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회와 경험의 장,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글 입력 2019.08.25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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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다가옴을 알리듯 하늘이 유난히 푸르렀던 지난 16일. 문화비축기지에서 진행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올해로 19주년이 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홍대와 월드컵경기장을 거쳐 문화비축기지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이번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지금까지 페스티벌의 역사를 담은 전시와 2개의 공연을 관람하였는데, 이번 리뷰는 그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공연을 중점으로 작성하고자 한다.


 

 

미래엔 무엇이 생기고 없어질까? ‘미래,도시_우주마인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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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가장 먼저 보았던 공연은 ‘미래, 도시’라는 공연이었다. 공연은 T6동에서 진행되었는데, 공연이 진행되는 공간마저 새로웠다.


석유기지를 재개발하여 만들어진 곳이어서인지 공연이 이루어진 공간도 석유를 가득 채워놓았을 것만 같은 커다란 석유통이 연상되었다. 둥근 모양의 공연장은 천장이 뚫려있고 동그랗게 뚫려있는 천장에는 푸르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다녔다. 여름과 가을 사이임을 알려주는 매미소리가 들렸지만 공연장소 특성상 적당한 방음이 되어 기분 좋은 효과음처럼 다가왔다.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앉아있을 뿐인데 마치 깊은 우물 안에 빠진 듯,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공연의 내용도 좋았지만 장소로 하여금 공연의 퀄리티가 훨씬 더 높아졌음은 부정하지 못할 정도로 공연의 내용과 공연장의 매치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시간이 되어 공연이 시작되고, 연극인 듯 아닌 듯 아티스트들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번 ‘미래,도시_우주마인드 프로젝트’는 미래엔 무엇이 생겨나고 없어질지, 미래는 과연 있는 것인지, 상상했던 미래가 그려질 것인지 등을 순수하면서도 재치 있게 풀어내는 연극이었다. 두 명의 아티스트, 하나의 기타, 하나의 멜로디언, 하나의 실로폰. 화려하지는 않지만 귀엽고 순수한 무대였다.



미래,,,과거,,,현재 미래

미래에 없는 것은 예의, 깜빡이, 미안, 사과, 시간, 돈, 정신, 쉴틈, 진정성, 국물, 비밀

도도한 사람들. 미미한 관계들.

미래에는 무엇이 없어질 까요?

 

미래엔 사람들이 완벽해질 거예요.

실수에 대한 관대함이 사라지니까요.

잘못을 인정하면 바보가 되니까요.

 

예쁘다는 말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아이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부모도 없어지겠죠?

나도 없어지겠죠?

어느 만큼의 중력을 견뎌야 미래에 도달할 수 있는 걸까요?

어떤 미래에 도달하는 걸까요?


 

공연을 보는 내내 마치 미래도시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공연장 밖에는 첨단기술로 가득 차 있고, 영화에서 보던 미래가 펼쳐져 있지만 오직 공연장만이 순수함을 유지한, 마지막 인간의 감정을 가진 공간인 것 같았다. 그만큼 공연은 순수하면서도 재치 있었고, 때 묻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관람객들로 하여금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과학기술로 물들어가는 이 시대에, 점점 자기자신을 챙기기도 힘들어지는 이 시대에 과연 무엇이 없어지고 무엇이 남게 될 것인가. 현실을 잘 반영하면서도 평소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잘 짚어준 공연이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될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던 내게 외면적인 것이 아닌 내면적인 것에 생각하게 해주었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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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페스티벌을 방문하기도 했고, 페스티벌이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도착했던 탓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페스티벌의 기분을 느끼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래도 사람이 없었던 덕에 조용히 콘텐츠들을 둘러 볼 수 있었다.


페스티벌 현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계속하여 이러한 페스티벌의 장이 없다면 어떻게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들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업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세상에 내보이는 것조차 힘들어진 이 시대에, 이러한 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자신들의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아티스트들이게,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관람객들 모두에게 있어 꼭 필요한 현장이라는 생각이 계속하여 들었다. 내년이면 2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앞으로도 계속하여 모든 예술가들과 사람들에게 기회와 새로운 경험의 장으로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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