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7개월 차가 되었다. 하루가 갈수록 배가 차오르는 느낌을 이제는 부정하기가 어려워졌다. 책방을 준비하면서 아기와 함께 지내는 일은 생각보다 힘에 부쳤고, 휴식이 간절해졌다.
지난 금요일, 사무실이 있는 위워크도 좋지만, 좀 쉬고 싶어서 매니저와 디자이너에게 자유근무를 부탁하고 홀로 당일치기 태교휴가를 떠났다. 아침에는 홀로 맛있는 크로와상과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브런치를 즐기고, 에스테틱에서산전 관리를 받고, 오후에는 송파책박물관 전시를 관람하고 마지막으로 올림픽공원에 있는 소마미술관으로 향했다.
“달콤한 꿀에 한없이 약해지는 사랑스러운 곰돌이 푸. 한 세기 전, 전 세계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곰돌이 푸와 친구들이 크리스토퍼 로빈의 생일을 맞이하여 한국에 찾아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여러분의 순수했던 시절을 되새겨 보세요.”2017년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A)에서 2017년 12월 9일부터 2018년 4월 8일까지 처음 기획되어 일본에서, 한국으로 글로벌 투어를 시작했다. 전 세계 60여만 명의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곰돌이 푸가 드디어 서울을 찾았다.곰돌이 푸와 친구들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작가와 삽화가의 오리지널 드로잉과 사진 등 230여 점과 전시를 오디오로도 만날 수 있으며, 관객 모두가 추억을 남기기 좋은 인생 포토존, 그리고 선물하고 기념하기 좋은 굿즈까지 모두 모았다. 어린아이부터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가 곰돌이 푸를 추억하는 전시다. 어른이 된 크리스토퍼 로빈처럼 나도 내 안에 품은 아가와 그리운 곰돌이 푸와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자 한다.- Preview 중
지난 프리뷰에서 소개했던, 아가와 함께 보고 싶은 No.1 전시 ‘안녕, 푸 展’를 도슨트 시간에 맞춰 찾았다.
As soon as he saw the Big Boots, Pooh knew thatan Adventure was going to Happen…푸는 커다란 장화를 보자마자곧 모험이 시작되려 한다는 걸 알았지.

입구에 붙은 커다란 드로잉과 문장에서 곰돌이 푸와의 모험은 옹기종기 모인 관객들과 함께 시작되었다. 개관 이후 처음 어른들만 모여 시작한다는 도슨트의 유쾌한 멘트로 시작한 전시는 총 다섯 구역으로 나를 인도하였다.
1장 <인기쟁이 곰>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곰돌이 푸의 여러 가지 번역본과 모습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1924년 알란 알렉산더 밀른의 첫번째 책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When We Were Very Young’이 인기몰이를 하며 당시 작업된 드로잉과 발간된 책은 오래된 시간의 깊이를 담고 있었다.
당시 50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각 나라에 맞게(?) 푸의 모습도 푸근하게 변화했는데, 그 재미는 전시에서만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한 가지 팁은 처음 사랑받은 곰돌이 푸는 ‘naked’였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빨간 상의를 입은 곰돌이 푸는 디즈니가 에니메이션으로 작업했던 곰돌이 푸다.
2장 <우리가 소개되고>과 3장 <어떤 이야기일까?>에서는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어준 작가 밀른과 그의 아들과 곰 인형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 Winnie the Pooh의 이름도 밀린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이 동물원에서 만난 곰에게 붙여준 사랑스러운 이름이었다는 에피소드도 도슨트에서 들을 수 있었던 새로운 사실이었다.
로빈이 잠들기 전 들려주었던 상상 속의 동화 속 곰돌이 푸와 이요르, 피글렛, 캉가, 루, 티거까지 아기자기한 동물 친구들의 모습과 명문장과 그림들이 사랑스럽게 전시되어 있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내게 다시 동심으로 빠져들게 한 공간과 시간,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배 속 아가에게 살며시 혼잣말을 건네 보았다. ‘너가 태어나면, 그 때도 곰돌이 푸는 너의 친구가 되어 줄거야.’ 라며.
4장 <묘사의 기술>에서는 삽화를 그린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를 집중해서 소개하는 전시다. 사실 글로만 곰돌이 푸가 소개되었다면, 지금의 커다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니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사랑받는 명작동화들, 예를 들면 아라비안 나이트, 그림형제 전집, 피터 래빗, 어린 왕자, 피노키오 등,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작품 속 삽화와 캐릭터들이다. 그만큼 삽화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법. 4장에서는 작가의 작품을 좀 더 깊고 진하게 승화시킨 삽화가의 노력과 열정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마지막 5장 <푸 세상에 나오다>에서는 곰돌이 푸가 어떻게 전 세계 독자와 만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영국과 미국 잡지에 연재를 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보인 곰돌이 푸는 이 시점을 계기로 아동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이 되었고, 지금 이 순간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냇물은 숲의 가장자리에 이를 무렵에는 다 자라나서 거의 강이 되었는데, 이제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처럼 뛰어다니지도, 팔짝팔짝 뛰지도, 콸콸거리지도 않고 훨씬 느릿느릿 움직였단다. 이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었거든. 시냇물은 “서두를 필요 없어. 언젠가는 그곳에 닿게 될 테니까”하고 중얼거렸지.- 곰돌이 푸 전집 240페이지, 푸 코너에 있는 집 중에서
‘안녕, 푸 展’는 어느 전시보다 보다 더 천천히 관람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몸이지만, 마음만큼은 아직 어린아이인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빠름이 아니라 느림임을, 그리고 그 느림 속에서 당신이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이면 좋겠음을. 느림의 미학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말이다.
“푸, 언제고 내가…… 넌 알잖니……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일을하지 않을 때에도너는 가끔씩 여기에 올라올 거지?”“나만?”“응, 푸.”“너도 여기에 있을 거야.”“그럼, 푸, 난 정말 여기 있을 거야.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할게, 푸.”“그럼 좋아.”“푸, 나를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내가 백 살이 됐을 때에도.”푸는 잠깐 생각했지.“그러면 난 몇 살이 되는데?"“아흔아홉 살.”푸는 고개를 끄덕였어.“약속할게.”- 곰돌이 푸 전집 330페이지,푸 코너에 있는 집 중에서

이 전시를 마지막으로 곰돌이 푸는 각자의 소장한 이들과 본 자리로 돌아가고, 더 이상의 순회 전시 계획은 앞으로는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더 특별하고 가야만 하는 전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당위적인 이유를 붙이기 전에 어릴 적 내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러 간다는 기쁜 마음으로 전시를 찾았으면 한다.
언제 어디서든 나를 잊지 않겠다, 여기에서 나를 기다리겠다던 곰돌이 푸에게 손가락 걸며 약속을 걸면서, 이제는 내가 너를 찾아아겠다라는 약속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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