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it] 라이브 카페 - 제비다방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아지트이자, 뮤지션들의 아지트
글 입력 2019.08.27 00:3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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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다방11.jpg


1930년대로 돌아갈 것만 같은 목제 간판 아래 빨간 문. 그 빨간 문을 열면 문학단체 구인회가 흩어져 앉아 일제히 쳐다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곤 무심히 한 손을 들어 인사할 것 같은 곳.

얼른 신발과 구두를 꺾어 신고 나오자. 낮에는 ‘제비다방’이 되고, 밤에는 ‘취한제비’가 되는 이곳으로. 꼿꼿하게 펴있던 다리의 스텝을 엉키어 비틀기도 하며 음악에 몸을 띄우자. 오늘도 적당히 떠오른 마음에 인생 얘기, 연애 얘기가 오가고 있으니.

여긴 상수동에 위치한 라이브 카페 ‘제비다방’이다.


취한제비 간판.jpg
 


이 독특한 이름은, 작가 이상이 1930년대에 종로에서 운영했던 다방 ‘제비’에서 따왔다.


문학단체 구인회가 모이던 곳이기도 했던 곳. 그런 다방 ‘제비’를 모티브로, 1930년도의 문인들이 향유했던 문화들을 지금 시대에선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해서 만든 것이 ‘제비다방’이다.



음악.jpg
_밴드 야간비행,
베이시스트 정소희가 리더인 재즈&펑크 팀
보컬이 따로 없지만 훅 들어오는 랩에
흥겨워질 수 있을 것!


‘제비다방’은 13.5평의 1층과 지하로 되어있다. 라이브카페인 만큼 지하에서는 공연이 이루어지는데, 1층 바닥에 뚫린 구멍을 통해 지하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색다름이다.


둥글게 뚫린 바에 앉아 내려다보노라면, 또 하나의 작은 아지트를 보는 느낌. 어두운 사방에 알알이 불빛을 흔드는 전구들은 시선을 무대로 모은다. 굳이 고개를 숙여 보지 않아도 구멍을 통해 소리가 울리고,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문 절구.jpg
_이것들이 모여
제비다방만의 스피릿을 만들었다.
날이 좋은 날엔 창문을 다 열고
창에 걸터앉기도 한다.


바닥이 13.5평으로 작은 만큼, 작은 디테일들을 고민했다. 1층 테이블엔 절구를 사다 붙여 바 테이블처럼 길게 연결하기도 하고, 접어 넣을 수 있는 테이블을 개조했다. 덕분에 손님들은 바를 연결해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지하엔 은색 스테인 문이 있다. 건물의 원래 정문이었다는데 뜯어다 버리지 않고 지하 공연장에 놓았다. 손수 알전구로 묶어 꾸민 뒤 안에 키보드를 보관하고 있다. 작지만 센스 있는 디테일이 ‘제비다방’을 보는 또 하나의 매력일 것이다.



보드게임 책2.jpg
 


뒤를 돌면, 한쪽 벽을 길고 다양하게 메우고 있는 책들이 있다. 또 다른 책장엔 만화책이 빼곡하고. 반대편엔 보드게임까지 있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몰두하다 어느새 저녁 8시나 9시가 되면, 악기 세팅을 하는 이날의 아티스트를 만나게 될지도. 그러면 우리는 초롱초롱 바라보는 게 좋겠다. 아, 부담스러울지 모르니 눈동자는 잠시 사선으로 빗겨주는 게 좋겠다.



지하1층.jpg



다방에서 커피 한잔으로 온종일 글을 끄적이고, 책장을 넘기고, 대화를 나눴던 1930년대 예술인들. 그리고 그들의 아지트가 되었을 이상의 다방 ‘제비’.


다방 ‘제비’가 당대 모던걸과 모던보이들의 아지트가 되었듯, 2019년의 사람들 역시 이 작은 공간을 아지트로 삼고 있다. 이곳엔 책이 있고 음악이 있으며, 커피와 술이 있다. 한마디로 온종일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제비다방’은 오히려 그걸 바라는 듯 조성해놓았다. 음악이 흐르고, 대화와 토론이 떠다닌다. 이 공간은 특별하다.


‘제비다방’의 본신은 레몬쌀롱이었다. 작업실의 거실 한켠을 오픈해 뮤지션 친구들과 놀다 갑자기 공연하고 술을 먹고 영화를 보던 공간이었다. 당시 놀던 방식들을 가지고 상수동으로 넘어오며 2012년 4월, '제비다방'을 만들었다. 그래서 '제비다방' 곳곳엔 레몬쌀롱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일부 구매한 것도 있지만 지하의 가구, 의자, 책, 보드게임이 레몬쌀롱에 있던 것들이다.



쇼파해적.jpg


‘제비다방’의 1층과 지하에 음악과 대화가 떠다닌다면, 바깥의 테라스는 조용하고 편안하다. 에스닉 패턴의 블랭킷, ‘제비다방’에 난파된 해적 인형 소품과 식물의 조화가 오묘하게 어울린다. 음악을 즐기다 잠시 나와 바깥의 소리에 기울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제비다방'은 바란다. 최대한 오랫동안 '제비다방'이 유지되기를. 그래서 제비다방 구성원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손님이 불현듯 이곳을 다시 찾을 때 “여기는 똑같이 있네.”라고 할 수 있는 게 목표다.


더불어 씨티알폼 건축 스튜디오 오상훈 소장은 자신들이 만든 문화 콘텐츠들이 선순환이 되고, 그걸 가지고 또 재미난 걸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P.S.1



사무실.jpg
 _ '제비다방' 뒤편에 위치한
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의 회의실


‘제비다방’은 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에서 운영한다.


문화지형연구소 안에는 아트 매거진을 만드는 <씨티알 프린트>와 건축디자인을 맡은 <씨티알폼 건축 스튜디오>, 인디레이블이 소속되어 있는 <씨티알싸운드> 그리고 제비다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그들 각자가 표현할 방법들로 출판, 건축디자인, 음악 일을 계속해서 해오고 있다.


그래서 ‘제비다방’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아지트이기도 하지만, 이곳을 만든 제비다방 구성원들과 뮤지션들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여기 상수동에 있는 많은 문화예술인과 함께 어울리고, 놀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 그게 제비다방이 원하는 공간이다.



흑백사진.jpg
 


'제비다방' 한편에 앵글을 바라보는 직원들이 인쇄된 흑백사진은 꼭 1930년대의 모던걸 모던보이 같다. 다방 ‘제비’에 들락날락했던, 지금까지도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들 구인회 같기도 하다. 자신의 세계를 지키려 했던, 그리고 그 세계를 밀고 나가려 했던 모습이 어렴풋이 그들의 얼굴에 스쳐 간다.


신발과 구두를 꺾어 신고, 그들이 사는 놀이터에서 함께 뛰어논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마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 길이 F. 스콧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 만 레이와 대화를 나누고, 술을 나눠마시던 꿈같은 이야기처럼. 우리가 무엇이든, 그 시간에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건 운명 같은 일이다.



+

P.S.2



바깥.jpg
 


무더운 여름날, 조금은 벌게진 얼굴로 이야기를 해도 좋다. 혼자 찾아와 맥주를 마셔도 좋다. 우리의 곁에 우리를 위한 음악이 흐르고 있다. 큰 음악 소리에 묻혀 하나의 파노라마같이 흐른다. 마치 흑백영화의 한 장면 같이 사람들 얼굴 사이로 카메라가 돈다.


이 푸른 청춘은 언젠가 갈 것이다. 거기에 남는 건 어쩌면 우리의 어린 웃음과 장난 궂은 흔적들일 것이다. '제비다방'은 그 속에 있다. 우리의 치기 어렸던 젊음과 무모했던 열정과 웃음을 추억으로 가지고 아직도 지하 1층에서 울리고 있다.



김현지.jpg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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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정하다
    • 너무 좋아하는 장소예요!! 저기서 공연하면 밖으로 공연음악이 퍼지잖아요. 그것또한 엄청 매력있던데!!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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