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흔들리며 피는 중입니다 [사람]

글 입력 2019.08.30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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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고3 그리고 취준생. 세상 짐을 다 짊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 그렇다 나는 고3을 거쳐 어느덧 졸업까지 한 학기만을 앞둔 취업 준비생, 취준생이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자유롭게 큰 꿈을 가지는 것이 뭐 그리 어렵냐며 큰소리치고 다닌 스무 살의 나에게 꿀밤 한 대 콩 쥐어박고 싶은 요즘. 현실은 결코 동화가 아니었다.

 

절대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은 살지 않을 거라고 그리도 다짐했건만, 4학년이 되고 취업 컨설팅 강의인 ‘직업과 진로’라는 이름의 과목을 자연스레 신청한 나를 발견했다. 한 학기 동안 매주 또는 2주마다 내로라하는 유명 취업 컨설턴트들이 각자의 노하우와 여러 가지 팁들을 전수해줬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강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말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3학년 지금도 늦었어요. 얼른 시작하세요.”


“4학년이면 이미 준비되었어야 해요.”


“1,2학년 때부터 계획 세우고, 대학 생활 동안 실행해야 해요.”


 

틀린 말은 전혀 없었다. 졸업 후 취업이 목표라면 강사들의 말대로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나는 왜 수업이 끝나고 나면 그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우울감과 상실감에 시달렸을까. 몇 달을 이유도 모른 채 풀이 죽어있었다.


어찌 됐든, 가고 싶은 기업 리스트와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준비할지 세워 오라는 강사들의 과제를 빈 칸으로 제출할 수는 없기에 그나마 나의 관심사와 맞닿아 있는 기업들을 찾아보았다. 기업의 규모, 복지, 비전, 인재상, 업무, 진행되어지고 있는 사업 등.


리스트에 적어 놓은 기업들 중 한 곳의 사원증을 목에 걸고 출근하는 나의 모습 그리고 누구네 딸, oo에 다닌다더라, 누구 엄마 좋겠네, 누구 아빠 키운 보람 있네 등과 같은 대기업 또는 공기업에 다닌다고 하면 으레 들려오는 말들을 떠올려 봤다. 아주 근사했다.

 

그런데, 행복할 자신은 없었다. 그렇다. 나는 나의 우울감과 상실감의 이유를 찾은 것이다. 취업 컨설턴트들이 제시하는 모든 것은 보통의 사회의 기준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행복할 자신은 없었다. 그렇다. 나는 나의 우울감과 상실감의 이유를 찾은 것이다. 취업 컨설턴트들이 제시하는 모든 것은 보통의 사회의 기준에 맞춰져 있었다.

 


“지금도 늦었어요”


 

뭐가 그렇게 늦었다는 것인지, 나는 애초에 ‘직업과 진로’ 라는 이름에 속아 다양한 직업 종사자들의 특강 과목으로 짐작하고 왔을 뿐 특정 기업에 입사하기 보다는 흥미가 있는 분야에 모두 도전을 해보고 나서 그 과정 속에서 진로를 결정하고 찾고 싶은 사람인데.

 

아프니까 청춘이라면서, 아플 기회조차 없고 흔들리지도 못하게 한다. 정해진 루트대로만 정석대로만 가라고 한다. 젊은이의 성공은 기원하면서 행복을 기원한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 나는 계속해서 열심히 흔들릴 것이며 아파도 볼 것이다. 그리고 끝내 나의 행복을 쟁취해내고 말 것이다.



[김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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