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극 "킬롤로지", 끝내 서로에게 닿지 못할 인간들의 발버둥

글 입력 2019.09.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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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문화는, 인간의 발버둥이다



나에게 문화와 언어는, 서로를 끝내 이해할 수 없을 인간들이 관계성을 잃지 않기 위해 만들고 발전시켜온 노력의 흔적과도 같다. 인간은 본인의 두개골 안쪽에 있는 뇌로부터 사고할 뿐이며, 타인의 뇌 안에 있는 생각에 닿는 시간 동안 발생하는 수많은 왜곡과 오해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존재다. 만일 우리가 본인의 사상이나 관념을 온전히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세계는 더 평화로웠을 것이고 사람들은 서로를 더 사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상상에 불과하다. 상상보다 더 초라한 현실 안에서, 그럼에도 인간들은 발버둥쳐왔다. 춤을 추며 에너지를 뿜어내고,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직접적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감정을 표출하고, 도무지 말로는 설명 불가능한 희극이나 비극은 음악의 형식으로 전달해왔다. 그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집단적 노력이었다.



그래서 나는, 문화예술을 감상할 때 가끔은 숭고한 자연을 볼 때와 같은 경이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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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롤로지>를 기대하는 이유



연극 <킬롤로지>의 소개글과, 여러 후기글을 읽어보며 그 경이감을 다시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설레였다. 킬롤로지의 특이점은 독백의 형식으로 극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세 명이다. 게임 "킬롤로지"에 나오는 동일한 방식으로 잔인하게 살해 당한 데이비,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복수를 결심하는 데이비의 아버지 알란, 그리고 "킬롤로지"의 개발자로 무수히 많은 부를 축적한 폴이다.



게임 킬롤로지에서, 당신은 심장을 노려 총알 한 방만으로 사람을 죽이면 1점, 팔이나 배를 쏴 고통을 느끼며 천천히 죽게 만들면 100점을 얻을 수 있다.



대화의 목적은 교류이며, 대화 안에서 언어는 확장성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언어가 오로지 독백에 머물러서 개인의 사유 바깥으로 탈출하지 못할 때, 개인은 자신을 고립시키게 되고 사회와 유리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연극이 독백의 형식을 취해 관객으로 하여금 전체 상황을 퍼즐처럼 끼워맞추도록 유도하는 것도, 이러한 대화와 독백의 차이점을 고려한 측면이 있지 않을지 추측해 본다.


이 연극은 2017년 영국의 초연에서 유수한 상을 휩쓴 뒤, 한국에서 2018년 초연할 당시에도 "부모라면 꼭 봐야 할 연극"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부모와 사회로부터 지지받지 못한 아이가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면서 폭력이 재생산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최근 '묻지마 범죄'를 비롯하여 어린 학생들의 학교폭력 사태, 고유정의 잔혹한 살해 등 사회적 폭력이 이슈가 되었던 만큼 주제의 시의성에도 주목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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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시스템에 관하여



나는 '범죄'에 관한 논의가, 범죄자에 대한 분노로만 치우치는 데에 항상 우려를 가지고 있다. 물론 우리가 뜨거운 가슴을 가진 인간인 이상, 비인륜적인 방식의 범죄를 뉴스에서 목도하였을 때 드는 즉각적 반발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일 논의가 '사회구조적 문제'로 확장되지 못하고 단순한 분노에서 종료된다면, 이는 범죄를 유전적 현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려 해결의 실마리를 소거해 버리는 일이다.


사회의 시스템은 인간을 잔인하게 만들 수도, 혹은 조화로운 협력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실험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심리학자 밀그램은 인간이 얼마나 권위에 큰 영향을 받는지를 전기충격 실험으로 증명했다. 전기충격 의자에 앉아 시험을 보는 사람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충격을 가하는 버튼을 누르라고 하자, 실험 대상자의 과반수가 인간이 죽음에 이를 정도의 전기충격을 주는 버튼까지 눌렀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전기가 가해지지는 않았고 아무 피해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 실험은 홀로코스트 사태 및 근대 세계의 비인간성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인간'이라는 존재의 취약함에 대한 반성을 불러일으켰다.


<킬롤로지>의 주제의식은 밀그램의 실험과 맞닿아 있는 바가 있다. 우리에게는, 개인의 선의에 의존하지 않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 제도는 폭력과 차별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을 내재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삶의 양태를 만났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밑바닥을 드러내게 한 주변 환경이나 양육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김승섭 교수가 말했던, '아픔을 길로 승화시키는' 일과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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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롤로지> 배우들 인터뷰





킬롤로지
- Killology -


일자 : 2019.08.31 ~ 2019.11.17

시간
평일 8시
주말 및 공휴일 3시, 6시 30분
월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티켓가격
R석 55,000원
S석 40,000원

제작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25분 (인터미션 : 15분)



[이창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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