰어가서 누구의 막대기가 가장 먼저 오는지 지켜봅니다. 반면, 회색 빛의 커다란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이요르입니다. 티거가 장난으로 불쌍한 이요르를 냇가로 몰고 갔을까요? 아니면 우연일까요? 모두가 티격태격 한 번에 떠들기 시작합니다. 누가 옳은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크리스토퍼 로빈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는 것 같네요. '나는 우리 모두가 푸스틱 놀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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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100에이커 숲에서 펼쳐지는 얘기는 점점 다양해진다. 점차 친구들의 소소한 얘기가 곳곳에서 만들어진다.


푸는 슬슬 열한시스럽게 느끼고 있었거든. 푸는 천장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연유 깡통을 발견했는데, 뭔가가 티거들은 연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깡통을 구석에 외따로 밀어 놓고 아무도 가로채가지 못하게 눈을 뗴지 않고 살펴보았어.


- 푸 코너에 있는 집 챕터2, 티거가 처음으로 숲에 찾아와서 아침밥을 먹는 이야기 중 (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 알란 알렉산더 밀른, 현대지성, 2016)



100에이커 숲에서는 끊임없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로빈의 상상 속 100에이커 숲은 현실 속 존재하지 않는 숲이지만 현실과 비슷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솔직하며 장난스러운 행동은 내 어린 시절 장난들이 떠오른다.

어른이 되어 본 이 전시는 내게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느끼게 했다. 곰돌이 푸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과거도 현재도 여전히 따뜻하다. 그러나 어린 시절 '뒷산'을 나는 더 이상 신비스럽게 보지 못한다. '뒷산' 너머는 내가 살던 동네와 크게 다르지 않는 동네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생각보다 작은 크기라 몇 분 안에 그 산을 넘을 수 있다. 어릴 적 살던 언덕을 내려와 현재 내가 살던 곳과 뒷산을 한눈에 바라보는 아파트로 이주한 뒤에는 '뒷산'은 이제 아련함이 되었다. 100에이커 숲으로 가기 위해 아빠 방으로 향한 계단을 오르던 로빈의 그 순간은 영원하지만 말이다.

'안녕, 푸 展'의 만남은 이처럼 얘기가 풍부했던 나의 지난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뒷산'에 관한 상상력을 로빈처럼 다시 풀어낸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게 하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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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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