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폭력에 익숙해진 사회 – 킬롤로지 [공연]

글 입력 2019.09.0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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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열전] 킬롤로지 티저 포스터.jpg


‘Killology’라는 온라인 게임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흥행하고 있다. 이 게임은 유저가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만들어내고 잔인하게 살인할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게임이다.

소년 데이비는 이 게임에 나온 고문 방법으로 살해되었다. 그 소년의 아버지 알란은 이 게임의 심각성과 아이들에게 노출된 폭력성을 느끼고 아들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이 게임의 개발자 폴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결핍을 가진 세 명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만난다.



연극의 진행

 
킬롤로지 공연사진6.jpg
2018 공연사진


세 명의 등장인물은 서로 대화를 하기보다 대부분 독백으로 극을 꾸려나간다. 독백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그들의 감정은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된다. 작년 초연을 봤을 때 휘몰아치는 극 진행과 몰입감에 눌려 극이 끝나고 나서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딱 보고 나온 뒤 처음 들은 생각은 ‘와 이거 무슨 극이지’. 독백의 양이 많고 세 명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각자 다른 듯 같아 헷갈렸고 무엇이 사실이고 환상인가에 대해 고민하다가 극이 끝났다.

그렇게 빨리 진행되는 극의 몰입감은 너무 좋았지만, 극 이해력이 부족한 내가 따라가기에 벅찬 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이야기가 한동안 머릿속에서 맴돌아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이 극은 너무나 강렬했지만 내가 부족해서 그들을 제대로 만날 수 없었다는 아쉬움에 더 연극, 문학, 예술을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 극이기도 했다.

마침표보다 많은 물음표를 남겨둔 채 이 극을 떠나보냈는데 이번에 재연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1년이 흐른 후 다시 만나는 <킬롤로지>가 굉장히 기대되었다.



변화


이 극도 변화가 생겼고 나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새롭게 참여하는 배우들이 있다. 같은 극이 재연이 와도 다르게 느껴지는 첫 번째 이유가 아마 배우 캐스팅일 것이다. 초연 배우들도 있지만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이 연기하는 알란, 폴, 데이비는 정말 말 그대로 처음 만나는 알란, 폴, 데이비이다.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킬롤로지 공연사진4.jpg
2018 공연사진


또한 초연은 1시간 50분 정도로 인터미션 없이 굉장히 긴박감 있게 극이 진행되었지만 이번에는 인터미션이 생겼다. 사실 나는 2막으로 변화된 이 점이 굉장히 반갑다.

초연 때 극을 따라가기 바빠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 터라 극을 두 타임으로 나누어 진행하면 그 사이 인터미션 때 내 마음속에서 어느 정도 내용을 차분히 돌아보며 정리하고 클라이맥스를 향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인터미션 때문에 초연의 긴박감과 몰입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기대되는, 긍정적인 변화다.


킬롤로지 공연사진2.jpg
2018 공연사진


그리고 나의 변화도 있다. 더 문화예술을 공부하고 싶다는 다짐을 나름대로 실천하며 더욱 예술을 사랑하게 되었던 1년이 지났기에 더 극에서 느끼는 감정의 다양성이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무엇보다 그사이에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나에게 많은 이야기가 생겼고 경험이 쌓였기에 느끼는 감정이 다를 것 같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폭력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잔인하기에 이 연극 <킬롤로지>에 더 몰입할 수 있어 더 씁쓸하고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 실제로 보고 난 후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드는 생각은 이렇다.

나한테는 언니 2명, 남동생 1명이 있다. 언니들이랑 자라면서 정말 온라인 게임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 해 봤자 카트 게임 조금 하다가 금방 식상하다고 느껴져 바로 그만뒀다. 그래서 사실 아이들에게 노출된 게임의 폭력성과 심각성을 그렇게 느끼지 못했었다. PC방을 대학교 수강 신청 때문에 처음 가볼 정도로 정말 온라인 게임에 관심이 없어 주변 남학생들이 그렇게 게임에 미쳐서 실제 돈을 투자한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동생이 크면서 좀 이를 깨닫게 되었다.

남동생이 게임을 하려면 집의 컴퓨터를 고성능 고기능 컴퓨터로 바꿔야 한다고 해서 그때야 게임을 하려면 컴퓨터 성능도 좋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 우리 집은 헤드셋, 게임용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 패드까지 모든 것을 갖추었다. 동생이 하는 게임을 보고 있으면 너무 어지럽고 징그럽고 잔인해서 나는 오랫동안 보지 못한다. 누가 더 많이 죽이냐, 헤드샷을 잘하냐 그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친구들과 대화를 하는데 동생이 낯설게 느껴졌다. 유튜브에서 게임 속 상대를 죽이는 영상을 보며 웃는 동생을 보며 두려움이 앞섰다. 요즘 특히 심해져 우리 사회에서 만연해진 폭력, 아이들에게 노출된 폭력의 심각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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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공연사진


“이건 게임입니다. 사람들은 게임 할 때, 자기가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요. 게임에서 마법을 쓰면 돼지가 날아다니죠. 그렇다고 현실에서도 돼지가 날아다닌다고 생각합니까? 무슨 바보천치도 아니고.”

- 폴


극 중 ‘Killology’처럼 누군가를 죽이는 내용을 다루는 게임을 통해 현실에서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폴의 대사처럼 게임은 그냥 게임일 뿐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나한테는 좀 심각하게 다가온다. 이런 게임뿐만 아니라 방송과 영화에서도 폭력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이 이 폭력과 잔인성을 단순히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것이 한국 미디어의 올바른 흐름일까? 과연 우리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잔혹한 범죄와 미디어가 상관이 아예 없을까? 그리고 말도 거칠어지고 그런 잔인한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동생을 보며 정말 이런 폭력적인 미디어, 콘텐츠가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정말 없을까?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게임 속에서 누군가를 거리낌 없이 죽이고 쾌감을 느끼는 것이 나만 불편한 건가?

이 연극을 보며 이 질문들에 대해 더 입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싶다. 그뿐만 아니라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과 책임, 결핍, 사회의 모습에 대해 담는 이 연극이기에 많은 사람이 이 연극을 보고 우리의 세상을 함께 돌아보면 좋겠다. 그래서인지 이 극이 더욱 기다려진다.





킬롤로지
- Killology -


일자 : 2019.08.31 ~ 2019.11.17

시간
평일 8시
주말 및 공휴일 3시, 6시 30분
월 공연 없음

*
8/31(토), 9/1(일) 6시 30분 공연만 있음
9/12(목) 3시, 6시 30분
9/13(금) 4시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티켓가격
R석 55,000원
S석 40,000원

제작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25분 (인터미션 : 15분)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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