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존의 틀을 박차고 나온 유쾌한 콘서트 [2019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

살아 숨쉬는 문화교육의 장이 아닐까
글 입력 2019.09.0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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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문화예술의 힘을 누누이 강조하셨다. 특히 그 중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음악’이었는데, 그 이유는 일상에 녹아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차를 타고 갈 때, 잠에 들기 직전,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을 때조차 이어폰 또는 스피커만 있으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이 바로 음악이라는 것이다.


그런 부모님 덕에 음악에 노출될 기회가 많았음은 물론, 체계적으로 감상하는 법과 연주하는 법을 다각도로 배운 경험이 있다. 그 중에서도 흥미가 많이 생겼던 것은 바로 클래식 장르였는데, 아마 모든 클래식에는 얽혀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내 취향이 그렇게 확립된 듯 하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그 평범한 아이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클래식과 연관이 있어,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의 내용을 상상하며 눈을 감고 음악에 몸을 맡길 때는 정말이지 어린 마음에 음악과 하나 된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랬던 내가 음악을 학원에서 체계적으로 배우고, 편하게 듣던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가 ‘이론’이 되는 순간 나에게는 클래식이 숙제처럼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편하게 같이 뒹굴던 장난감 같은 존재였다면, 완벽하게 해내야 할 숙제와 같은 마음의 짐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전히 나는 음악을 좋아했기에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공부를 열심히 해내곤 했지만, 예전처럼 누가 시키지 않아도 클래식을 감상하던 예전의 나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학 입학 후 여유를 가지고 다시 돌아본 클래식, 마침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아트인사이트에서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를 감상할 기회가 주어졌다. 한창 사물을 배워가는 어린 동생이 있기에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을 맛보여주고 싶어 주저 없이 신청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청클사_포스터.jpg
 


‘2019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는 크게 1,2부로 진행이 되었는데, 1부에서는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의 여러 파트가 연주되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봤을법한 대표 곡들이지만, 참신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각 노래가 진행되기 전 짧게 구연동화에 가까운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의 해설이 있었다는 것이다.


콘서트의 초점이 청소년들인만큼, 지루하지 않도록 호흡을 짧게 끊은 것도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각 동물이 연상되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해설과 함께 바로 이어지는 음악을 들으니 더욱 해당 동물의 모습이 생생하게 머리 속에서 상상되는 기분이었다. 작곡가에 대한 해설이라던가 작품에 대한 음악적 감상법 같은 것보다는, 단지 이야기 그대로를 음악을 들으며 상상할 수 있도록 철저히 고안한 코너라는 생각이 들었다.


2부에서는 청소년들이 일상 속에서 클래식을 스스럼 없이 연상해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 학교 가는 길 등 지극히 일상적인 상황에 어울리는 클래식들을 상황 설명과 함께 들려준 것이다.


2부의 첫 곡으로 페르귄트 모음 곡 중 ‘아침의 기분’이 연주되자 함께 관람한 내 동생을 포함한 옆의 여러 아이들이 익숙한 노래가 나왔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중간중간에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지휘자와 연주자가 고깔을 쓰는 등 통통 튀는 발랄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도 이 공연의 특징이었다. 이후 나온 음악들이 생소한 것일지라도, 첫 곡에 친숙함이 생기고 나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들 끝까지 집중하여 감상하는 분위기였다.


어느 콘서트이던 클래식이 연주되는 콘서트라면 암묵적인 룰, 연속적인 박수세례로 지휘자를 몇 번이고 다시 불러내는 것을 보며 아이들은 옆의 어른들을 따라 영문도 모른 채 손바닥이 빨개질 때까지 열심히 박수를 쳤다.


책에서 배우는 이론이 아닌, 이런 것이 바로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스스럼 없이 향유할 수 있는 진정한 문화 교육이 아닐까 싶다. 어린 동생에게 클래식을 향유할 줄 아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함께 예술의전당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클래식을 친숙하게 감상하는 멋진 어른으로 거듭나는 것은 물론이다.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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