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형식이 아니라 메시지!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글 입력 2019.08.28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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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전공이라 학부 때부터 ‘뉴 미디어’라는 말을 자주 접했다. 라디오, TV, 케이블, 그리고 인터넷까지.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뉴’라는 말을 붙인다. 지금의 ‘뉴 미디어’란 무엇일까. 이 질문을 품고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하 네마프 2019)로 향했다.



사진_NeMaF Poster.jpg
 


네마프 2019에 가니 2014년이 생각났다. 그때 ‘대안 미디어 세미나’라는 강의를 수강했는데 지금은 주류인 브런치를 포함해, 디시 인사이드 갤러리, 웹 드라마 및 해외 드라마의 제작 과정, 독립 잡지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연구했다.


나는 그 중에서도 해외 드라마의 제작 과정을 연구했다. 그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드라마의 장르가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주류로 인식되는 다양한 미디어에 관한 자료를 접하고, 의견을 나누는 일이 재미있었다. 비주류 미디어를 찾아다니곤 했는데, 그 중 한 예시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다. 영화제하면 부산국제영화제나 칸느영화제, 토론토 영화제만 알던 내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신기한 미디어였다. 자원활동을 하면서 영화제 준비가 얼마큼이나 힘든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고가 녹아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전시 구성은 독특했는데, 주변의 아트 갤러리와 영화관을 돌아다니며 보고 싶은 전시나 영화를 관람하는 형식이다.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 몸은 하나라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본 전시는 관점을 살짝만 비틀어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만약 내가 학부생이었다면 이 전시를 주제로 소논문을 쓰고 싶을 정도로.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다 되어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전시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게 남은 것 같다. 언제든 볼 수 있는게 아니기에 최대한 많은 것을 기억하려고 했다. 전시가 기억에서 재구성되고, 그로 인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났는데, 이 또한 전시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전시 외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마를린 호리스 회고전이다.



댈러웨이 부인_포스터.jpg
 


마를린 호리스의 영화 <댈러웨이 부인>을 다시 봤다. 학부 때 영화 강의에서 본 적이 있다. 어릴 때부터 결혼은 좋은 사람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 한다는 주의였다. 결혼은 그냥 그렇지만, 인생에 길이 남을 강렬한 사랑을 경험하고 싶었다. 영화는 댈러웨이 부인(클라리사)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 가정, 경제 상황 등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삶이다.


하지만 남편이 꽃다발을 안겨줬을 때, 허무함을 느낀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물질이 아니라 사랑을 표현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30년 전 진지하게 사랑했던 피터와 재회한다. 좋은 기억이 떠올랐던 것도 잠시, 그녀는 왜 자신이 피터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상기한다.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남자와 나를 비난하는 남자. 이 영화를 보고 좋은 사람이 없다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네마프에서 다시 이 영화를 봤을 때, 그때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많이 달라져서 스스로 신기했다. 우선 상황이 바뀌었다. 좋은 사람을 만났고, 그와 한 가족이 되고 싶다. 결혼을 생각 중인 지금 <댈러웨이 부인>을 다시 보니, 그녀가 마냥 불쌍하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클라리사는 파티를 열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결혼해도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살고, 그를 지원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 실험적인 전시와 여성의 삶을 되돌아보는 영화를 보고 ‘뉴 미디어’라는 건 더는 형식이 아니라 안에 담고 있는 생각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시는 기억에서 재구성되어 다른 방식으로 머리에 남았고, 영화를 다시 보며 나의 변화를 느꼈다.




김나영.jpg
 

[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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