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관하여
글 입력 2019.09.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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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쯤 일이다. 오랜만에 대학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연스레 안부를 주고받은 후 선배가 한 말은 다름 아닌 ‘책 추천’이었다.

생각해보니 선배와 나는 알고 지낸 이후로 서로 책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던 사이였다. 대학 시험 기간에도,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심지어 제주 파견을 갔던 선배를 제주 여행 때 만나서도) 결혼을 하고 나서도 우리는 ‘책’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바쁜 업무가 좀 마무리되어 책 읽을 시간이 생겼다는 선배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윤희 너는 늘 책을 읽곤 했었잖아. 읽은 책 중에 추천해 줘.”라며 말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대학 친구들에게서 종종 이런 말을 듣곤 했다. 시험 기간이든 아니든 도서관에서 윤희는 책을 읽고 있었다고. 당시 나는 전공서적보다는 판타지나 혹은 에세이 같은 류에 상당히 심취해 있던 학생이었고, 학생증의 주된 용도는 도서관 대출과 반납이었다.

그렇게 졸업한 지 10여년. 책을 빌리고, 읽고, 글을 끄적이다 여행작가가 되었고, 책을 출간하고, 이제는 책방지기를 준비 중이다. 이런 나를 보며 어쩌면 ‘책’은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만난 피할 수 없는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쯤에서 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을 권하는 것’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는 것. 그리고 이 ‘것’이 자신의 일이 되어버릴 때는 차원까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책방 준비를 하다 보니 살갗으로 간절히 느끼는 부분은 ‘책을 권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도 것이지만, 독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취향을 파악해야 하고,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퀄리티 있는 무언가를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준비 중인 책방의 컨셉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요인이 ‘큐레이션’이기에 책을 ‘읽게’ 하는 매력을 한껏 발산해야 하는 중대한 역할자를 수행해야 하는 셈이다. 향후 유튜브에 책방을 소개하는 영상까지 중장기 경영전략으로 계획 중이니 책방지기의 책임이 가볍지 않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여기, 내 마음을 헤아려 주는 책 한권을 만났다. 한겨레교육과 플래티넘 크래프트 맥주를 연결해 주었던 ‘퇴근길 콘서트’의 두번째 주인공 북튜버 겨울서점의 주인장의 책,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이다.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단 책은 147p를 담은 담백한 내용의 유유출판사의 신작이다.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겨울이 쓴 책의 커버는 잔잔한 하늘색이다. 마치 건조한 겨울하늘에서 조금의 온기를 찾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하늘색의 책을 펼쳐 들면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튜브를 하려면 유튜브를 봐야 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첫 이야기는 북튜브를 이해하려면 유튜브라는 채널을 먼저 인지해야 함을 강조한다. 사실, 나는 유튜브를 애청하는 부류는 아니다. 가끔 업무 차 영상을 참고하긴 하지만, 딱 그 정도 선이었다.

그나마 챙겨보는 TV 프로그램은 EBS 세계테마기행과 SBS 동물농장, SBS CNBC 임윤선의 블루베리 정도인, 그야말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시청 시도조차 하지 않는 조금은 보수적인 스타일이다. 그러던 내가 이 책을 꺼내든 이유는 최근에 SBS CNBC 임윤선의 블루베리에서 방영된 주제가 바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무궁히 성장 중인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도 한몫이다.

이 책은 다분히 목표지향적인 독자들이 꺼내들 책이긴 하다. 실제 북튜버에 관심 있거나, 이를 희망하거나 혹은 겨울서점을 애정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1장 ‘유튜브를 하려면 유튜브를 봐야 합니다, 2장’ 북튜브를 시작할 때 고민’, 3장 ‘북튜브 개설하기’, 4장 ‘북튜버의 업무들’, 5장 ‘북튜버가 되고 나니’, 6장 ‘앞으로의 문제들’로 나누어 실질적인 겨울서점의 운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속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니 북튜버로 살아가는 그녀의 구체적인 삶의 애환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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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책에서 전제를 깔고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단 한가지는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상업적이 아니라, 정말 책을 좋아하기에 취미가 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저는 어느 면으로 봐도 유튜브에 더 잘 맞는 사람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책을 보지 않아도 되게 도와주는’ 영상을 만들 생각이 없었습니다(지금도 그렇습니다). 책에 대한 사랑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일종의 ‘책 유토피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책을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책을 읽는 일에 대하여, 책이라는 물건을 만지는 일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습니다. - 본문 25페이지



저는 겨울서점이 꿋꿋이 책 이야기를 하는 곳이어서 좋습니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해 말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책이라는 주제로 댓글을 달 수 있는 곳이라는 점도 좋고, 독서에 관심이 없던 누군가에게 독서에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도 좋습니다. 책에 비해 부족한 영상일지라도, 결코 겨울 서점이 그 어떤 책을 뛰어넘을 수 없을지라도, 여전히 매주 영상을 올리는 이유입니다. - 본문에서


북튜버의 일주일의 일상과 영상 촬영에 필요한 장비들의 팁과, 기획과 편집의 쳇바퀴 도는 고민의 딜레마와 얼마나 돈을 버는지에 대한, 프리랜서의 미래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들을 모두 책 속에서 만나볼 수가 있다. 마지막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했던 그녀의 솔직 담백함이자 용기를 모두 읽고 나니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그렇게 시작한 겨울서점이라는 채널은 오롯이 그녀가 좋아하는 ‘책의 모든 것’들을 담아 내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궁금해졌고, 나도 그녀의 채널을 방문해서 구독하기 버튼을 꾹 눌렀다.

그녀의 영상 중 내 눈을 끈 영상은 바로 ‘진짜 이상한 서점 손님들 [그런 책은 없는데요...]’이다. 책방지기가 될 나에게 처방전 같은 영상이랄까? 유쾌하게 책을 소개하는 그녀의 북튜브를 보고는 오늘 도서관에서 빌릴 책을 일찌깜치 정했다.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다. 책을 보는 사람에서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에너자이저 그녀의 책을 읽으면 당신은 더욱 책을 사랑하고 싶어 질 것이라고 말이다.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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